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스페셜]타자타구성향따라이동‘맞춤수비’

입력 2009-06-0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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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의모든것
한화 2루수 이여상은 2-4일 잠실 3연전 내내 LG 페타지니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2익수’로 변신했다. 우익수 강동우가 펜스 근처까지 물러난 대신 이여상이 외야 잔디로 수비 위치를 이동한 것이다.

이여상은 “데이터 상 그 지점에 페타지니의 타구가 가장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비 코치님이 지시하셨다”고 했다. 이른바 ‘페타지니 시프트’다. 다른 구단도 이미 지난달 초부터 그렇게 해왔다. 지난 주말 잠실 KIA전에서는 KIA 2루수 김종국이 이여상과 똑같은 지점에서 페타지니의 타구를 수비했다.

○강타자를 묶기 위한 ‘고육지책’

특정 타자를 묶기 위한 시프트는 1940년대 메이저리그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극단적으로 당겨 치는 좌타자 테드 윌리엄스를 막기 위해 클리블랜드 루 부드로 감독이 ‘부드로 시프트’를 선보이면서부터다. 윌리엄스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모든 야수들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윌리엄스 시프트’라고도 불렸다.

한 방향으로 유독 타구를 많이 보내는 타자에게는 확실히 효과가 크다. 요미우리 이승엽도 2일 지바 롯데와의 인터리그에서 희생양이 됐다.

밸런타인 감독은 이승엽 타석에서 유격수를 2루 뒤에 배치하고 3루수를 유격수 자리로 이동시켰는데, 결국 총알같은 좌전 안타성 타구가 3루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간 것이다.

지난해 타격왕 김현수도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시프트에 막혀 고전했다. 번번이 김현수의 안타성 타구를 잡아냈던 삼성 박진만은 “타구가 잘 가는 방향에 일부러 서 있었다”고 했다.

○시프트의 반작용

전력분석이 치밀해진 현대 야구에서는 자질구레한 시프트가 자주 형성된다. 타자의 성향은 물론 투수의 성향, 구종, 구위에 따라서도 야수들의 수비 위치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늘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 것만은 아니다. 코치들에게 “밀어치라”는 권유를 받았던 윌리엄스는 “내 타격폼이 흐트러지는 건 싫다”고 주장하면서 기어이 ‘마지막 4할’에 성공했다.

페타지니도 방법은 달랐지만 성공적으로 위기를 빠져나왔다. 지난달 초 처음 등장한 ‘페타지니 시프트’는 ‘이승엽 시프트’와 마찬가지로 극단적인 ‘우향우’ 형태였다. 하지만 페타지니는 곧바로 밀어치는 안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조차 여의치 않을 때는 기습 번트를 대 후진 수비를 펼치던 상대 야수들을 교란시켰다.

그래서 시프트도 진화했다. 한화 유격수 송광민은 “페타지니가 밀어치기 시작하면서 유격수의 이동폭은 이전보다 좁아졌다”고 했다. 이전처럼 2루 뒤까지 이동할 필요는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른바 ‘소극적인 페타지니 시프트’가 등장한 셈이다. 덫을 놓는 쪽도, 빠져나가려는 쪽도 쉽게 피해갈 수 없는 ‘확률의 게임’이다.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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