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행 ③]낙쉐 로스탐·파사르가데

입력 2016-02-1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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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두투어 TRAVEL MAGAZINE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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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QSH-E ROSTAM
바위에 새긴 거대한 신비, 낙쉐 로스탐

페르세폴리스에서 서북쪽으로 6km쯤 떨어진 곳, 낙쉐 로스탐이 있다. 이 거대한 암굴 무덤은 다리우스 2세와 다리우스 1세 그리고 크세르크세스 1세와 아르타크세르크세스 1세 등 아케메네스 왕조 4명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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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바위산 절벽에 십자가 형상을 새겨 넣고 그 안에 시신을 넣은 묘인 낙쉐 로스탐을 처음 보았을 때는 솔직히 페르세폴리스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난생 처음 보는 형태와 크기였기 때문이다. 이 공간이 페르세폴리스 건설을 지시했다는 다리우스 1세의 무덤이며 불을 숭배하고 시신을 새에게 바친다는, 조장 풍습으로 유명한 조로아스터교와 맞물린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에는 드디어 꿈과 현실의 절대적인 경계, 딱 그 중간 지점이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높이가 20여 미터가 되는 무덤 아래에는 페르시아 제국 멸망 후 페르시아의 적통임을 자처한 사산조 페르시아의 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조각들이 마치 하나의 파노라마처럼 새겨져 있다.

이 왕들의 무덤 정원 앞에는 기원전 5세기에 만들어진, 아직 학설이 분분하지만 조로아스터교의 신전이라고도 조심스럽게 추측되는 카바 신전이 있어 이 꿈같은 공간에 정점을 찍는다. 사람들은 모두 선 채로 손에 턱을 괴거나 억지로 팔을 뒤로 돌려 잡는 등 약간은 비일상적인 이상한 자세로 이 기념비적인 구조물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오히려 무척 무감한 표정과 자세였다. 난생 처음 보는 당황스러운 장면 앞에서 쭈뼛거리는 순진한 어린아이들의 모습. 사람들은 모두 그 시절로 되돌아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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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ARGADAE
천국의 단서, 파사르가데

채 정신이 되돌아오기 전에 오아시스 도시 파사르가데에 도착했다. 이 유적은 기원전 539년, 세계 역사상 첫 통일제국으로 인정받는 아케메네스 왕조의 첫 번째 도읍지로 낙쉐 로스탐에서 80킬로미터 거리에 있으며 다리우스 1세가 페르세폴리스로 왕도를 옮겨가기 전까지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첫 수도였다. 파사르가데에는 거대한 크기의 석묘가 있는데 페르시아 왕조를 세운 키루스 2세, 즉 고레스BC559~530왕으로도 불리는 자의 석묘다. 구약성경에서 하나님은 고레스왕을 지칭하며 ‘그는 나의 목자라 나의 모든 기쁨을 성취하리라’고 했다. 고레스왕은 칙령을 발표해 바빌로니아에 잡혀 있던 4만 유대인을 석방해 고향으로 돌려보내라고 지시한 후 예루살렘에 성전을 세우도록 명했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기독교의 전파에 있어 고레스가 엄청난 역할을 했던 것이다. 종교를 가리지 않는 고레스의 치적은 이 파사르가데를 그래서 파라다이스의 어원으로 탄생시켰다. 때문에 이곳은 기독교도들의 성지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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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뼘 당 10미터가 되는 정육면체를 한 바퀴 돌아본다. 하나님과 고레스가 등장하고 먼 옛날 기독교와 현세의 무슬림이 교차하는 시간. 파란 하늘아래였지만 왠지 한 번쯤은 모래바람이 불어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미친다. 모든 것이 마치 믿기 어려운 신기루처럼 어릿하게 보이기를 바랐기에.

정리=동아닷컴 고영준 기자 hotbas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취재협조·사진=모두투어 TRAVEL MAGAZINE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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