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에세이]이승호,태극마크보고웃네요~

입력 2009-02-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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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서 짐을 챙기고 있는 SK 이승호(28·사진)에게 가뿐 발걸음으로 다가섰습니다. 돌아보는 그의 얼굴이 한없이 순해 보입니다. 대뜸 ‘감회가 남다르겠어요’라고 본론부터 꺼냈습니다. 그가 대답합니다. “예. 그냥 ‘마음 놓고 볼을 던질 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러면서 유니폼 왼쪽 소매를 만지작거립니다. 그 위에 붙어있는 작은 태극기가 유독 눈에 크게 들어옵니다. 딱 7년 만입니다. 이승호가 다시 태극마크를 단 게 말입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그리고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지금은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영광 뒤편으로 사라졌지만, 돌이켜보면 그 때도 참 행복했습니다. 이승호에게는 더 특별한 추억입니다. 두 번 다 국가대표로 참가했으니까요. 누구보다 잘 나가던 때가 있었습니다. 2000년 데뷔하자마자 ‘10승 투수’로 신인왕이 됐고, 이듬해에는 14승을 올리면서 에이스가 됐습니다. 2004년에는 무려 15승이나 따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는 기억조차 하기 싫을 겁니다. 부상, 수술, 재활, 그리고 또 재활. 알려진 대로 그는 지난 시즌에서야 길고 지루했던 터널을 빠져나왔습니다. 게다가 그는 이번 대표팀에서 억대 연봉을 받지 못하는 유일한 선수입니다. 그래도 그는 미소부터 짓습니다. “엔트리를 보니 내가 가장 지명도가 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내가 탈락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죠. 그런데 투수 엔트리가 사실상 확정됐다면서요? WBC에서 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레네요.” 그리고 덧붙입니다. “얼마 만에 단 태극마크인데요. 제 몫을 꼭 해내고 말 겁니다.” 이승호는 다시 짐가방을 메고 선수단 버스로 향합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왼팔에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참 평범하게만 보이는 팔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상상하기 힘들만큼 많은 내공이 숨어 있습니다. 2008년 10월을 수놓았던 그 왼팔의 힘을, 2009년 3월에도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하와이|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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