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농구에서 외국인선수는 팀 전력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21승8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전주 KCC는 외인 라인업이 든든하다. 타일러 데이비스(24·208㎝)와 귀화선수인 라건아(32·199㎝)로 꾸린 외인 라인업이 10개 팀 중 최강으로 꼽힌다.
데이비스는 29경기(평균 22분59초)에서 평균 15.7점·10.6리바운드·1.3블록슛, 라건아는 25경기(평균 19분8초)에서 평균 12.8점·8.8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둘 다 20분 안팎의 출전시간에도 최고의 효율성을 뽐내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페인트존 득점률인데, 데이비스는 63.6%, 라건아는 67.3%를 자랑한다. 안정적인 페인트존 득점은 KCC 전창진 감독(58)이 가장 바라는 부분이기도 하다. 높이가 필요한 순간에는 데이비스가 경기에 나서고, 그의 체력이 떨어지거나 빠른 공수전환이 필요할 때는 라건아가 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전 감독은 한결 편하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
데이비스와 라건아에 대한 신뢰는 경기에서만 드러나는 게 아니다. 평소 생활과 팀 훈련에서도 둘은 믿음을 주는 선수들이다. 전 감독은 10일 인천 전자랜드전(84-83 승)를 마친 뒤 올스타 휴식기를 맞아 선수들에게 이틀간의 휴식을 줬다. 전 감독은 11일 체육관 사무실로 출근했는데,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누군가 홀로 운동을 하고 있었다. 데이비스였다.
전 감독은 “데이비스는 이틀(11·12일)간의 휴식일 내내 체육관에 나와 개인운동을 하더라. 이번만이 아니다. 평소에도 쉬는 날 운동하러 나온다. 무릎 부상을 당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재활이나 웨이트트레이닝에 엄청 신경을 쓴다. 평소생활이나 훈련에서 내가 뭐라고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번은 데이비스가 쉬는 날 운동하러 나온 걸 라건아가 봤다. 거기에 자극을 받은 모양이다. 라건아는 경기가 있는 날에도 팀 훈련시간보다 한 시간 먼저 나와 슈팅연습을 한다.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러니 당연히 경기력이 좋을 수밖에 없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