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더영화같은‘김원섭드라마’

입력 2009-08-1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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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4번째9회말역전끝내기만루홈런…군산홈팬열광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주신 선물인 것 같다.” 프로 8년 만에 처음으로 기록한 만루홈런. 그것도 프로야구 역사상 단 4번 밖에 나온 적이 없는 끝내기 만루홈런. KIA 김원섭(31)은 군산 팬들과 팀에 9연승을 선물한 만루홈런을 친 후 6월 19일 오랜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렸다.

올해 딱 6번 치러지는 군산경기. 더군다나 7일은 우천으로 순연, 다시 군산에서 열릴지 광주에서 치러질지 기약이 없었다. 어쩌면 군산에서 올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9일 SK-KIA전. 스탠드를 가득 메운 군산 팬들은 KIA의 9연승을 한 마음으로 바랬다. 응원노래도, 동작도 익숙하지 않지만 열심히 따라 부르고 박수치며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그러나 9회 2사까지 2-3으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의 고장. 군산시민들은 김상훈이 볼넷으로 출루하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다시 이현곤이 볼넷으로 출루, 이용규가 바뀐 투수 정우람과 끈질기게 승부하고 있었다. 대기타석에 서있던 김원섭에게 황병일 타격코치가 다가섰다. 대부분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주문은 ‘짧게 노려 쳐라’이다. 그러나 황 코치는 “무조건 직구다. 홈런을 친다는 생각으로 풀 스윙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용규가 볼넷을 얻어 걸어 나갔다.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 맨 마지막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9회말 2사 만루. 정우람은 힘차게 초구를 뿌렸다. 황 코치의 예상대로 직구였다. 몸쪽으로 붙인 142km 빠른 공. 김원섭은 놓치지 않았다. 온 힘을 다해 힘껏 배트를 휘둘렀고 타구는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극적인 역전에 1만 2000여명의 관중은 열광했다. 김원섭은 전반기 초반 이용규가 부상을 당하며 팀이 어려움을 겪을 때 유일하게 3할 이상 타율을 기록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6월 극도의 피곤함을 느꼈지만 팀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고, 만성간염까지 발견돼 입원치료를 받아야했다. 그리고 암으로 오랜 시간 투병을 해왔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다. 깊은 슬픔에 잠겨있던 김원섭은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7월 중순 37일 만에 1군에 돌아왔다. 타격 컨디션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지만 3할 이상 타율과 4할에 가까운 출루율을 유지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공수에서 꼭 필요한 소금 같은 역할을 해냈다.

김원섭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 직구만 노리고 들어갔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오늘 이렇게 기쁜 선물을 주신 것 같다. 올 시즌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팀이 계속 좋은 성적을 올리고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간다면 소원이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군산|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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