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슬링국가대표팀 안한봉 감독(앞)은 선수와 지도자로서 한국레슬링의 황금기를 이끈 레전드다. 2024파리올림픽에서 세계의 벽을 절감했지만, ‘한국레슬링의 재도약’을 목표로 2026나고야·아이치아시안게임과 2028LA올림픽을 바라본다. 스포츠동아DB
“이 성적으로 무슨 할 말이 있겠나.”
9일(한국시간) 파리 샤를드골국제공항에서 만난 레슬링국가대표팀 안한봉 감독(56)의 표정은 무거웠다. 과거 선수와 지도자로 한국레슬링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그는 2024파리올림픽에서 한국레슬링의 현주소를 확인하며 고개를 숙였다.
한국레슬링은 파리올림픽에 남자 그레코로만형 130㎏급 이승찬(29·강원도체육회·세계랭킹 22위), 남자 그레코로만형 97㎏급 김승준(30·성신양회·60위), 여자 자유형 62㎏급 이한빛(30·완주군청·랭킹 없음)을 출전시켰지만 이들 모두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과거 레슬링이 한국스포츠의 올림픽 도전사에서 큰 위치를 차지한 사실을 고려하면 지금의 몰락은 충격적이다. 1976몬트리올올림픽에서 양정모가 남자 자유형 62㎏급 우승으로 한국에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고,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반세기 가깝게 매 대회 메달을 따냈지만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안 감독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류한수, 김현우 등 세계적 선수들을 보고 일본이 우리를 부러워했다. 먼저 합동훈련을 요청할 정도였다”며 “그러나 파리올림픽에서 일본은 (이날까지) 금 6, 은 1, 동 2개로 목표였던 금메달 6개를 달성했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선수로서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남자 그레코로만형 57kg급 금메달을 목에 건 안 감독은 지도자로도 정지현, 류한수, 김현우 등 메달리스트들을 잇달아 배출했다. 한국레슬링의 몰락을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올해 4월 적지 않은 나이에 대표팀 소방수로 투입된 뒤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보고 막막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한국레슬링의 재도약’만 바라보며 달려왔다.
안 감독이 강조하는 재도약의 키워드는 체력이다. 안 감독은 “대다수 선수들의 체력 상태가 매우 나쁘다는 판단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자마자 새벽~오전~오후~야간으로 이어지는 훈련세션을 가동했다. 그 과정을 버텨내야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6나고야·아이치아시안게임을 거쳐 2028LA올림픽에서 국제경쟁력을 회복하는 게 궁극적 목표다. 안 감독은 “세간의 인식과 달리 학생선수 숫자가 종전 세대보다 많이 줄지 않아 유망주들이 많다. 일단은 나고야·아이치아시안게임에서 한국레슬링이 보일 재도약 움직임에 주목해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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