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얼로지]소슬한 정취서 찾은 새로운 매력, 겨울 완주 나들이

입력 2024-12-03 11:41:2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완주 대둔산의 대표 명물이  금강구름다리. 이곳 아래로 펼쳐지는 전경과 머리 위에 병풍처럼 늘어선 봉우리의 모습 모두 일품이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완주 대둔산의 대표 명물이 금강구름다리. 이곳 아래로 펼쳐지는 전경과 머리 위에 병풍처럼 늘어선 봉우리의 모습 모두 일품이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자주 찾아가던 익숙한 공간도 계절이 바뀌면 느낌이 확 달라진다. 봄이나 여름에 자연의 싱그러움과 발랄함이 인상적이던 곳이 겨울에는 고즈넉한 정감이 자리하면서 예전에 미처 몰랐던 새로운 매력을 선사한다. 완주는 참 많이 갔던 고장이다. 그런데 대부분 봄이나 여름, 가을에 가봤지, 이번처럼 겨울에 간 적은 거의 없었다. 차가운 대기의 투명함이 몸으로 느껴지는 이때, 다시 찾은 대둔산과 위봉폭포에는 ‘왜 이런 모습을 여태 못 봤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색다른 정취가 있다. 미처 떠나지 못한 가을의 여운이 살짝 남아있는 가운데 삽상한 겨울 기운이 여행객에게 색다른 여운을 준다.
금강구름다리와 함께 대둔산을 대표하는 명물인 삼선계단. 길이는 30여m 정도이지만 가파른 경사와 계단 사이로 훤히 보이는 아찔한 절벽의 모습이 오금을 저리게 한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금강구름다리와 함께 대둔산을 대표하는 명물인 삼선계단. 길이는 30여m 정도이지만 가파른 경사와 계단 사이로 훤히 보이는 아찔한 절벽의 모습이 오금을 저리게 한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소슬한 겨울 정취의 기암절벽, 대둔산
대둔산은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운 완주의 자랑이자 보물이다. 곳곳에 드러난 화강암 암반이 기암괴석을 이루고 있고, 빼곡한 숲이 산을 온통 둘러싸 예로부터 ‘호남의 금강산’이란 찬사를 들어 왔다.
해발 878m로 높지 않지만 우뚝 솟은 최고봉 마천대 아래로 펼쳐진 바위 봉우리의 자태가 수려하다. 오르기 쉽지 않은 산이지만, 정상을 향해 가는 동안 눈에 들어오는 봉우리마다 독특한 형상이 재미있다. 그래서 원효대사는 대둔산을 가리켜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격찬했다.
대둔산은 낙조대, 태고사 그리고 금강폭포, 동심바위, 금강계곡, 삼선약수터, 옥계동 계곡 등 볼 것이 많아 최소 반나절 정도는 시간을 갖고 찾는게 좋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대둔산은 낙조대, 태고사 그리고 금강폭포, 동심바위, 금강계곡, 삼선약수터, 옥계동 계곡 등 볼 것이 많아 최소 반나절 정도는 시간을 갖고 찾는게 좋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흙보다는 돌이 많은 등산객들이 말하는 전형적인 ‘골산’으로 가벼운 산행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산이다. 요즘은 7부 능선까지 케이블카로 갈 수 있어 훨씬 편해졌지만, 그래도 금강구름다리나 삼선계단까지 가려면 30분 이상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정상 부근 금강구름다리는 대둔산의 대표 명소이다. 여기서 내려보는 풍광이 매력이고 인증샷을 찍기도 좋다. 금강구름다리를 건너면 약수정이 나오는데, 이곳에 또 다른 명물 삼선계단이 있다. 계곡 사이에 놓인 약 30m 길이의 가파른 철제 계단인데, 오르는 스릴이 여간 아니다. 밑에서 올려다봐도 아찔한데, 오르면서 내려다 보이는 아찔한 절벽과 주위 봉우리의 박력이 대단하다. 다행히 계단을 오르기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해 우회 경로도 있다.
대둔산은 전형적인 ‘골산’으로 가벼운 산행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요즘은 7부 능선까지 케이블카로 갈 수 있어 훨씬 편해졌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대둔산은 전형적인 ‘골산’으로 가벼운 산행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요즘은 7부 능선까지 케이블카로 갈 수 있어 훨씬 편해졌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삼선계단을 올라가면 왕관바위다. 여기까지만 와도 사실 대둔산 나들이는 완성인데, 정상 마천대까지 더 가는 사람들이 많다. 왕관바위에서 약 20분 정도는 돌계단을 더 올라가야 한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대둔산은 낙조대, 태고사 그리고 금강폭포, 동심바위, 금강계곡, 삼선약수터, 옥계동 계곡 등 볼 것이 많아 최소 반나절 정도는 시간을 갖고 찾는게 좋다.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지만 겨울 산길이어서 결빙을 대비한 준비는 해야 한다.
