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극장 클라이맥스는 ‘권혁 타임’

입력 2015-04-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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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김성근 감독 연출작 ‘한화극장’의 주인공은 팀에서 가장 많은 14경기에 등판해 1승1패3홀드4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는 좌완투수 권혁이다. 스포츠동아DB

3이닝 이상도 책임지는 불꽃투혼 감동
5할승률 반란 이끈 한화 승리 보증수표
주위걱정에 “원없이 던지려 한화 왔다”

최근 6년(2009∼2014년) 중 5차례 꼴찌. 도무지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던 한화에 희망의 무지개가 피어나고 있다. 28일까지 12승10패. 아직은 시즌 초반이지만, 5할 이상의 승률로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치욕과 굴욕의 역사를 써나가던 ‘언더독’의 도전과 반란에 팬들은 열광한다.

한화는 올 시즌 프로야구 최대 히트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상대를 압도할 전력은 분명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게 물러나지도 않는다. 거의 매 경기가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접전이다. 6경기가 1점차, 5경기가 2점차, 4경기가 3점차로 승부가 갈렸다. 이기나 지나, 끝날 때까지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애간장 야구’다. 그래서 ‘한화 베이스볼 시네마’는 시청률 보증수표로 떠오르고 있다.

김성근 감독이 연출하는 ‘한화극장’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권혁(32)이다. 시즌 초반만 해도 그가 불펜의 승리방정식이 돼줄지 반신반의했으나, 이제 그는 승리의 황금열쇠를 쥔 ‘백마 탄 왕자’로 통하고 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이 등판(14경기)했고, 선발투수들을 제치고 2번째로 많은 이닝(22.1이닝)을 던졌다. 1승1패3홀드4세이브. 그만큼 권혁이 한화 야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때론 2이닝도, 3이닝도 책임지는 그의 ‘불꽃 투혼’에 한화 팬들은 안쓰러움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낀다. 주변에서 모두들 “괜찮을까”라며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지만, 오히려 스스로는 “원 없이 던져보려고 한화에 왔다”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김 감독은 그가 흔들리거나 힘겨운 기색을 보이면 마운드까지 직접 올라가 그의 볼을 어루만지고, 엉덩이를 토닥거린다. ‘권혁 없는 한화 야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권혁은 삼성 시절 한때는 불펜의 핵으로 활약했지만, 최근 수년간은 못 미더운 투수로 전락했다. 마운드 왕국, 질식 불펜을 자랑하는 삼성에서 그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결국 권혁은 지난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한화로 이적했다. 4년 32억원의 조건. 당시만 해도 ‘한화가 너무 과한 투자를 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지만, 이젠 오히려 ‘한화가 봉 잡았다’는 평가로 바뀌었다.

시즌 초반 한화 야구는 권혁까지 바통을 이어주느냐, 못 이어주느냐의 싸움으로 진행되고 있다. 팬들도 이제 ‘승리의 보증수표’로 통하는 권혁이 등판하기만을 기다린다. 그리고 권혁이 등판하는 순간, ‘한화 극장’은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승리로 가는 문, 한화 팬들의 심장이 뛰는 시간, ‘It‘s 권혁 타임’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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