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이범호 감독이 17일 인천 SSG전 종료 후 정규시즌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명장 계보가 또다시 이어졌다!
2024시즌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한 KIA 타이거즈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커다란 ‘사령탑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 금품수수 혐의로 김종국 전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2024시즌 스프링캠프를 감독대행 체제로 시작했다.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고민을 거듭하던 구단 수뇌부와 모기업은 파격적인 결론을 내렸다. 1983년생인 이범호 코치를 제11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KBO리그 최초의 1980년대생 감독이었다.
2019년까지 KIA에서 선수로 활약한 이 감독은 은퇴 직후인 2020년부터 곧장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퓨처스(2군) 총괄코치, 타격코치 등을 거치며 지도자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갔다. 이 감독은 코치로 재임하던 시절에도 늘 “내게 딱 맞는 직업”이라며 선수 지도에서 오는 기쁨을 크게 드러내기도 했다.
이 감독은 비교적 최근까지 구단의 현역 선수로 활동하다가 코치로 변신했던 만큼, 선수단 내에선 ‘대화의 장벽’이 높지 않은 지도자로 유명했다. 선수들은 이 감독과 소통에서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고, 이 감독 역시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소위 ‘형님 리더십’에 최적화된 인물이었다.
이런 역량을 바탕으로 이 감독은 누구보다 KIA 선수단을 면밀히, 또 속속들이 잘 파악하고 있었다. 팀 전력을 100% 가까이 끌어내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조범현 전 감독.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초보 사령탑 티를 전혀 내지 않은 이 감독은 취임 첫해부터 팀을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끌며 순식간에 KIA 명장 반열에 올랐다. 2000년대 조범현 전 감독, 2010년대 김기태 전 감독에 이어 2020년대에는 이 감독이 타이거즈 명장의 배턴을 이어받았다. 이들 3명의 감독 모두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수확했다.
김기태 전 감독.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조 전 감독이 특유의 카리스마를 앞세워 팀을 이끌었다면, 김 전 감독은 카리스마에 형님 리더십을 더한 스타일이었다. 이 감독은 김 전 감독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형님 리더십의 색깔이 조금 더 진하게 묻어나는 사령탑이다.
이 감독이 앞선 2명의 명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남은 과업을 마저 달성해야 한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통한 통합우승이다. 조 전 감독과 김 전 감독은 각각 2009년과 2017년 팀의 통합우승을 지휘한 바 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