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8회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그러나…감동은 없고 숙제만 남겼다

입력 2013-06-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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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오른쪽)이 18일 열린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이란과 최종전에서 상대 수비의 태클을 피해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울산|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이란에 0-1…우즈벡, 후반에만 5골 폭풍 ‘십년감수’


풀지 못한 숙제

한번의 수비 실수로 결승골 헌납
무딘 골 결정력…문전 찬스 번번이 놓쳐


유종의 미는 고사하고 하마터면 월드컵 진출에 실패할 뻔했다.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자축하는 시원한 축포도, 감동적인 드라마도 없었다. 한국은 숙제만 잔뜩 안은 채 그 동안 어렵게 벌어놨던 승점 덕에 가까스로 브라질 무대를 밟게 됐다.

한국은 18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벌어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마지막 경기에서 ‘숙적’ 이란에 0-1로 패했다. 최종예선에서 두 번 다 이란에 0-1로 무릎을 꿇는 수모를 당했다.

한국의 최종전적은 4승2무2패(승점 14). 이란이 5승1무2패(승점 16)로 조 1위를 차지했고 한국은 같은 시간 카타르를 5-1로 누른 우즈베키스탄(4승2무2패)과 승점은 같지만 골 득실(한국 +6, 우즈베키스탄 +5)에서 앞서 간신히 조 2위로 본선 티켓을 따냈다. 1986멕시코월드컵부터 8회 연속 본선 진출. 8회 연속은 아시아 최초이자 브라질(19회), 독일(15회), 이탈리아(13회), 아르헨티나(10회), 스페인(9회)이어 세계 6번째 기록이다.

한국은 어이없게 결승골을 헌납했다. 후반 15분 김영권이 평범한 볼을 빼앗겼다. 이란 구차네자드는 킬러답게 침착한 왼발 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사실 이란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이란은 경기 전날 양 팀 매니저 미팅 때 동시간대에 열리는 우즈베키스탄-카타르 전과 1초 단위까지도 킥오프를 같이 하자는 무리한 제안을 했다가 경기감독관에게 핀잔만 듣고 거절당했다. 그만큼 초조하다는 방증. 더구나 4만2000명 붉은 물결이 문수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우자 이란은 더 움츠러들었다.

이란은 비기기로 작정한 듯 전원이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왔다. 이란 케이로스 감독과 선수들은 전반 내내 심판에게 항의하기 바빴다. 하지만 한국 공격도 날카롭지 못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제외된 이청용의 부재가 컸다.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김신욱 투 톱에 손흥민과 지동원을 좌우 날개에 포진시킨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전반 5분 김신욱의 오른발 발리슛과 전반 40분 이명주의 일대일 찬스가 무산됐다. 후반에 선제골을 허용하자 최 감독은 이근호와 김보경을 연달아 투입했다. 후반 30분 코너킥에 이은 문전 혼전 상황에서 김영권과 장현수가 연속으로 때린 결정적인 슛이 상대 골키퍼 육탄방어에 막히며 땅을 쳤다. 이란은 앞서자 또 다시 침대축구를 구사했다. 일방적인 야유에도 걸핏하면 쓰러지며 시간을 끌었다.

종료휘슬이 울리자 이날 경기를 끝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게 된 최 감독은 쓸쓸하게 고개를 숙였다. 더구나 이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마치 약을 올리듯 한국 벤치 바로 앞에 와서 세리머니를 하는 추태를 부렸다. 그러나 다 한국이 자초한 일이었다. 경기 전 이란과 주고받았던 날카로운 설전들이 무색하기만 했다.

울산|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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