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 3국 여행 ④]빌뉴스, 리투아니아

입력 2015-10-27 10: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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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올라가는 방법과 케이블카를 타는 방법이 있는데 케이블카를 추천한다. 1.5유로. 작은 성 내부에서는 따로 입장료를 받는다. 모두투어 제공

걸어서 올라가는 방법과 케이블카를 타는 방법이 있는데 케이블카를 추천한다. 1.5유로. 작은 성 내부에서는 따로 입장료를 받는다. 모두투어 제공

들판은 추수가 끝난 밀밭과 끝없는 침엽수림으로 장관을 이뤘다. 버스를 탄 탓인지 따로 국경검색은 없었고 리가에서 네 시간 반 만에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들어왔다. 리투아니아는 또 달랐다. 에스토니아의 간결하되 고풍스러움과 라트비아의 역동적이되 담백함을 반반씩 가지고 있었다. 단어 하나를 고르라면 아마, 적당했다가 맞을 것 같았다.

우선 터미널 앞 호텔에 묵기로 했다. 물가는 대체적으로 리투아니아가 3국 중 가장 괜찮은 것 같고 하늘 역시 이곳이 가장 맑다. 날씨에 완벽함이란 것이 있다면 바로 발트의 이때를 말하는 것 일게다. 사실 리투아니아는 한 때 유럽에서 가장 큰 면적을 가졌던 나라였다. 지금의 벨로루시와 우크라이나가 전부 리투아니아의 땅이었다. 그 강성함은 징기스칸이 자비 없는 서진으로 러시아를 지나 유럽 쪽으로 넘어왔을 때에도 이 나라를 넘지 못하고 방향을 아래로 틀었을 정도로 강력했다고 한다. 라트비아와는 달리 러시아 인구가 그리 많지 않은 곳으로 침략국이었던 러시아를 정서적으로 멀리하는 리투아니아. 리투아니아는 무언가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호텔에서 준 지도를 보니 가장 먼 곳에 성 베드로 바울 성당이 있다. 보통이라면 구시가지를 여행할 때 시작점이라는 새벽의 문에서 시작했겠지만 솔직히 탈린과 리가를 거쳐 오면서 구시가지에 조금 식상해진 탓인지, 왠지 올드타운을 벗어나 가장 먼 곳부터 다녀오고 싶어졌다. 외곽으로 빠져 그곳까지 걷는다. 차도 별로 없고 약간 오르막인 그 길에는 차와 자전거를 탄 사람들만이 지나갈 뿐이다. 도로 옆으로 대충 아무렇게 자란 풀 섶과 낙서들 그리고 유리가 깨진 채 방치되고 있는 건물도 보인다. 리가나 탈린처럼 갈매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소담하게 핀 수국만이 그 길에 빛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시간이 좋다. 호젓한 호숫가도 아닌 유서 깊은 성의 정상도 아닌 그저 길 위에 있는 혼자만의 시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길이 주는 작지만 위대한 동행. 언제나 함께 해왔던 길을 몰라왔던 탓일까. 이상하게 눈물이 난다.

성 베드로 바울 성당에 도착. 내부의 아름다움은 유럽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흰색으로 통일한 내부는 웅장함보다는 화사함으로, 경건함보다는 차분함으로 다가온다. 천정화와 내부 가득히 촘촘하게 무수히 박혀있는 조각품들은 거의 원형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는 진품들이라고 한다. 밖으로 나오자 문 밖에서 이 성당을 떠나지 못하겠다는 듯 온통 검은 색으로 치장한 한 여성이 기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장면을 카메라로 찍고 있다. 가끔 이 작은 물건의 기능과 방향성에 대해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다. 다시 구시가지로 돌아간다. 야트막한 언덕 정상에 있는 게다미나스성에 올라가보기로 했다. 게다미나스 대공Gediminas, 1316~1341이 리투아니아의 수도를 트라카이에서 이곳으로 옮긴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지었다고 하는 이 성은 빌뉴스 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빌뉴스의 상징물 중 하나지만 또 빌뉴스 사람들에게는 휴식 공간 같은 곳이기도 하다. 원래는 이곳에서 선셋을 보려고 했었는데 시간이 마땅치 않다. 아쉽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름다운 선셋들을 보아왔기 때문에 리투아니아에서는 그냥 넘기기로 한다.

