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본 2013년 한국축구 명암] 최용수, 최연소 아시아 올해의 감독상…축구인생 새로운 터닝 포인트

입력 2013-1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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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최용수 감독은 AFC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요즘 K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도자다. 사진은 2012년 K리그 올스타전에서 화제를 모았던 최 감독의 발로텔리 세리머니. 스포츠동아DB

4. AFC감독상 수상 최용수

성적·흥행 뿐 아니라 재미있는 축구 구상
올겨울 선수 스쿼드에도 많은 변화 줄 계획


최근 몇 년 사이 K리그에서 가장 ‘핫(hot)’한 지도자로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꼽힌다. 최 감독은 2011년 4월, 감독대행 신분으로 벼랑 끝에 몰린 팀을 맡아 훌륭하게 재정비했다. 이듬해인 2012년 정식 감독 타이틀을 처음 달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K리그 감독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이어 아시아 올해의 감독상까지 받았다. 최 감독은 ‘쇼맨십’도 자타공인 최고다. 작년 올스타전 때는 득점 후 당시 화제를 모으던 이탈리아 공격수 발로텔리 세리머니로 폭소를 자아냈다. 작년 리그 우승 확정 후에는 진짜 말을 타고 등장해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 최용수가 꿈꾸는 축구

최 감독 등장 이후 K리그의 벤치 문화가 역동적으로 바뀌었다.

최 감독은 벤치에서 거침이 없다. 90분 내내 테크니컬에어리어에 서서 선수들을 진두 지휘한다. 골이 들어가면 선수보다 더 기뻐하며 펄쩍펄쩍 뛰고 찬스를 놓칠 때면 땅을 치고 아쉬워한다. 이제 그런 모습이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서울을 상대하는 팀들은 “선수 12명과 싸우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 장대비가 오는 날 최 감독은 고급양복이 흠뻑 젖는 것도 아랑곳 않는다. 수중전이 벌어지면 최 감독 때문에 다른 감독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비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최 감독은 그라운드 안에서는 치열하게 싸우되 밖에서는 선후배의 정을 돈독히 유지하는 그런 관계를 꿈꾼다. 최 감독은 “킥오프 휘슬과 함께 벤치의 기 싸움도 시작 된다”고 말한다. 상대 감독이 학교 선배이든 과거 은사이든 경기 중에는 양보가 없다. 최 감독이 아쉬워하는 경기가 하나 있다. 2012년 11월4일 수원 삼성과 홈경기. 서울은 그 경기 전까지 수원을 상대로 7연패, 6경기 연속 무득점이었다. K리그 최고 라이벌전이라는 평이 무색할 정도로 열세였다. 그날도 서울은 0-1로 끌려가고 있었다.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후반 중반 교체 투입된 정조국이 종료 5분 전 동점골을 터뜨렸다. 분위기가 완전히 서울로 기울었다. 남은 시간 충분히 역전도 가능했다. 그러나 수원 윤성효(현 부산) 감독은 노련했다. 윤 감독은 정조국의 골이 오프사이드라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느린 장면을 아무리 돌려봐도 오프사이드는 아니었다. 서울의 흐름을 끊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를 보는 최 감독은 애가 탔다. 단순히 역전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 아니었다. 남은 시간 4만 명이 넘게 모인 관중에게 더 멋진 경기를 보여줄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할 것 같아 초조했다. 윤 감독 항의로 경기는 3분 이상 지체됐고, 다시 재개됐다가 허무하게 끝나 버렸다.

최 감독은 당시 윤 감독에게 다가가 “선배님 이제 그만하시고 경기에 집중 하시죠. 4만 명이 넘는 관중이 슈퍼매치를 보러 왔습니다”고 따끔하게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윤 감독은 최 감독의 동래고-연세대 선배다. 둘은 평소 친한 사이다. 하지만 경기장 안에서는 똑같은 감독이다. 지도자는 팬들에게 좋은 축구를 보여줄 의무가 있다는 게 최 감독 생각이다.

최 감독은 경기 후에는 다시 서글서글하고 예의바른 후배로 돌아온다. 축구인끼리 화합해 서로 밀어주고 도와주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 최 감독은 올 6월 K리그 감독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골프를 쳤다. 그가 일일이 연락을 돌렸고, 라운딩 비용도 지불했다. 일종의 작년 우승 턱이었다. 그는 이런 모임을 통해 서로 가감 없이 의견을 나누고 한국축구 발전을 논의하고 싶어 한다.


● 업그레이드된 서울을 꿈꾸다

최 감독은 지난 3년 동안 쉴 틈 없이 달려왔다. 한 눈 팔지 않고 서울을 좋은 팀으로 만드는 데 신경 썼고, 승승장구했다. 그런 그도 요즘 조금씩 무기력함을 많이 느꼈다. 감독대행을 맡은 직후 끓어올랐던 열정이 조금씩 식는 것도 느꼈다.

올해 받은 AFC 감독상이 터닝 포인트가 됐다. 최 감독은 “상을 받은 것 자체도 기분 좋지만 이렇게 큰 상을 통해 마음을 다시 다잡을 수 있게 됐다. 더 잘해야겠다는 새로운 기운이 생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 감독은 내년에 좀 더 업그레이드된 서울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히 좋은 성적, 관중 흥행 뿐 아니라 재밌는 축구로 한국축구의 패러다임을 선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 겨울 선수 스쿼드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줄 계획이다. 그는 “지금까지 해온 것을 지키려 하면 안 된다. 서울 같은 팀에 정체는 퇴보나 마찬가지다. 발전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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