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의 니서방’ 두산 더스틴 니퍼트는 한국 6년차 외국인투수다. 매년 꾸준히 활약하며 팀의 기둥으로 자리매김했다. 스포츠동아는 추석을 맞아 니퍼트를 만나 그가 느낀 6년간의 한국생활을 들어봤다. 뜬금없는 ‘아재개그’로 웃음까지 안긴 그와의 유쾌한 인터뷰를 공개한다.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두산 니퍼트.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니퍼트의 한국예찬 “음식은 다 좋아. 콩만 빼고.”
-여행을 생각하는 미국 친구들에게 서울을 소개한다면?
“미국 대도시는 치안이 위험한 곳도 많은데 한국 서울은 발전된 대도시이면서 동시에 안전하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음식도 좋다.”
-6년 동안 살며 한국 문화에 익숙해진 것도 있고, 적응 안 된 것도 있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려운데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모든 것이 새로웠다. 그때는 밖에 나가지도 않고, 야구장~집, 집~야구장 이렇게 살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통역의 도움도 있으니까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는데 겁을 내지 않게 됐다. 이제는 익숙해진 것들이 많아져 이질감 없이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의 무엇이 좋나?
“하나를 꼭 집어 얘기하기 어렵다. 특히 한국의 다양한 음식 문화에 놀랐다. 미국 음식이라면 햄버거, 스테이크 정도로 제한돼있는데 한국은 해산물, 고기, 야채 등 요리 종류가 많아 너무 좋다.”
-송편 먹어본 적 있나?
“떡(한국어로)? (김 통역에게 ‘송편 안에 뭐가 들어가느냐’고 묻더니) 꿀떡은 좋아한다. 콩이 들어간 것은 싫다(슬쩍 웃음). 나는 달콤한 걸 좋아한다.”
-한국에서 가본 야구장 이외의 공간 중에 인상적인 곳을 꼽는다면?
“사실 서울 말고 갈 기회가 좀처럼 없었다. 많이 못 가봤지만 경기도 용인 민속촌을 간 적이 있다. 한국 사람들이 옛날에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어서 새로웠다. 종로 쪽 절(조계사를 지칭하는 듯)도 가본 적이 있다.”
두산 니퍼트.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니느님, 과분하지만 감사한 애칭”
-한국에서 6년이다. 사람들이 많이 알아볼 것 같다. 어떤 팬들은 당신을 ‘니느님’이라고 부른다.
“‘니느님’이라는 말의 뜻을 알고 있다. 나와 한마디라도 얘기하려고 하고, 사인 받으려 하는 팬들의 호의는 늘 감사하고 고맙다. 다만 개인적 시간을 보내거나 식사할 때는 곤란하기도 하다. ‘니느님’이라는 애칭은 과분하다는 생각이다. 한번도 나를 신격화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러나 한국 팬들이 어떤 마음으로 나를 그렇게 불러주는지 알기에 감사하다.”
-얼마 전, 선발등판 당일에 운전 중 가벼운 교통사고를 겪어 화제가 됐었다. 한국에서의 운전을 미국하고 비교해 달라.
“솔직한 답을 원하나?(좌중 웃음) 60%만 사실대로 말하겠다.(웃음). 한국에서의 운전은 재미가 있다. 첫해는 차가 없었는데 그 다음해부터 차를 몰았다. 한국은 대중교통이 정말 잘돼 있다. 버스는 탈줄 몰라도 지하철은 자주 애용한다. 택시도 있다. 그러나 어딘가 내가 가고 싶을 때 운전해서 가는 성격이라 차를 마련했다. 운전하기 괜찮다.”
-운전하려면 표지판의 한글 정도는 읽을 수 있겠다?
“물론 팀에 요청을 해서 영어 내비게이션을 달긴 했는데 한국어도 읽을 수 있다.”
-한국에서의 운전이 험하진 않나?
“확실히 경적이 많이 울린다. 끼어들 때 신호를 안 줄 때가 있더라. 창문 열고 화내고.(웃음).”
-말이 안 통해서 불편한 점은 없었나?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 아무래도 미국에서 모국어를 쓰며 사는 생활과 차이는 있을 테니까. 단 6년을 살다보니 적응이 됐다. 주위 사람들이나 팀 동료와 문제없이 소통한다. 이제 (한국에서 소통이 잘 안 될 때는) 불편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말을 배울 생각은 없나?
“6년 동안 한국에서 (언어를 배우는데) 게을렀다. (이에 관해 김 통역은 ‘니퍼트가 한국어를 말하는 것보다 알아듣는 능력이 매우 발달해있다. 알아들으니까 소통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유창하게 한국어를 잘했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두산 니퍼트.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두산행은 내 인생 최고의 결정”
-6년 전, 두산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있을 줄 알았을까?
“한국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이 나라에 길게 있을지 짧게 있을지’ 그런 생각조차 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야구를 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이 나라를 사랑하게 됐고, 두산과의 사랑에 빠졌다. 두산에서 야구를 한 것은 내 인생 최고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도 늦게 재계약 사인을 했는데, 두산이 끝까지 자리를 비워주고 기다려줘 감사하다.”
-이국에서 오래 생활을 하다보면 미국이 생각날 때도 있을 법한데.
“한국에 와있는 외국선수들은 집에서 떨어져 있으니까 누구라도 고향이 그리울 것이다. 추석이 아니라도 그럴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직업을 택한 이상, 그런 각오는 하고 있어야 한다. 신경 쓰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비시즌 때 가족들과 미국에서 지낼 수 있다.”
-미국 집이 어딘가?
“오하이오. 오하요 고자이마스.(뜬금없는 아재개그에 좌중 웃음)”
-취미가 미국에서 사냥이라고 들었다. 한국에서는 사냥을 못하는데 야구 안할 때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시즌 중 월요일이 쉬는 날이긴 하지만 시즌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해 훈련을 하려고 한다. 그러지 못할 때에는 푹 쉰다. 쉬는 것에 관대해져야 후반기 체력 소모전을 견딜 수 있다. 루틴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잘 먹어야 체력도 유지될 텐데 즐기는 한국음식은?
“날씨에 따라 다르다. 추울 때는 따뜻한 국물이 있는 것. 요즘에는 냉면.”
-소주는 마시나?
“(난색을 표시하며) No~. 술을 잘 안 마신다. 소주는 마셔봤는데 내 스타일은 아니다. 맥주는 1~2병 한 달에 한번 마실까말까.”
-한국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잠시 생각하더니) 제주도. 지난해 올스타 브레이크 때 이틀 정도 시간이 나서 방문한 적이 있었다. 도시와 시골의 특성들을 고루 가진 장소였다. 말도 뛰어다니고, 자연이 어우러지는 곳이었다. 내 스타일과 맞다. 나중에 길게 머물러보고 싶다. 그런데 말고기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말고기는 절대 안 먹을 거다.”
더스틴 니퍼트
▲생년월일=1981년5월6일
▲키·몸무게=203cm·103kg(우투우타)
▲출신교=빌스빌고∼웨스트버지니아대
▲미국프로야구 경력=2002 신인드래프트15라운드 애리조나 지명∼2008년 텍사스 이적·메이저리그 6시즌(2005∼2010) 14승16패8홀드 방어율 5.31
▲KBO리그 진출=2011년 두산
▲KBO리그 통산 성적(2016년9월12일까지)=77승35패 방어율 3.40
▲2016년 연봉=120만 달러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