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요? 생각도 안 하고 있어요”…산전수전 다 겪은 주민규가 사는 법

입력 2024-06-24 15: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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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공격수 주민규.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공격수 주민규.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HD 주민규(34)는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어릴 적부터 순탄한 길은 아니었다. 대학 때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2등 선수’였다. 2013년 K리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했다. 가까스로 번외 지명을 통해 K리그 챌린지(2부) 고양Hi FC에 입단했다. 하지만 이듬해 서울 이랜드에서 포지션을 중앙 미드필더에서 공격수로 바꾼 뒤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9년 울산 현대(현 울산 HD), 2020년 제주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으며 서서히 K리그1에 이름을 알렸다. 2021년 K리그1 득점왕에 올랐고, 2023년 울산으로 돌아와 다시 득점왕을 거머쥐며 K리그 대표 골잡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유독 국가대표팀과는 연이 없었다. 태극마크에 가까워졌던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표팀 파울루 벤투 전 감독(포르투갈)과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독일)은 주민규를 선택하지 않았다. 능력이 출중했기 때문에 아픔은 더 컸다. 대표팀 탈락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는 “솔직히 기대를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감도 크다”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픔을 성장의 거름으로 삼았다. “경기장에서 더 많은 골을 못 넣어서 그랬나보다. 그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며 다시 앞을 바라봤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올해 3월 꿈에 그리던 대표팀에 발탁됐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의 부름을 받아 33세 333일로 ‘최고령 국가대표 첫 발탁’ 기록을 경신했고,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 태국과 홈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6월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의 대표팀에도 다시 이름을 올렸다. 결국 6일 싱가포르와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5차전 원정경기 전반 20분 헤더로 A매치 첫 골까지 신고했다. 또 이날 3개의 어시스트까지 추가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국가대표 공격수’ 주민규는 리그로 돌아와서도 매서운 골감각을 이어가고 있다. 16일 FC서울과 ‘하나은행 K리그1 2024’ 17라운드 홈경기에서 킥오프 1분 만에 중거리슛을 꽂았고, 23일 제주와 18라운드 원정경기에선 2골·1도움으로 펄펄 날았다. 시즌 초반 주춤했지만 어느새 7골·4도움으로 득점 순위에서도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늦게 핀 꽃’이기에 결코 자만하지 않는다. 피와 땀으로 힘들게 얻은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언제나 겸손과 초심을 스스로 되뇌인다. 2년 뒤 열릴 북중미월드컵에 대한 질문에도 손사래를 친다. “월드컵은 아직 생각도 안 하고 있다. 2년이나 남아있다”며 “단지 눈앞의 경기들에 집중하려 한다. 하루하루 부단히 노력하는 게 내 목표”라는 그의 다짐은 그동안의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이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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