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마닐라를 여행지로 추천할 만한 이유는 외곽으로 조금만 벗어나면 천혜의 자연 환경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따가이 따가이 화산, 팍상한 폭포가 자리하고 있고 바로 지금부터 이야기를 꺼내게 된 인트라무로스(intramuros)의 매력 때문이다.
인트라무로스는 짧게 설명하면 필리핀 안의 작은 스페인 거리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이 지역은 필리핀 식민 통치를 이끈 스페인 정복자들이 만든 도시다. 여기에는 과거 스페인 정복자들의 유적지와 그들의 주택 외관이 완벽하게 유지되어 있다. 동남아시아 여행에서 과거 스페인의 유적을 만나는 기쁨은 여행자들에게 반전과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 일으킨다.
인트라무로스가 인상적인 까닭은 단순히 스페인 유적지를 볼 수 있다는 점 외에도 필리핀의 천주교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를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기적의 성당으로 불리는 '성 어거스틴 성당'과 '마닐라 대성당'의 위용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먼저 '성 어거스틴 성당'은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스페인풍으로 설계한 최초의 유럽식 석조건물이다. 1587년에 착공하여 1607년에 완성되었다.
이 성당은 필리핀 사람들에게 기적의 교회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인트라무로스 대부분이 파괴됐지만 이곳만은 남아있었고 숱한 지진 속에서도 원형이 파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적 같은 일화는 성 어거스틴 대성당을 찾은 이들에게 과거 화려했던 스페인의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정교하고 고풍스러운 벽화는 물론 그동안 성 어거스틴 대성당을 지켜온 신부들의 얼굴을 그려놓은 그림들이 여행객의 종교와 상관없이 그를 숙연하게 만들 것이다.
또한 내부의 성 어거스틴 박물관은 천주교의 의례에 사용됐던 복식과 도구 등을 한 자리에 전시해 놓고 있다. 천주교의 역사에 관심을 가진 여행객이라면 반드시 들러 눈으로 담아두길 바란다. 안타깝게도 이 곳에서는 유물의 보존을 위해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이어 성 어거스틴 대성당을 나와 조금만 더 걸어가면 마닐라 대성당이 나온다. 마닐라 대성당은 1581년에 처음 건축됐으나 이후 지진 등과 같은 자연 재해로 인해 몇 번이나 다시 재건됐다.
마닐라 대성당은 성 어거스틴 대성당만큼이나 필리핀 마닐라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장소로 로마네스크 비잔틴 양식으로 설계된 성당 내부와 스테인드글라스 창의 위용이 여행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앞서 소개한 성 어거스틴 대성당과 마닐라 대성당은 여행객에는 단순한 관광지 혹은 유적지일이 모르지만 필리핀 사람들에겐 종교적인 성지이자 상징적인 곳이다. 인트라무로스를 본격적으로 즐기기 전 제일 위엄있는 모습으로 여행객들을 맞는 두 대성당을 맞아 일상에 찌들고 지친 마음을 털어내보는 것을 어떨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