차로 쉽게 찾아 갈 수 있는 완주 위봉산성. 현재 남아있는 석벽과 서쪽 아치형 석문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차로 쉽게 찾아 갈 수 있는 완주 위봉산성. 현재 남아있는 석벽과 서쪽 아치형 석문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산속에 살포시 자리한 산성과 폭포
위봉산성은 1675년(숙종 1)에 7년에 거쳐 쌓은 포곡식 산성이다. 전라감사 권재윤이 유사시에 전주 경기전의 태조 영정, 조경묘의 시조 위패를 옮겨 봉안하기 위해 전주 근처에서 험한 지형을 골라 성을 축조했다. 산성이란 이름답게 원래는 여기까지 올라가기가 만만치 않았지만, 이제는 차로 인근까지 쉽게 갈 수 있다.
완주 위봉산성 성벽. 원래 폭 3m, 높이 4~5m, 16km 둘레로 만들어져 3곳의 성문과 8개의 암문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주로 통하는 서문과  일부 석벽만 남아 있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완주 위봉산성 성벽. 원래 폭 3m, 높이 4~5m, 16km 둘레로 만들어져 3곳의 성문과 8개의 암문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주로 통하는 서문과 일부 석벽만 남아 있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당초 폭 3m, 높이 4~5m, 16km 둘레로 만들어져 3곳의 성문과 8개의 암문이 있었다. 지금은 일부 성벽과 동, 서, 북 3개문 중 전주로 통하는 서문만 남아 있다. 문 위에 있던 3칸의 문루도 사라지고 높이 3m, 폭 3m의 아치형 석문만 현존한다. 실제 걸을 수 있는 구간은 도로에서 보이는 게 전부다.
위봉산성 동문 쪽에 있는 위봉폭포. 완산 8경으로 꼽히는 절경이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위봉산성 동문 쪽에 있는 위봉폭포. 완산 8경으로 꼽히는 절경이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위봉산성 동문 쪽에 있는 위봉폭포는 높이 60m의 2단 폭포다. 완산 8경에 드는 절경이다. 도로에서 폭포 아래까지 목재 계단 산책로로 연결돼 있어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여름 경치가 유명하지만, 겨울에 찾아도 색다른 풍광을 느낄 수 있다. 위봉폭포는 또한 이곳에서 우리나라 판소리 8대 명창 중 한 분인 권삼득 선생이 수련하며 득음의 경지오른 곳이기도 하다.
위봉폭포는 전북 천리 길의 완주구간 ‘고종시 마실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고종시는 조선시대 고종 임금이 이곳 동상면에서 나는 곶감을 즐겨 먹어 붙여진 곶감이다. 보통 감보다 알이 작고 씨가 없으며 맛이 달다. 고종시 마실길은 위봉산성~위봉사∼위봉폭포∼송곶재∼시향전망대∼다자미마을을 지나 동상면 학동마을까지 이어진다.
비구니 도량인 완주 위봉사. 사찰 내부 건축물의 배치나 공간 구성이 아기자기하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비구니 도량인 완주 위봉사. 사찰 내부 건축물의 배치나 공간 구성이 아기자기하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위봉산 자락에는 위봉사가 있다. 깊은 산속의 사찰이지만 마당이 평탄하고 널찍하다. 보광명전 앞에 서 있는 늙은 소나무 한 그루가 절의 살아온 세월을 말해준다.
비구니 도량으로 절집이 크지는 않지만, 사찰 내부 건축물의 배치나 공간 구성이 아기자기하다. 팔작지붕으로 유명한 보광명전 지붕의 용마루와 위봉산 능선의 어우러짐은 사진으로 담기 좋은 절경이다.
위봉산 능선이 바라보이는 위봉사 마당. 보광명전 앞의 커다란 노송이 인상적이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위봉산 능선이 바라보이는 위봉사 마당. 보광명전 앞의 커다란 노송이 인상적이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위봉산에는 또한 전북명장으로 선정된 도예가 진정욱 대표가 운영하는 도예복합문화공간 봉강요가 있다. 2024년 전라북도 치유관광지로 선정된 곳이다. 조용한 산속 깊은 미술관에서 다양한 작품도 감상하고,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완주의 도예복합문화공간 봉강요. 도장을 이용해 점토에 찍는 ‘인화문기법’을 사용한 분청사기 체험이 인기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완주의 도예복합문화공간 봉강요. 도장을 이용해 점토에 찍는 ‘인화문기법’을 사용한 분청사기 체험이 인기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봉강요의 인기 프로그램은 도장을 이용해 점토에 찍는 ‘인화문기법’을 사용한 분청사기 체험이다. 미리 준비된 도장을 이용해 무늬를 담아낼 수 있다. 체험은 1~2시간 정도 소요되며, 작품이 완성되면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봉강요는 한적한 숲에서 여유롭게 자연을 느껴보고, 세상에 하나 뿐인 도자기도 만들 수 있는 완주힐링여행 코스다.
