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불운 날린 이상희 “구름위 걷는 기분”

입력 2016-05-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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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가 3년8개월의 침묵을 깨고 SK텔레콤오픈에서 프로 통산 3승째를 달성했다. 22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 18번홀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7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환호하며 기뻐하는 이상희. 사진제공|KPGA

이상희가 3년8개월의 침묵을 깨고 SK텔레콤오픈에서 프로 통산 3승째를 달성했다. 22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 18번홀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7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환호하며 기뻐하는 이상희. 사진제공|KPGA

■ 10언더파 278타 SK텔레콤오픈 우승

프로데뷔 최연소 우승기록 세웠던 기대주
2013년부터 우승 불운·후원 불발 상처들
피나는 훈련 끝 정상 “페덱스컵 1위가 꿈”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다. 너무 좋다.”

4년 가까이 이어져온 우승 징크스를 털어내고 이상희(24)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오픈(총상금 10억원·우승상금 2억원)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상희는 22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오션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에 보기 3개를 적어내며 3언더파 69타를 쳤다.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이상희는 김경태(30·9언더파 279타)의 추격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이상희는 남자골프의 기대주였다. 프로데뷔 첫 해이던 2011년 10월 NH농협오픈에서 19세 6개월 10일의 나이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역대 최연소 우승기록을 세웠다. 2년차 징크스도 없었다. 2012년에는 메이저대회인 KPGA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며 투어 강자로 우뚝 섰다. 여세를 몰아 그해 12월에는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했다.

이상희는 앳된 외모와 달리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승부욕이 강하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면 더 큰 목표를 세워 계속해서 도전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아무 정보도 없이 무작정 미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하기도 했다. 당시 국가대표 선발전이 겹쳐 고민한 이상희는 경험을 위해 미국행을 결심했다. 아쉽게 1차 예선에서 탈락했다.

자기관리도 철저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경기 후 메모를 작성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 지금도 경기 후 복기를 한다.

잘 나가던 그는 2013년부터 엇박자를 보이기 시작했다. 대회 2연패를 노린 KPGA선수권에서 연장 끝에 김형태에게 우승을 내준 이후 분위기가 침체됐다.

우승트로피를 든 이상희. 사진제공|KPGA

우승트로피를 든 이상희. 사진제공|KPGA


일본에서도 몇 번의 우승 기회가 있었지만, 불운이 앞을 가로막았다.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2014년 6월 JGT 챔피언십이다. 이상희는 17언더파 271타로 경기를 끝내며 다케야 오시카타와 연장을 준비했다. 그러나 스코어카드 접수를 앞두고 경기위원회가 이상희에게 벌타를 줬다. 11번홀에서 손으로 퍼트 선을 접촉했다는 이유였다. 억울한 이상희는 해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연장전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우승을 날려버리고 말았다.

후원사와의 재계약 불발도 그를 힘들게 했다. 2014년 연말이다. 남자골프의 인기가 하락하면서 프로 데뷔 때부터 후원을 받아왔던 H사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얼마 뒤 H사는 신인 여자골퍼와 거액을 주고 계약했다. 이상희에게는 상처로 남아 있다. 이후 아직까지 새 후원사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다시 정상에 오르기까지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올해 많은 변화를 줬다. 클럽을 바꾸고 스윙코치도 새로 만났다. 연습량도 예전보다 늘렸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조금씩 몸에 잘 맞았다.

3년 8개월 만의 우승으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한번에 날렸다. 이상희는 “첫 우승만큼 값지다”면서 “4년 동안 우승 찬스가 많았지만 아쉽게 놓쳤다. 그래도 ‘다음엔 잘하겠지’라고 위로하면서 기회를 노렸다. 이번 우승으로 좀더 성장하고, 생각하고 있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기뻐했다.

이상희의 최종 목표는 미 PGA 투어 페덱스컵에서 1위를 하는 것이다. 그는 “한국선수로 최초의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확실한 이유를 밝혔다.

영종도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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