주말 빌뉴스에서는 여기저기 결혼식이 한창이다. 성당과 공원의 잔디밭, 성벽길과 강 쪽의 다리에는 이제 막 결혼식을 마친 한 쌍과 그들의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이 한껏 옷을 차려입고 이 한낮의 축제를 함께 즐기고 있다. 종종 우리나라에서는 행복의 지수를 경제적인 수치와 연결시키곤 하지만, 발트3국은 그런 부분에서는 한참 뒤쳐질지 몰라도 행복지수에서는 분명 월등할 것이다. 실제로도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이들보다 두 배나 낮다고 한다.

빌뉴스에서 외관이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손꼽히는 웅장한 성 오나 성당은 빌뉴스의 성당투어의 하이라이트이다. 발트 3국 중에서 가장 먼저 기독교를 받아들인 리투아니아는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보다 훨씬 더 종교적인 까닭에 성당과 교회 건물이 유난히 많다. 빌뉴스에만 유서 깊은 성당이 26개나 된다고 한다. 고딕 양식과 삐죽삐죽한 첨탑 끝으로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성, 오나 성당은 나폴레옹이 손바닥에 얹고 파리로 가져가고 싶어 했다는 후일담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새벽의 문까지 내려와서 다시 마지막으로 한 성당에 들렀다. 러시아 성령 성당의 겉모습은 무척 수수하다. 그러나 성당 내부는 이제까지 3국을 돌면서 보았던 가장 아름다운 모습. 녹색으로 꾸며진 내부는 마치 갖가지 보물로 가득 찬 동굴 같다. 초록색으로 눈이 부셔보기는 정말이지 처음이다. 조심스럽게 들어온 신자들은 그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짤막하지만 깊은 기도를 올린 후 조용히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빈 공간에는 조심스러운 발자국 소리와 나 그리고 그들이 두고 간 신앙만이 남아있다.

예술인 듯 예술 아닌 듯, 우주피스Uzupis
오늘은 아침부터 다른 나라로 간다. 우주피스 공화국. 한국말처럼 무척 익숙하게 들리는 이 이름은 그러나 빌뉴스 빌넬레강 너머에 있는, 리투아니아어로 ‘강 건너 마을’이라는 뜻의 작은 예술인 마을이다. 1997년 4월 1일 리투아니아 내 예술가들이 모여 만우절의 지독한 거짓말처럼 독립 선언을 한 후, 리투아니아 내 예술가들의 창작과 창조의 공간이 되어왔다. 실제로 매 년 4월 1일은 실제 독립을 선포해 이곳을 지나가려면 여권을 제시해야 한다고 한다. 장난 같지만 이곳에는 헌법도 있고 대통령도 있으며 12명의 상비군도 있다. 원래 이곳은 수세기 동안 유대인이 살았던 마을이었고 소련의 해체와 리투아니아의 독립 후 버려졌던 일종의 게토였다. 이곳을 살려낸 것은 동구권에서 하나 둘씩 모여 온 변방의 예술가들이었지만 끊임없이 가꾸고 유지해 온 빌뉴스 시민들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것은 하나의 일회성 퍼포먼스도 아니고 단순한 문화적인 접근도 아니다. 이것은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한동안 꽤 얼어붙었던 예술에 대한 갈증이 직접적으로 표현된 소중한 결과물이자 하나의 작은 지혜이다.

예술가의 비딱한 시선답게 우주피스의 중심광장에는 검은 천사상이 있다. 의식적으로 꾸미지 않은 우주피스는 이곳을 중심으로 공원 쪽으로 나가는 길과 성벽으로 올라가는 길 그리고 다리 건너 구시가지로 되돌아 나가는 길로 나뉜다. 중강중간 예술적인 그래피티와 공방들, 조형물 등이 눈에 띈다. 어떻게든 예술을 상업과 연결시키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나름대로 자체 헌법도 만들어 놓고 있는데 그 중 일부 내용은 이렇다.

