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마저 풀리자 이 감독과 김 코치는 ‘사람 죽일 필요는 없지’란 표정으로 예정에 없던 서브 및 리시브, 토스 동작을 가르쳐준다. 쉬어가는 타임. “서브는 쳐내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뿌린다는 생각으로 해보세요.” “리시브와 토스를 할 때는 공을 두려워하지 말고 끝까지 보세요.” 다행히 수확은 있다. 마음과는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는 바람에 나머지 한 시간 동안 체력 훈련 대신 이 감독만의 기초 동작 지도를 배우다보니 기본기엔 꽤 익숙해졌다. 물론 선천적으로 부족한 운동 신경에 볼은 제 멋대로 튀었지만.
다시 생겨난 자신감에 코트로 뛰어든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던 김 코치 왈, “딱 5세트만 더 해봅시다.” 선수들의 환호를 받으며 슬라이딩을 몇 번 더하다 결국 넉다운이 됐다. 이날 훈련은 몸풀기 삼아 쉽게 진행한 것이라나. 문득 체육관 벽에 걸린 선명한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오늘 흘린 땀이 내일의 영광을 약속한다.’
그녀들의 아름다운 우승 뒤에는 분명,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덕평=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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