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원의‘내가본소렌스탐’…“인상차지만情도많아”

입력 2008-02-23 10: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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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개막전인 SBS오픈에서 우승한 안니카 소렌스탐(38·스웨덴)을 보면 ‘대단하다’라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소렌스탐은 지난해 허리와 목 부상으로 고작 13개 대회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게 세계 랭킹 1위 자리마저 빼앗겼다. 그 때문인지 투어 안에서는 ‘소렌스탐이 이제 선수 생활을 접고 사업 영역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올랜도에 자신의 이름으로 골프 아카데미를 열었고 지난해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골프대회까지 만들었으니 이런 얘기가 그럴듯하게 들릴 법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런 소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소렌스탐이 다시 돌아왔다. 그것도 극적이기까지 했다. 개막전 우승에 통산 70승 고지라는 현역 선수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LPGA투어에서 통산 6승을 거둔 나로서는 ‘70’이라는 우승 숫자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몸으로 깨닫고 있다. 소렌스탐은 나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신인 때는 풀 시드가 아닌 조건부 출전권자였고 루키 시즌에 우승이 없었는데도 꾸준한 상위권 성적에 힘입어 신인왕에 올랐다는 것이다. 소렌스탐은 신인 시절 이듬해인 1995년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첫 승을 올린 뒤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2001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대회 2라운드에서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공식대회에서 59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2002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콜로니얼대회에서 성대결을 벌여 예선 탈락을 하긴 했어도 남자대회 출전을 위해 근육을 키운 덕분인지 LPGA투어에서 무려 11승을 올리며 ‘여제’의 자리를 굳혔다. 소렌스탐이 늘 냉철하고 강인한 이미지여서 ‘철녀’로 불리긴 해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가끔 소렌스탐과 동반자가 되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시시콜콜한 사생활을 털어놓지는 않아도 재미있는 상황이나 우스갯소리로 분위기를 좋게 만들 때도 있다. 그만큼 선수들에게 다정하고 예의 있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예전에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기 위해 숫자 59가 새겨진 소렌스탐의 볼에 사인을 해 달라고 했더니 선뜻 해준 적도 있다. 시즌 벽두부터 화려하게 부활한 소렌스탐. 1999년과 2000년에 라이벌 관계였던 캐리 웹(호주)에게 넘겨줬던 1위 자리를 찾은 것처럼 오초아에게 빼앗긴 랭킹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동료 선수로서가 아닌 골프를 좋아하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 앞으로의 결과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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