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D-30 인터뷰] 올림피언들을 향한 장재근 선수촌장의 당부, “엘리트 스포츠인다운 모습으로, 자신을 위해 메달을 따라!”

입력 2024-06-2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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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근 선수촌장은 지난해 3월 부임 후 새벽운동을 의무화하고 토요일 산행을 실시하며 한국선수단의 체력강화에 힘썼다. 그 결과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한국선수단은 2024파리올림픽에서도 기세를 이어가려고 한다. 진천|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국가대표선수들의 요람인 진천선수촌은 지난해 3월 장재근 선수촌장(62) 부임 후 훈련강도를 크게 높였다. 장 촌장은 ‘권고사항’이었던 새벽운동을 의무화했고, 2주에 한 번씩 토요일 오전마다 전체 산행을 실시하도록 했다. 그 결과 지난해 개최된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에선 금 42, 은 59, 동메달 89개로 종합 3위에 오르며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 수영 황선우, 배드민턴 안세영 등 올림픽 금메달 유력 후보들을 잇달아 발굴한 것도 큰 수확이다.

이제 한국선수단은 항저우의 기세를 파리로 이어가려고 한다. 1982뉴델리아시안게임과 1986서울아시안게임에서 육상 남자 200m 2연패를 달성한 반면 1984LA올림픽과 1988서울올림픽에서 세계의 벽을 절감했던 장 촌장은 자신이 느끼지 못한 올림픽 메달의 기쁨을 후배들이 누리길 기대한다. 그는 “한국스포츠의 미래는 파리올림픽 성패에 달려있다. 파리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향후 엘리트체육의 경쟁력 강화와 지도자 처우 개선 등 여러 긍정적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낮아진 기대치를 인정하되 더욱 노력해야 한다!

한국선수단의 2024파리올림픽 목표는 금메달 5개 이상, 종합순위 15위 이내로 과거만 못하다. 여자핸드볼을 제외한 단체구기종목의 전멸로 선수단 규모는 130여명으로 크게 축소됐다. 1976몬트리올올림픽(50명) 이후 처음으로 200명 이하다. 사상 최고 성적을 거둔 1988서울올림픽(4위)은 물론 4대회 연속 10위 이내에 들었던 2004아테네올림픽(9위)~2008베이징올림픽(7위)~2012런던올림픽(5위)~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8위)의 영광은 당분간 재현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다. 장 촌장은 낮아진 기대치를 인정하면서도 더욱 노력하는 것이 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축구를 비롯한 인기종목의 올림픽 출전 불발로 대중들의 관심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엘리트체육은 관심과 투자가 이뤄져야 성장한다”며 “현재 처지를 비관하는 대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파리올림픽을 한국스포츠의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믿음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후배들이 이전 세대보다 더 강한 정신력을 갖췄다고 격려한다. 장 촌장은 “현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절실함이 줄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멘탈 관리는 더 낫다”며 “대담함이 현 세대 선수들의 장점이다.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장재근 선수촌장은 체력과 노력을 강조하면서도 스포츠과학의 중요성을 빼놓지 않았다. 진천|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체력과 노력이 받쳐줘야 스포츠과학이 빛을 발한다!

장 촌장은 체력과 노력을 강조한다. 과거 아시아 정상급 육상선수로 활약하며 체력과 노력의 중요성을 체감했고, 촌장 부임 후 다른 종목 지도자들과 소통하면서 이 같은 신념은 더욱 커졌다. 새벽운동과 주말 산행을 이어가던 중 “종목별 특성을 고려해달라”는 일부 지도자들의 요구에 “기초체력이 부족한데 종목별 특성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물론 체력과 노력만 강조하지 않는다. 체력과 노력이 뒷받침된 상태에서 스포츠과학을 가미하면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에 선수촌에 심리상담과 회복 프로그램을 도입해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장 촌장이 가장 주목한 것은 선수들의 심리다. 과거 올림픽을 앞두고 불안에 빠져 무너진 선수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는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진과 협업해 선수들과 일대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며 “기존에는 스포츠상담에 특화된 상담사들을 투입했지만, 이들은 선수와 상담을 마치기도 전에 답을 내려는 성향이 강했다. 오히려 스포츠와 무관한 정신과 교수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회복 프로그램과 영양 지원책도 흥미롭다. 종목 특성에 맞는 회복을 위해 경북대, 고려대 등 외부에서 교수진을 섭외해 각 종목 트레이너들에게 꾸준히 기량보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영양을 챙기면서도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가벼운 간식 등을 외부에서 공수해오기도 한다. 장 촌장은 “종목마다 회복방법이 달라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일례로 유도는 다른 종목과 달리 예선부터 결승까지 하루만에 모든 경기를 치른다”며 “몸 관리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외부 간식을 먹는 것도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된다. 간식을 통해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촌장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장재근 선수촌장은 파리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단 130여명에게 ‘엘리트선수다움’을 강조했다. 그러나 막연하게 애국심만 강조하기보다는 “스스로를 위해 메달을 따라”고 당부했다. 진천|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엘리트 선수다운 모습으로 올림픽에 나서자!

장 촌장은 선수들을 향해 “엘리트선수다운 모습으로 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엘리트선수다움’은 “자신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도 즐거운 경기를 펼치는 것”이다. 스스로 즐거움을 찾으며 만족하는 생활체육인과 달리 엘리트선수는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

장 촌장은 “간혹 ‘메달보다는 참가에 의의를 둬야 한다’, ‘즐기는 스포츠를 해야 한다’ 등의 말이 들려온다. 그러나 이는 엘리트선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어 “뉴델리와 서울에서 각각 도요타 도시오(일본)와 리펑(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애국가가 흘러나온 당시 시상대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설명했다.

다만 세상이 변했다는 점에는 그 역시 동의한다. 지도자, 행정가, 방송인 등을 두루 경험한 결과 선수들에게 무작정 애국심을 강조하기보다는 동기부여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죽기 살기로 뛰어 스스로에게 좋은 결과를 내는 게 결국 애국이 아니겠나”라는 게 장 촌장의 생각이다.

장 촌장은 다음달 12일 프랑스로 떠난다. 올림픽 개막에 앞서 퐁텐블로 사전캠프를 방문해 준비과정을 살피고, 선수들의 컨디션과 준비상태를 직접 점검한다. 그는 “큰 대회를 앞두고 심신의 피로를 호소하는 선수들이 많다. 이들을 마지막까지 끌고 가는 게 내 역할”이라며 “파리올림픽에서 한국스포츠 부활의 발판을 마련해오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진천|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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