누구나 실수할 권리
누구나 게으를 권리
누구나 독특할 권리
누구나 사랑할 권리
누구나 행복하거나 행복하지 않을 권리
누구나 죽을 권리
개는 개가 될 권리
누구나 울 수 있는 권리
누구나 아무 권리를 갖지 않을 권리
누구나 그 권리를 등한시 할 권리

누구나 무엇을 아무렇게나 할 수 있다는 권리, 아무나 어떤 것을 그냥 할 수 있다는 권리. 우주피스 공화국의 이야기는 결국,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그렇게 원했던 끝없는 자유의 의지였다. 그래서 현 시대 전 지구적으로 자유와 평화의 상징적인 인물이 된 달라이라마가 우즈피스의 명예시민이라고 한다.

발트의 길, 발트 인간 사슬
소련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세 나라를 연결하는 620km의 길이에 달하는 거리를 손에 손을 잡고 인간 띠를 만든 역사를 일컫는다. 당시 3국 전체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200만 명 이상의 국민이 자유와 독립에 대한 갈망의 의지로 거리로 나왔고 이는 곧 독립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소련의 압박이 심할 당시에도 폭력이나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노래로 대응하였기 때문에 ‘노래하는 혁명Singing Revolution’이라고도 명명되는 이 역사적인 사건은 1989년 8월 23일에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 라트비아 수도 리가를 지나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까지 이르렀다. 이들은 거대한 인간띠를 형성하고 국기를 흔들며 자유를 향한 열망을 외치는 등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평화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는 인간이 만든 가장 긴 띠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으며, 발트 3국은 이를 세계문화유산등록으로 추진 중이다.

제공 : 모두투어(www.modetour.com, 1544-5252), TRAVEL MAGAZINE GO ON

<동아닷컴>

<발트 3국 공통 팁>

환전
3국 공히 유로를 쓴다. 현지 환전율이 그다지 좋지 않다. 많은 숙소와 식당에서 카드를 받으므로 카드와 현금을 적절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언어
발트 3국의 언어는 모두 다르며 인접국이지만 특히 에스토니아의 언어는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언어와는 본질적으로 완전하게 다르다. 영어가 잘 통하지만 러시아어를 할 수 있다면 라트비아에서는 좀 더 편하게 여행 할 수 있다.

전압
한국과 같다. 220v 동일.

발트 내의 국경 넘기
버스로 국경을 넘을 때는 특별한 검사를 하지 않는다. 개인별 이동시 불시에 검문이 있을 수 있다.

버스 이동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세 나라는 서로 이웃하고 있으며 나라 자체가 크지 않아 버스로 이동할 수 있다. 에스토니아에서 리가까지는 다섯 시간, 다시 빌뉴스까지는 대략 네 시간 정도가 걸린다. 버스티켓은 각 나라의 버스터미널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국가 간의 이동 티켓은 일반 창구에서 팔지 않고 룩스나 에코라인 같은 개인 버스 회사의 별도 부스에서 판매한다. 버스표는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과 현장 구매 모두 가능하며 버스 탑승 전 여권 검사를 하기 때문에 여권 지참은 필수. 버스 내부에서 인터넷이 가능하다.
에코라인 http://ecolines.net/en/
룩스 http://www.luxexpress.eu/en

기차 이동
전 유럽을 커버하는 유레일패스는 불행하게도 발트 국가로는 들어오지 않는다.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그 등에서 기차로 입국이 가능하나, 라트비아의 경우 벨로루시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벨로루시 비자가 따로 필요하다. 기차로의 입국은 비 추천.

선박 이동
핀란드에서 에스토니아로 오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편수도 많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보다 물가가 싸기 때문에 돌아가는 배편은 생필품과 맥주 등의 주류를 사가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치안
표현을 잘 하는 민족은 아니지만 러시아나 폴란드보다 훨씬 밝은 분위기라 치안 문제는 다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야간 시간의 도심 활보는 주의할 것.

인터넷
발트의 인터넷 사정은 꽤 좋다. 전 세계적인 인터넷전화로 유명한 스카이프를 처음 발명한 곳도 에스토니아이다. 숙소와 레스토랑, 터미널 등지에서 쉽게 와이파이에 연결된다.

비자
발트 3국 모두 비자가 필요하지 않다. 90일 무비자로 여행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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