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올스타 페스티벌’ 한국 올스타-일본 올스타의 경기 후 양 팀 선수와 감독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부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올스타 페스티벌’은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하나가 된 화합의 장이었다.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은 본 경기 최초로 한국(WKBL)과 일본(W리그)의 맞대결로 펼쳐졌다. 2023~2024시즌 올스타 페스티벌 본 경기에 앞서서는 양국의 라이징 스타들이 맞붙었는데, 올 시즌에는 한·일 올스타가 총출동해 의미를 더했다. 한국 선수들은 5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W리그 올스타전에 참가한 바도 있다. WKBL 관계자는 “지속적인 한·일 여자농구 교류를 위한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일본 지도자와 선수들의 기대도 컸다. 일본 올스타를 이끈 블라디미르 부크사노비치 감독(덴소)은 “한국에 오게 돼 기쁘다. 이런 기회를 주어서 감사하다”며 “두 나라의 최고 선수들과 함께하게 돼 기대가 크다. 크리스마스 기간이다 보니 선수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농구는 기초적인 부분이 정말 중요한데, 한국은 기본기를 잘 다진 선수들이 많은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아카호 히마와리(덴소)는 “모두가 즐기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서 좋다”, 마치다 루이(후지쓰)는 “모두가 즐거워 보인다. 한국과 일본이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좋은 이벤트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카호와 마치다는 2024파리올림픽 대표팀에서 활약한 일본의 스타플레이어다.
한국과 일본의 올스타전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WKBL 올스타전은 선수들이 부담을 내려놓고 축제를 즐기는 무대의 성격이 강하다. 반면 일본 올스타전은 개인 기량을 마음껏 뽐내는 장이다. W리그 올스타전에 참가했던 김단비(아산 우리은행)는 “일본의 올스타전 문화는 한국과 달랐다”며 “우리가 뭔가 세리머니를 하면 팬들이 놀란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만큼 (W리그 올스타전) 다소 진지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일본 선수들은 WKBL 올스타전 특유의 분위기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며 행사를 더욱 빛냈다. 컬링과 새총 콘테스트 등 색다른 이벤트를 바라보는 선수들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경기 전 “세리머니는 내 영역이 아니다”고 수줍어하던 마치다는 자신의 등장곡인 일본 인기가요 ‘기미와 로쿠오 기카나이(너는 록을 듣지 않아)’에 맞춰 댄스를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3점슛 콘테스트와 스킬 챌린지 등 승부를 겨룰 때는 누구보다 진지했지만, 양국 선수들은 격의 없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김단비는 일본, 아카호는 한국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비기도 했다. 키 206㎝의 세르비아국가대표 센터 출신 부크사노비치 감독도 일본 선수의 유니폼을 빌려 입고는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경기장을 찾은 2489명의 팬들도 폭소를 터트렸다.
이날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선수들도 교류를 반겼다. 일본 MVP 오카모토 미유(도요타)는 “올스타전과 같은 교류가 지속되면 좋겠다”며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일본에서도 한국 선수들과 함께하는 이벤트가 진행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 MVP로 뽑힌 진안(부천 하나은행) 역시 “이렇게 일본과 교류하는 게 재미있다. 다음에는 우리가 일본으로 갔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부천|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