고서점과 헌책방, 북카페로 이루어진 북 하우스와 한국학아카이브, 전시와 강연시설을 갖춘 북 갤러리 등이 있는 완주 삼례책마을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고서점과 헌책방, 북카페로 이루어진 북 하우스와 한국학아카이브, 전시와 강연시설을 갖춘 북 갤러리 등이 있는 완주 삼례책마을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옛 양곡창고의 재탄생, 삼례책마을과 삼례문화예술촌
2016년 8월 문을 연 삼례책마을은 고서점과 헌책방, 북카페로 이루어진 북 하우스와 한국학아카이브, 전시와 강연시설을 갖춘 북 갤러리 등 세 동의 건물로 이루어졌다. 삼례역에서 도보로 가까워서 젊은 여행객들도 많이 찾는다.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 사이에 지어진 양곡창고를 개조해 만들었다. 세미나, 전시회, 음악 공연, 북콘서트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지속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삼례책마을 책박물관에서 내년 4월14일까지 진행하는 ‘전설의 DJ 김광한 팝송전’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삼례책마을 책박물관에서 내년 4월14일까지 진행하는 ‘전설의 DJ 김광한 팝송전’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현재 삼례책마을 책박물관에서는 ‘전설의 DJ 김광한 팝송전’이 열리고 있다. 1960~90년대까지의 음반 8000여 장과 유명 가수 사진, 인터뷰 녹음테이프, CD, 방송원고, 음악 도서, 음향기기 등 2만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김광한의 방송 육성 녹음 파일을 다시 들을 수 있는 추억의 ‘골든팝스’도 상영한다. 2025년 4월 14일까지다.
일제강점기 양곡창고를 개조한 복합문화예술공간 삼례문화예술촌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일제강점기 양곡창고를 개조한 복합문화예술공간 삼례문화예술촌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삼례문화예술촌도 일제강점기에 지은 양곡창고를 개조해 만든 복합문화예술 공간이다. 2013년 개관했고, 2018년 3월 ‘삼례를 세계로!, 세계는 삼례로!’ 라는 슬로건으로 새로운 문화 예술 공간으로 재개관 했다. 1920년대 지어진 건물 양식과 흔적이 보존되어 있어 예술촌 내부 건축물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오성한옥마을의 아원고택. 옛 한옥을 그대로 옮겨와 기본 뼈대를 살리고 서까래와 기와만 교체했다고 한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오성한옥마을의 아원고택. 옛 한옥을 그대로 옮겨와 기본 뼈대를 살리고 서까래와 기와만 교체했다고 한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오성한옥마을
오성한옥마을은 종남산, 서방산, 위봉산 등 울창한 산림과 맑은 계곡, 호수가 있는 자연생태경관이 수려한 마을이다. 높고 낮은 지형의 형태에 맞춰 지어진 전통한옥들과 토석담장, 골목길 등이 있어 옛스런 정취가 매력이다.
전통방식의 시골밥상과 부꾸미 등 먹거리와 마을안길 걷기, 생태 숲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한옥스테이와 오스 갤러리, 아원고택, 소양고택 등 다양한 숙박부터 전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고택들이 있어 가족여행으로도 인기다.

아원고택은 1층의 현대식 갤러리와 2층으로 올라가면 볼 수 있는 한옥의 정경이 명물이다. 만휴당과 안채, 사랑채, 별채로 이루어졌는데, 안채와 사랑채는 진주의 250년 고택, 정읍의 150년 고택을 이축했다. 기본 뼈대는 그대로 살리고 서까래와 기와만 교체했다.
소양고택은 고창과 무안에 있던 180년 된 고택 3채를 해체하여 소양면에 이축했다. 한옥 문화체험관으로 갤러리와 두베카페, 플리커 책방 등을 갖추고 있다.
오성한옥마을 소양고택의 두베 카페. 이것서 내려다보는 마을 풍광이 멋지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오성한옥마을 소양고택의 두베 카페. 이것서 내려다보는 마을 풍광이 멋지다 사진제공|지엔씨이십일

오성한옥마을은 2012년 한옥 관광지원화지구로 지정된 뒤 마을 50가구 중 23채가 한옥과 고택으로 이루어졌다. 드라마나 광고촬영 배경으로 인기인데, 방탄소년단(BTS)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도 알려져 한류 팬들의 ‘성지순례’ 코스이기도 하다.


완주|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