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DB
-입찰을 실시하기로 했다. 색다른 시도인데.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산업적으로 스포츠를 바라봤다. 스포츠산업의 패러다임 자체가 40년 넘게 유지됐다. 산업적으로 보면 이런 케이스는 매우 드물다. 고민하지 않은 결과다. 새로운 패러다임과 새로운 시대로의 발전을 위한 시작이 이번 매각 작업이라고 봤다. 공개적인 공정한 입찰 과정을 통해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KBL도 전향적인 생각으로 뜻을 모아줬다. 인맥 등을 동원하는 네트워크 혹은 탑다운 방식의 매각은 공정가가 아니라고 봤다. 프로농구에 오랜 기간 기여한 전자랜드에게 좋은 새 주인은 찾아주는 게 중요하다. 인적 네트워크 활용은 목적을 100% 이룰 수 없다. 양보해야 할 부분도 있다. 매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공정, 공평한 기회를 주는 차원도 있다. 해외에서는 스포츠 구단 매매가 빈번하게 이뤄진다. 여러 경로를 통해 매각 작업이 이뤄진다. 이번에 시도하는 새로운 매각 방식이 스포츠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이다.”
-어떤 과정으로 입찰과 매수가 결정이 진행되나.
“KBL 홈페이지에 입찰 공고가 됐다. 매입을 원하는 곳에서 연락이 오면 일차적으로 간략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런 뒤 비밀유지확약서를 제출하는 회사들에게 풀 버전의 제안서를 제공한다. 풀 버전의 제안서에는 가격(매각대금) 등 민감한 정보가 담기기 때문에 비밀유지확약서를 받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마냥 앉아서 기다리는 건 아니다. 풀 마케팅과 푸시 마케팅을 동시에 진행한다. 매수 희망자들이 전자랜드 매각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돕고 있다. 3월 2일에 접수를 받는다. 별도의 장소가 마련될 것이다. 입찰을 마감한 뒤 KBL, 전자랜드 관계자들이 입회한 상태에서 입찰서를 확인한다. 그런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1~3순위까지 고려 중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있어 금액만으로 평가하진 않는다. 재무 상태, 구단 이수 후 운영 계획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 검토할 예정이다.”
-매수 희망자들을 입찰에 끌어들이기 위한 어필 포인트가 있을 듯 하다.
“흔히 국내에 4대 프로스포츠가 있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이다. 겨울스포츠로 보면 농구와 배구다. 팬들에게 다가갈 수는 매개체다. 지금까지 구단 입장에서는 투자의 개념이다. 기업이 스포츠에 참여하게 된 이유가 다양하지만 예전 패러다임 하에서는 구단을 소유하고 있다는 게 자부심이나 자랑거리는 아닌 상황이다. 하지만 프로스포츠는 사회공헌의 가치, 엔터테인먼트 요소 등 긍정적인 면을 갖고 있다. 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게 해주고,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고, 참여의 기회까지 제공한다. 사회적인 이팩트가 매우 크다고 본다. 기업의 ESG(기업의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투명 경영 등 비 재무 성과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지표) 차원에서도 구단을 운영해 시민들과 같이하는 장을 만드는 의미가 있다.”
-프로농구단 전자랜드의 가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반적으로 빅4 회계법인은 감사와 M&A 업무를 주로 한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M&A리그에서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다. 더불어 스포츠비즈니스 그룹을 보유하고 있다. 딜로이트 글로벌 내 스포츠비즈니스 그룹은 31개국에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이러한 노하우들이 전자랜드 매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전자랜드 매각 포인트 몇 가지가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프로스포츠에 구단 매각 사례가 없었다. 대부분이 창단이었다. 15년 만에 나온 매물이라는 점에서 매력 포인트가 있다고 본다. 4대 프로리그 구단들과 비교했을 때 운영비가 효율적이고 저렴하다. 게다가 전자랜드는 로열티를 가진 팬을 확보했고, 성적에 비해 충성도가 높다. 관중유치능력도 좋다. 경기당 승리 비용(한 경기를 승리하기 위해 투입되는 자금)이 상당히 효율적이다. 샐러리 캡도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저 비용으로 고 효율을 내는 구단이라고 본다.”
-그러나 프로농구단은 실질적인 자산이 없는 등 가치를 수치화 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전자랜드 구단은 재정자립도가 낮고, 스포츠산업 상업화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특수 관계자(모기업과 그 자회사) 수익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구단도 별도의 상업체(법인 등)로 분리가 되지 않는다. 재무제표 분석도 쉽지 않은 현실이었다. 나름대로 만들어가면서 했다. 글로벌에서 하고 있는 오랜 동안 가진 업력이 기반이 됐다. 우리가 분석 풀을 가지고 있는 게 있다. 리그 전체에서 발생하는 수입, 10구단 전체로 본 수익을 따져봤다. 한 구단이 독립적으로 잘 해서 이뤄진 부분도 있겠지만 구단간의 경기, 경쟁구도 등 구단간의 시너지도 반영된 결과다. 이 부분에 전자랜드가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뽑아냈다. 기초적인 정량적인 금액은 산출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정량적인 정보를 가장 아래에 두고 그 위에 전자랜드 갖고 있는 정성적인 장점을 분석해서 재무적 가치 위에 두는 바텀-업 방식으로 가치를 산출했다. 정성적 요소는 7가지 정도를 찾았다. 구단이 갖고 있는 정성적인 요소는 향후 더 늘어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데.
“코로나19 상황은 동전의 양면으로 봤다. 코로나19 때문에 저가 매수 가능하다고 본다. 이번은 수의 계약 형태의 단순한 손 바뀜이 아니다. 호재로 느끼는 분들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주식 가치가 높은데 현재는 주가가 떨어져 있다고 보면 될 듯 하다. 코로나19로 다양한 곳에서 패러다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스포츠로 보면 관람에서 중계를 지켜보는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다. 그렇다고 스포츠정신과 가치가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관중들이 없지만 프로스포츠 구단 운영으로 기업들이 누릴 수 있는 효과가 더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전자랜드 매각 입찰 사실이 공개된 뒤 어떤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지.
“달아오르고 있다고 본다. 일주일 정도 됐는데 감지를 할 수 있다는 정도다. 프로스포츠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산업이다. 구단의 소유자와 이름이 바뀌는 일이다. 공개 입찰을 진행하면서 기사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많은 버즈도 일어나고 있다. 전자랜드뿐 아니라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매각에 참여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본다. 팬들이 많이 유입되는 부분 또한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보고 있다.”
-입찰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좋지만 반대의 경우 타격이 클 듯 하다.
“그 부분에서 KBL이 고민을 많이 했다. 리스크가 분명히 있다. 전자랜드와 KBL 입장도 중요하다. 전자랜드를 제외한 9개 구단의 입장도 중요하다. 입찰이 끝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KBL과 협의하면서 공감했던 부분이 10개 구단이 유지돼야 한다는 부분이다. 입찰에 모든 걸 쏟는다는 계획이다. 결과에 따른 후속 계획은 가지고 있지만 언급할 상황은 아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