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가 11일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도중 CFA로부터 받은 영구제명 징계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수원|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32)가 축구인생의 기로에 섰다. 앞으로 계속 뛸 수 있느냐의 근본적 문제에 직면했다.
중국축구협회(CFA)는 10일 “전 산둥 타이샨 선수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했고, 축구 경기를 조작해 불법 이익을 얻었다”며 손준호의 영구제명을 발표했다. 이어 국제축구연맹(FIFA)에도 징계 결과를 전달했다.
자국 축구계에 만연한 부패 청산을 외치며 중국 사법당국과 함께 지난해부터 자정 작업에 나선 CFA는 승부조작과 불법도박 등에 연루된 61명에 대한 징계에 나섰고, 여기에 손준호가 포함됐다.
내부 심의가 진행 중이나 FIFA는 대개 각 회원국 협회의 조치를 존중하고, 그대로 인용하는 편이다. 과거 K리그 승부조작 사태에 연루된 축구인들에 대한 대한축구협회의 징계도 이견 없이 받아들였다. FIFA는 승부조작, 성 비위 등에 대해선 특히 엄격하다. 손준호는 지난해 5월부터 수감 생활을 하다 올 3월 풀려난 바 있다.
손준호는 CFA의 징계가 발표되자마자 기자간담회를 자청했으나, 오히려 ‘악수’가 됐다. 공안의 압박과 회유에 거짓 진술을 했다며 눈물을 보였음에도 여론은 냉담했다. 사태의 핵심이 다 빠져서다. 손준호는 당시 팀 동료 진징다오(김경도)에게 20만 위안(약 3700만원)을 받은 명확한 이유와 정확한 자금 출처 등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20만 위안을 받아 한동안 구속됐던 이가 지금껏 이유를 모른다는 사실을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다. 손준호는 승부조작의 대가가 아니라 개인간 금전거래라고 주장하나, 이를 뒷받침할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휴대폰 포렌식을 했다면서 하필 해당 기간만 빠졌고, 중국 법원 판결문조차 “가져오지 못했다”고 했다. 억울한 옥살이를 주장하며 억울함을 입증할 물증은 전무한 상황이다.
손준호는 “도와달라”고 호소했으나, 소속팀과 동행은 불가능했다. 수원FC는 13일 손준호와 계약을 해지했다. 6월 14일 입단 후 3개월 만이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니다. 손준호가 중국 슈퍼리그로 향하기 전까지 몸담은 전북 현대가 계약 성사 직전 발을 뺐음에도 수원FC가 영입을 강행한 배경에 대해선 향후 강도 높은 조사가 예고돼 있다. 세금으로 축구단을 지원하는 수원시는 이 사태를 몹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손준호는 힘겨운 싸움을 앞두고 있다. FIFA의 최종 판단을 확인한 뒤 재심 청구에 나설 참이다. 필요하다면 CAS(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제소도 고려한다. 다만 좋은 변호사를 구해도 승소 가능성은 희박하다. 불법자금이나 승부조작이 아니라는 최소한의 증거를 찾으려면 중국에 당사자가 직접 들어가는 것이 가장 빠른데, 무슨 영문인지 현시점에서 손준호 측의 자세는 미온적이다.
분명한 사실은 지금 축구계의 도움은 딱히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의 도움에도 한계가 있다. 당사자부터 최대로 노력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결국 손준호가 핵심 열쇠를 쥐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