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배영섭,검투사 헬멧과 오버랩

입력 2013-09-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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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는 ‘맞을 수도 있다’는 공포와 싸워야 한다. 8일 잠실에서 LG 리즈가 던진 시속 151km짜리 강속구에 헬멧을 맞은 삼성 배영섭은 정신적 후유증을 뒤로 한 채 3일 만에 다시 그라운드에 섰다. 11일 목동 넥센전 1회초 몸쪽 공이 날아오자 침착하게 피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리즈 151km 강속구 관자놀이 강타 후
3일만에 열린 첫 경기 툭툭 털고 출장

검투사 헬멧 제작했던 적장 염감독도
“프로라면 그 정도는 돼야” 투혼에 감탄


삼성 배영섭(27)은 11일 목동 넥센전에 1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다른 날이었다면 특별할 게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 경기만큼은 관심이 집중됐다. ‘그 사건’ 이후 3일 만에 열린 첫 경기였기 때문이다.


● 3일 만에 정상 출장한 배영섭 “아무 문제없다”

배영섭은 8일 잠실 LG전에서 레다메스 리즈의 시속 151km짜리 강속구에 관자놀이 부분을 맞았다. 헬멧으로 덮인 부위였다 해도 맞자마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 다행히 결과는 단순타박상. 다만 잠재돼 있을지 모를 후유증이 걱정거리였다. 심리적 타격도 무척 컸을 터. 며칠 쉬겠다는 의사를 전해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배영섭은 굴하지 않았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정상적으로 경기 전 훈련을 소화했다. “맞는 순간 무척 놀라기는 했지만, 경기에는 큰 지장이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나 역시 깜짝 놀랐지만 천만다행으로 괜찮다고 한다. 잘해 줄 것”이라고 격려했다. 물론 좋지 않은 기억인 것은 사실이다. 삼성 관계자는 “배영섭이 잊고 싶은 일을 자꾸 상기시키는 게 싫어 인터뷰도 자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 염경엽 감독이 떠올린 심정수의 투혼

적장인 넥센 염경엽 감독도 배영섭의 투혼에 감탄했다. 동시에 현대 시절의 거포 심정수(은퇴)의 10년 전 투혼을 떠올렸다. 심정수가 얼굴에 공을 맞은 뒤 착용했던 ‘검투사 헬멧’을 직접 만들어냈던 인연이 있어서다. 심정수는 2001년 6월 롯데 강민영의 공에 얼굴을 맞아 얼굴뼈가 골절되고 함몰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이때 원당에 있던 염경엽 당시 현대 운영팀 과장이 아이디어를 내 얼굴 아랫부분을 덮는 검투사 헬멧을 직접 제작했고, 심정수가 이 헬멧을 쓰고 복귀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일본과 미국에서도 제작되지 않은 사실상의 ‘특허품’. 이후 KIA 이종범과 김상현(현 SK), 삼성 조동찬이 비슷한 헬멧을 착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염 감독은 “심정수가 또 다시 공에 맞아 큰 부상을 입고도(2003년 4월 6일 수원 롯데전) 곧바로 다음 경기에 나가겠다고 말해 밤을 새워 수작업으로 헬멧을 제작해 주기도 했다”며 “프로라면 그 정도 의지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사구의 두려움을 털고 투혼을 발휘하는 선수들에 대한 찬사였다.

목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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