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야구장이든 공통점이 있다. 외야 팬스의 정중앙 바로 너머에는 관중석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중앙에 전광판이 없어도 마찬가지다. 대신, 녹색으로 된 넓은 판이 설치되어 있다. 이는 타석에 선 타자의 시야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곳에 관중석이 설치 된다면, 농구장에서 자유투를 넣을 때 벌어지는 광경을 야구장에서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 구조물은 전혀 예상치 않은 효과를 가져 온다. 구조물의 존재로 인해 방송 중계 카메라는 오른쪽으로 살짝 비껴서 위치하게 되고, 이 카메라 앵글은 결국 거짓말을 하게 된다.
※카메라 앵글이 하는 거짓말 - 1 직구
자료에서 빨간선은 좌투수와 우투수의 직구 궤적을 비교한 것이다. 동일한 릴리스 포인트와 95마일을 던지는 투수라면, 공을 놓은 후 포수 미트에 들어가는 시간은 같다. 하지만, 카메라 앵글로 인해, TV상에 보이는 궤적은 다르다. 좌투수의 경우가 훨씬 길기에 좌투수의 공이 빨라보인다. 같은 시간 동안 더 먼 거리를 이동하는 물체를 볼 경우, 우리는 더 빠르다고 느낀다. 반면, 무브먼트에 있어서는 우투수의 그것이 지저분해 보인다. 우투수의 화면상 궤적은 상대적으로 수직선에 가깝기 때문에, 횡으로 변하는 움직임이 더 또렷이 나타난다. 좌투수의 공이 스피드에서, 우투수의 공이 무브먼트에서 화면빨을 잘 받는다는 뜻이다. C.C 사바시아의 직구가 다른 파이어볼러의 직구의 비해, 더 빠르고 날카롭고 대신 밋밋하게 보이는 이유다.
※카메라 앵글이 하는 거짓말 - 2 커브, 슬라이더
녹색선은 커브의 궤적이다. 좌투수의 경우 TV 화면상 포물선이 액면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우투수의 경우 훨씬 짧은 선으로 그려진다. 이 때문에, 좌투수의 커브는 낙차가 커보이고, 우투수의 커브는 예리해 보인다. 좌완 투수의 절대 수가 부족함에도, 2층에서 낙하하는 것 같은 낙차 큰 커브의 소유자가 대부분 좌투수로 기억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반면, 좌투수의 커브볼 궤적은 옆에서 보여지기 때문에 화면상에서 12시-6시로 보여지지 않는 단점은 있다. 베리 지토의 커브는 구질 자체의 낙차도 엄청나지만, 화면빨도 분명 받고 있다.
슬라이더다. 노란선이 슬라이더의 궤적이다. 이해하기 쉽게 과장해서 궤적을 표시했다. 카메라가 오른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좌투수와 우투수를 가리지 않고 공의 전체 궤적은 좌측에서 우측을 향한다. 이때, 좌투수의 슬라이더는 공의 전체 궤적과 동일한 방향으로 휜다. 반면, 우투수의 슬라이더는 공의 전체 궤적과 반대로 우측에서 좌측으로 휜다. 이럴 경우, 그 휘어짐이 우투수의 경우에 쉽게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랜디 존슨의 슬라이더가 화면상에서는 밋밋하게 보이는 이유이다. 기타 구질도 위와 동일한 방식으로 생각하면 된다. 지면상 나머지 구질은 생략한다.
※카메라 앵글이 하는 거짓말 - 3 선수들의 폼도 왜곡시킨다.
그림에서 빨간 선은 카메라가 비추는 각도다. 지금 우타자는 오픈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카메라의 각도와 일치하기에 화면상에서는 스퀘어 스탠스(평행하게 발을 위치 시키는 것)로 보일 것이다. 반면, 좌타자의 경우 그림처럼 스퀘어 스탠스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카메라의 각도상 오픈 스탠스로 보일 것이다. 그림은 설명을 위해 과장되게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카메라 각도에 의해 의해 우타자의 스탠스는 실제보다 닫혀 보이고(클로즈드 스탠스), 좌타자의 스탠스는 실제보다 열려 보인다. 우리가 극단적으로 오픈 스탠스를 취하는 타자로, 보통 왼손 타자를 기억하는 이유가 바로 이 점에 있다. 물론, 우타자라 하여도 데릭 리나 헨리 라미레즈처럼 극단적인 오픈 스탠스를 하는 타자는 카메라에 상관없이 열려 있다.
카메라 앵글은 투수의 폼에도 비슷한 왜곡을 가한다. 좌투수의 팔각도가 실제보다 낮게 보이고, 우투수는 상대적으로 높아 보인다. 이런 이유로 좌투수의 경우 정통 오버스로 투수를 쉽게 떠올리기 힘들다. 앤디 패팃의 팔각도는 화면상으로 볼 때, 평범한 앵글를 가진 것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패팃은 굉징히 높은 타점을 가진 투수다. 실제로 패팃의 투구를 정면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패팃의 팔각도는 완전한 오버스로다.
※NESN의 새로운 시도, 중앙 카메라
카메라 앵글의 왜곡을 막기 위해, NESN은 최근 중앙에서 중계 카메라를 비춘다. 굉장히 생소하지만, 이 경우 좌-우 선수에 따른 화면상 왜곡은 없다. 더욱, 화면상 피칭 궤적이 완전히 수직선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횡의 움직임을 뚜렷이 나타내준다. 데이빗 아즈마의 직구가 그렉 매덕스의 그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NESN 화면으로 볼 때 마쓰자카의 슬라이더는 작년보다 굉장히 날카롭게 보인다. 올해, 많은 분들이 마쓰자카의 슬라이더가 좋아졌다 하는 이유도 일정 부분 이와 관련돼 있다는 생각이다.
NESN은 중앙 카메라를 만들기 위해, 카메라의 위치를 상당히 높게 옮겼다. 아래로 내려다보는 카메라 앵글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장감이 떨어진다. 필자의 생각에는 보통의 카메라 방식이 낫다. 무브먼트나 왜곡 보정보다는 생생한 화면이 입맛에 맞기 때문이다. 분석하려고 야구게임을 보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중계 카메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단지, 앵글이 거짓말을 할 뿐이다. 사실만을 말한다고 하여도, 이것이 언제나 진실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런 일이 비단 야구 중계에서만 일어나지는 않는 듯 하다.
☞ mlbpark 객원 칼럼니스트 [ 다나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