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행車탄이천수…득보다실?

입력 2008-07-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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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포항에 패하며 쓴 맛을 봤던 차범근(55) 수원 삼성 감독의 올 시즌 모토는 ‘신뢰’다. 차범근 감독은 올 초 동계훈련 기간 동안 개인기량 향상과 전술훈련 뿐 아니라 코칭스태프와 선수, 선·후배들 간 끈끈한 믿음을 형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는 올 시즌 현재 수원이 리그와 컵 대회 모두 선두를 달리는 밑바탕이 됐다. 차범근 감독의 이런 노력이 하루아침에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수원이 현재 이천수(27·페예노르트) 영입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기 때문. 페예노르트는 당초 이적료 320만유로(52억원) 수준에 이천수의 K리그 유턴을 타진했다가 구단들이 비싼 가격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최근 국내 에이전트를 통해 임대로 이천수를 원하는 수원과 접촉 중이다. 수원이 이천수 영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신영록, 하태균 등 최전방 요원에 비해 측면 미드필더가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 또한 주축 공격수 상당수가 올림픽, 국가대표팀에 수시 차출되면서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안정적인 후반기 운영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이천수의 단기 임대를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나무는 보되 숲은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처사’라는 지적이다. ○팀 분위기 흔들릴 수 있어 올 시즌 전반기 중요 고비마다 승수 추가에 성공한 후 수원 선수들은 “지고 있어도 진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내가 못 해주면 동료가 해줄 것으로 믿었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하지만 독단적인 행동으로 유명한 이천수의 합류는 차 감독이 애써 다져놓은 팀 분위기를 흐트러트릴 가능성이 크다. 또한 수원은 지난해 이름값만 믿고 특정선수에 거액을 쏟아 부었다가 젊은 보석을 벤치에 앉혀두는 오판을 경험한 바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신영록. 지난 시즌 벤치를 전전하던 신영록은 올 시즌 이적을 고려했다가 재능을 아깝게 여긴 차 감독이 신영록의 아버지를 만나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 요청해 가까스로 마음을 돌렸다. 차 감독은 이런 소동을 겪으며 자신과 팀 내 젊은 선수들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고 올해 연령별 주장제 도입 등을 통해 이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젊은 선수들은 차 감독의 믿음에 기량으로 보답했다. 신영록은 올 시즌 18경기에 출전해 6골 3도움을 올리며 수원 공격의 핵으로 자리 잡았다. 이 뿐 아니다. 수원은 올해 팀 내 막내뻘인 서동현이 차 감독에게 ”이번 경기는 주전으로 한 번 뛰어보고 싶다“고 의견을 낼 정도로 감독과 선수 간 장벽이 허물어졌다. 서동현 역시 올 시즌 최전방과 측면을 오가며 11골 1도움으로 맹활약 중이다. ○위화감 조성될 수도 이천수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임대라지만 거액이 필요한 만큼 자칫 팀 내 선수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될 수도 있다. 수원은 올 시즌을 앞두고 팀 내 최고참인 이운재, 주장 송종국과 새로 3년 계약을 맺었다.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윤우 구단주가 올 시즌 연봉 합리화 정책을 내세움에 따라 이들의 연봉은 동결되거나 삭감됐다. 팀에서 오랜 기간 몸담았던 고참 선수들은 구단의 처사를 이해했고 수원은 계약 후 ‘구단의 정책을 이해하고 재계약 조건을 받아들여 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수 개월 후 이천수 영입에 거액을 쏟아 부으려는 구단의 정책마저 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러나 차 감독은 ‘이천수 영입’에 대해 긍정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 한일 올스타전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29일 첫 훈련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갑작스레 이천수 영입 관련 제안을 받았으나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구단 실무자들이 이천수측과 계속 협의중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 결과에 대해 통보받은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파주|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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