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영입,조범현전술의변화인가?

입력 2009-05-01 11: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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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김상현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2007년을 마친 뒤 새 감독으로 부임한 조범현 감독의 KIA는 메이저리그 출신으로 수비력을 인정받았던 내야수 윌슨 발데스를 새로운 용병 타자로 영입했다. 홍세완이 시즌을 접는 부상으로 팀에서 이탈한 이후 마땅한 유격수를 찾지 못해 당시에도 이미 서른 중반을 바라보던 2루수 김종국을 임시 유격수로 활용하면서 느꼈던 수비불안을 더 이상은 느끼지 않으리라는 선택이고 굳은 의지였다. 하지만 그 시점에 대해선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 수비력이 강한 팀이 강팀이고 수비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결코 우승할 수 없다는 건 자명한 이야기지만 2007년 팀 홈런, 타점에서 최하위에 머물며 팀 순위에서도 가장 아랫자리를 차지했던 팀이 수비에 투자를 한다는 건 어딘가 초점이 벗어나고 또는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KIA 입장에서는 뛰어난 수비력에 내심 테이블세터로서의 자질까지 기대했던 발데스는 그러나 현란했던 수비와는 달리 공격에서 대책 없이 아무 때곤 번트나 시도하며 용병 영입 실패작으로 시즌 중반 퇴출당했다. 그 이후 신인 김선빈의 등장은 어떤 면에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그들의 고민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 하나의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조범현 감독의 수비력 사랑은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전병두를 내주는 트레이드로 SK에서 수비는 잘하지만 공격은 많은 물음표를 가지고 있던 내야수 김형철과 포수 이성우를 데려왔고, 이번엔 외국인 선수를 모두 투수로 구성하면서 여전히 공격력에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지난해 KIA의 외야수들이 때려낸 홈런 숫자는 다 합쳐도 고작 12개. 거포 기질이 있던 김주형은 수비가 안 된다는 이유로 외야수나 대타 요원에 머무는 데 그쳤고, 최희섭, 장성호 등을 믿어보는 것 외에 공격력 강화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보이기까지 했다. 조범현 감독의 최근 트레이드 역시 보도가 될 때만 하더라도 수비수 사랑이 여전한 것처럼 보였다. KIA가 우완투수 강철민을 내보내고 LG로부터 받아온 선수는 김상현과 박기남. 공교롭게 같은 3루 포지션의 두 선수 영입을 두고 많은 언론들은 박기남으로 인한 내야의 수비력 강화와 김상현으로 인한 이용규, 채종범의 공격력 만회라 평했다. 이용규, 채종범이 외야수인 만큼 김상현의 영입이 KIA 3루 공격력의 강화는 아닐 거라는 전망이었던 셈이다. 김상현에 대해서는 공격은 인정하지만 이미 LG에서도 수비수로는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내려진 만큼 이현곤과 안치홍이 3루로 자리잡고 있는 현 시스템에서 김상현의 3루 기용은 염두하지 않는 듯한 인상이었다. 그러나 이적 이후 곧바로 7번 타순에 선발 출장한 김상현의 포지션은 의외로 3루였다. 그리고 21일 경기에 3타수 1안타로 타격감을 조율한 그는 트레이드 일주일 만이었던 지난 26일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만루홈런을 날렸다. 29일 경기까지 이적 후 성적만 놓고 보면 8경기에서 29타수 9안타로 3할 1푼, 1홈런과 9타점이다. 중간에 대타로 교체된 24일 경기만 빼면 매일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공격이 제대로 돼서 그런지, 꾸준히 선발 출장을 보장받아서 그런지 아직은 수비까지도 만족스럽다. 김상현의 맹활약에 KIA는 삼성과의 주말, 롯데와의 이번 주중까지 3연승을 달리기도 했다. 나지완-최희섭-김상현의 신 클린업트리오와 3루수 김상현, 유격수 이현곤, 2루수 안치홍, 1루수 최희섭의 내야라인에는 이제 더 이상 매 경기 뒤바뀌는 혼란스러움을 찾을 수 없다. 사실 선발로만 따지면 8개 구단 어디와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KIA였다. 윤석민의 마무리 가세로 이제는 뒷문까지 강해졌다. 꾸준히 터져주는 공격력만 받쳐주면 언제든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전력을 갖추었다는 KIA에게 김상현의 등장은 신비롭다. 더 나아가 ‘2군의 배리 본즈’로 잠재만 되어있던 공격력을 3루 고정 출장 결정으로 화끈하게 밀어준 조범현 감독의 전략에도 박수를 보낸다. 또한 김상현의 성공을 계기로 또 다른 적극적인, 공격적인 전술 발휘를 KIA 덕아웃에서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엠엘비파크 유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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