‘투수왕국’ 거듭난 키움 이끄는 포수 이지영 “싫은 소리 안 들은 투수 없을 걸요”

입력 2022-07-25 15: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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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지영. 스포츠동아DB

키움 히어로즈는 올 시즌 최고의 투수력을 갖춘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90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팀 평균자책점(ERA) 3.23으로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선발진은 38승24패, ERA 3.15를 마크 중이다. 18승9패57홀드31세이브를 챙긴 불펜의 ERA는 3.36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낮다. 이를 발판삼아 키움은 꾸준하게 상위권에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투수들이 이처럼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는 주전 포수 이지영(36)의 역할이 작지 않다는 점을 시즌 내내 강조해왔다. 홍 감독은 “(이)지영이가 리드도 좋지만 투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투구를 끌어내준 게 올 시즌 투수 파트가 한층 더 좋아지는 데 영향을 끼쳤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젊은 투수들의 경우 지영이가 중심을 잘 잡아줘 흔들림이 적었다”고 덧붙였다.

이지영은 이런 감독의 칭찬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은 오히려 투수들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자주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투수들이 자신의 공을 자신 있게 잘 던지고 있다. 그래서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 내 역할이 크지 않다. 오히려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 자주 한다. 피하면 더 공격적으로 자기 공을 던지라고 쓴 소리를 많이 했다. 마운드 위에서 그런 소리를 안 들은 선수는 거의 없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지영은 포수 입장에서 투수들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더 좋다고 했다. 사실 키움은 마운드보다는 타선의 힘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자주 들었던 팀이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다르다. 투수진이 팀을 이끌고 있다. 이지영은 “이전까지 키움은 방망이로 점수를 많이 뽑아서 이기는 팀이었다면 이제는 1, 2점을 내고도 투수들이 0, 1점만 허용해 승리할 수 있는 팀이 됐다. 포수 입장에선 후자가 더 좋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스포츠동아DB


삼성 라이온즈가 ‘투수왕국’을 이뤘던 시절 안방마님이었던 그는 최근 들어 왕조 시절의 삼성과 키움의 투수력을 비교해달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특히 불펜에 대한 비교를 요청하는 질문이 많다. 그러나 그는 비교대상이 아니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삼성은 이른바 국대급 선수들이 모인 구성이었다. 전성기에 올라선 선수들이 즐비했다. 지금의 키움은 완성도를 갖추기 위해 여전히 앞으로 달려가는 선수들이 모여서 이뤄낸 성과다. 다들 꾸준하게 발전해 삼성 같은 불펜 진용을 꾸릴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선수들이 올해 정말 값진 경험을 하고 있다.”

키움 구성원들은 팀이 1위로 올라서고, 마지막에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후반기를 시작했다. 이지영은 “운이 작용한 경기들도 있지만, 쉽지 않은 경기에서 역전승을 이루면서 어린 선수들이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모두가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마지막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선수들과 함께 끝까지 달려보겠다”며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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