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홍성흔 [스포츠동아 DB]
23일 대구구장. 훈련을 마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덕아웃으로 들어온 롯데 홍성흔(32·사진)이 갑자기 괴성을 질렀다. 낙천주의자인 그가 이토록 짜증이 난 건 다름 아닌 얼굴에 자란 덥수룩한 수염 때문.
홍성흔은 21일 잠실 두산전에서 친정집을 상대로 5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롯데는 그의 활약에 힘입어 두산전 2연패를 끊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에 한마디 건넨 게 화근이 됐다. “홈런 칠 때까지 수염을 안 깎겠습니다.”
홍성흔은 두산전 이후 꾸준히 페이스를 올리며 2할대에 머물렀던 타율을 0.301(23일)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올 시즌 홈런은 아직까지 0개. 그의 수염 역시 그날 이후 계속 자라고 있다. “농담으로 말한 게 보도가 돼서 제가 수염을 못 깎아요. 답답해 죽겠어요. 나 이러다 12월에 산타클로스가 돼있는 거 아니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야구계 원조 꽃미남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팬들을 위해 홍성흔은 열심히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홈런을 치는 그 날까지.
대구|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