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트라이아웃] “빨리 하고 싶지만 제대로” 프로 입성 간절히 바라는 ‘양동근 조카’ 양제이의 진심

입력 2024-08-19 14: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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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 조카’ 양제이가 19일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2025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서 투구 테스트를 하고 있다. 이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양동근 조카’ 양제이가 19일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2025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서 투구 테스트를 하고 있다. 이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9일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2025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는 각별한 사연을 지닌 이들이 모였다. 그중 가장 관심을 끈 참가자는 키 198㎝, 몸무게 110㎏의 우완투수 양제이(22·미국명 제이 아가니아)였다. 체격이 남다른 데다, 선수 시절 최고의 가드였던 남자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양동근 코치(43)의 조카라는 사실이 알려져 더 눈길이 쏠렸다.

양제이는 한국과 미국 이중국적자다. 양 코치의 친누나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미국 출생)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한국에서 생활하다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 덕분에 한국어로 소통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최근 미국 명문 조지타운대학교 대학원(생화학 전공) 석사과정에 합격했을 정도로 공부에도 재능이 있다. 양제이의 할머니 신영숙 씨(72)가 “운동이 아니라 공부를 하길 바랐다”고 말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2022년 양 코치와 함께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두산 베어스전을 지켜보면서 KBO리그를 향한 열망이 더 커졌다. “더 나이가 들면 어려워지니 지금 한국에 들어와서 해보는 게 좋겠다”는 양 코치의 조언을 듣고 귀국한 양제이는 7월부터 독립야구단 화성 코리요에서 뛰고 있다. 할아버지 양제신 씨(74)가 남양주에서 화성까지 손자의 출퇴근을 돕고 있다. 양제이에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최고의 조력자다.

양제이의 할아버지 양제신 씨(왼쪽)와 할머니 신영숙 씨. 이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양제이의 할아버지 양제신 씨(왼쪽)와 할머니 신영숙 씨. 이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양제신 씨는 “(손자가) 정말 열심히 한다. 무더위에 야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쓰럽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하더라”고 말했다. 양제이 역시 “프로에 가면 내가 운전할 테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쉬셨으면 좋겠다”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떨지 말고 편하게 하라. 네 100%를 보여주면 된다”는 양 코치의 조언을 듣고 트라이아웃에 나선 양제이는 이날 직구 최고 구속 147㎞를 찍었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곁들였고, 번트와 땅볼 수비도 무난하게 해냈다. 그러나 구속이 더 나오지 않아 아쉬움이 컸던 모양이다. 그는 “실전에서도 147㎞는 나온다. 미국에 있을 때 최고 구속이 152㎞까지 나왔는데, 연습을 더 해야 할 것 같다”며 “생각보다 떨리지 않고 몸 상태도 괜찮았다. 그저 구속이 조금 안 나와서 아쉬웠던 것”이라고 밝혔다.

트라이아웃은 10개 구단 스카우트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그만큼 간절할 수밖에 없다. 본인의 강점을 아낌없이 어필해야 한다. 양제이는 “키가 크다 보니 공에 힘이 있다”며 “익스텐션이 좋아서 147㎞를 던져도 150㎞ 같은 느낌을 낼 수 있는데, 실제 구속이 150㎞라면 더 강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KBO리그를 보면 투수들의 커브와 슬라이더 컨트롤이 좋더라”며 “구속도 중요하지만, 볼넷을 많이 주지 않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 프로에 가면 처음에는 2군에서 뛰더라도 많이 배우고 몸을 100% 쓸 수 있을 때 1군에 가야 한다. 많이 이기고 싶고, 잘하고 싶다. 빨리 하고 싶지만, 제대로 배우고 야구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천|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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