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갈매기,연안부두서날까?

입력 2008-04-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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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SK - 방어율 1위 ‘짠물 마운드’ 일본식 관리야구, 지옥 전훈 2위 롯데 - 첫 팀 100득점 ‘불 방망이’ 메이저리그식 자율야구, 천국 전훈 신영철 SK 와이번스 사장은 지난해 '항구 시리즈'를 롯데에 제안하려고 했었다. 어떤 흥행고리도 없었던 SK 대 롯데전을 대한민국의 양대 항구 도시라 할 인천 대 부산의 대리전으로 설정하자는 이미지 메이킹 전략이었다. 그러나 SK는 이 계획을 내부적으로 조율하다 소멸시켰다. 롯데의 성적이 워낙 저조해 하나마나라고 자체 판단한 것이다. 실제 SK는 2007년 롯데 상대로 14승 4패의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초반 반짝하던 롯데가 7위(55승 68패 3무)로 주저앉은 치명적 원인이었다. 특히 롯데는 6월 19일 6차전부터 7월 20일 14차전까지 9연패를 당했다. SK 프런트가 미안해 할 정도였다. 게다가 부산으로 원정 응원을 떠났던 SK 팬 일부가 7월 부산 원정 도중 극소수 롯데 팬에 의해 폭행당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 사이 빈볼 시비까지 터져 나와 냉기류가 흐르기도 했다. 이 모든 근본 원인은 SK가 너무 많이 이긴 탓이었다. 그 반대급부(?)로 SK는 작년 ‘롯데 특수’를 거의 경험하지 못했다. 제리 로이스터 효과로 롯데 열풍이 사회·경제 현상으로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지만 작년에도 SK는 롯데를 맞아 첫 3연전을 1승 2패로 밀린 바 있다. 올 시즌 첫 격돌(4월 1∼3일)에서도 SK는 2연패로 시작했지만 3번째 대결에서 5-0으로 완승했다. 이후 SK는 7연승과 5연승을 해내며 단독 1위(14승 5패)로 치고 나갔다. 롯데도 1경기차 2위(12승 5패)로 턱밑까지 SK를 추격중이다. 이 시점에서 SK와 롯데는 2008년 프로야구 초반 판도를 걸고 3연전(22∼24일 문학구장) 외나무 격돌을 펼치게 됐다. 외견상 부산 갈매기가 연안부두 정복에 나서는 모양새지만 SK는 수성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SK의 한 코치는 “우리가 내리 두 판 지다가 3번째 경기를 그냥 이긴 것이 아니다”란 말로 롯데전 해법을 찾아냈음을 암시했다. 실제 김성근 SK 감독의 관리야구는 로이스터 감독과 유사 스타일의 방임주의적 야구에 강세를 띠어왔다. 이호준, 박재홍, 정경배, 쿠비얀 등이 줄줄이 빠져나가도 어떻게든 차곡차곡 승수를 쌓고 있다. 이기는 법을 터득한 팀이라 할 수 있다. 삼성마저 3연패로 물러났기에 롯데가 저지하지 못하면 작년에 이어 SK의 1위 독주 레이스가 펼쳐질 형국이다. 롯데-SK전은 가장 먼저 팀 100득점을 돌파한 공격야구(롯데) 대 팀 방어율 1위(3.16) 짠물야구(SK)의 빅뱅이다. 롯데 이대호-가르시아와 SK 불펜진은 양팀의 필승 아이콘이다. 롯데 주장 정수근의 표현을 빌리면 가장 훈련을 적게 소화한 팀 대 가장 혹독한 훈련을 견뎌낸 팀간 격돌이다. 정통 메이저리그식 매니지먼트를 지향하는 CEO 로이스터 대 일본식 혼의 야구를 주창하는 구루(guru) 김성근의 조우, 가히 프로야구판 ‘문명의 충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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