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두산 장원준의 진짜 가치, 꾸준함의 비결은?

입력 2017-04-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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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장원준이 지닌 최고의 장점은 꾸준함이다. 입단 첫해인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찰야구단에서 복무한 2012∼2013시즌을 제외하면 매년 풀타임을 소화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철저한 몸 관리와 성실함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스포츠동아DB

두산 장원준이 지닌 최고의 장점은 꾸준함이다. 입단 첫해인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찰야구단에서 복무한 2012∼2013시즌을 제외하면 매년 풀타임을 소화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철저한 몸 관리와 성실함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스포츠동아DB

‘역대 KBO리그 4번째 좌완 100승 투수, 좌완투수 최초 8년 연속 10승 도전 투수, 국가대표 1선발 투수, 두산 판타스틱4의 토종에이스….’

두산 장원준(32)을 수식하는 말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장원준의 진짜 가치는 기록이 아닌 꾸준함에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장원준은 2004년 롯데에 입단한 이후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한 2012년과 2013년을 제외하고 11년간 단 한 시즌도 빠짐없이 풀타임 출장을 했다. 한 시즌 가장 적은 경기수가 2008년과 2010년에 기록한 26경기일 정도다. 스스로도 “2010년 롯데에서 허리가 아파서 한 달 정도 쉰 것과 두산 오자마자 잠깐 안 좋았던 것 말고는 크게 아픈 적은 없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내구성이 좋다.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그는 두산으로 이적한 뒤 매년 포스트시즌에도 나가고 있다. 2015년에는 준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까지 연이어 소화했다. 실력을 인정받아 2015 프리미어12,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가대표로도 뛰었다. 그런데도 그는 어디서나 묵묵히 선발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WBC 대표 당시 장원준. 스포츠동아DB

WBC 대표 당시 장원준. 스포츠동아DB



● “내구성 매우 뛰어나…성실함도 플러스요인”

두산 이병국 트레이너 코치는 “(장)원준이는 내구성이 좋다. 특출하게 유연성이 좋다든지, 근력이 좋은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체력, 내구성, 유연성, 근력 등이 평균 이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꾸준할 수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장원준도 “부모님께 튼튼한 몸을 물려받았다”고 아프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타고난 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 코치는 “야구선수 중에 안 아픈 선수는 없다. 큰 부상은 아니더라도 다 아픈 곳이 있다”며 “(장)원준이는 부상을 스스로 컨트롤할 줄 아는 투수다. 이 정도 통증은 당연히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아프지 않기 위해 조절할 줄 안다. 그런 부분에서 건강한 신체에 좋은 마인드를 가진 선수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실함도 강점이다. 장원준은 “특별한 루틴은 없다. 징크스를 만들지 않기 위해 정해놓고 행동하지 않는다. 트레이너 파트가 워낙 관리를 잘 해주고 스케줄대로 움직인다. 그게 전부다”라고 말했지만, 이 코치는 “정해진 스케줄에서 해야 할 일은 다 한다. 워낙 성실하고 훈련을 열심히 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산 장원준. 스포츠동아DB

두산 장원준. 스포츠동아DB



●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는 모습, 안정적이다”

이효봉 위원은 장원준의 꾸준함을 통산성적으로만 평가하지 않았다. 범위를 좁혀 경기 중에서도 크게 무너지는 일이 없다는 게 그의 장점이라고 했다. 이 위원은 “선발은 144경기 체제에서 최대 33번의 등판기회가 있다. 투수는 이 33번을 매번 좋은 컨디션으로 던질 수 없다”며 “시즌을 치르다보면 잘 던지던 투수가 갑작스러운 난조를 보이며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장)원준이는 크게 무너지는 법이 없다. 본인은 안 좋더라도 끝까지 버텨서 팀이 이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고 말했다.

실제 장원준은 11일 잠실 KIA전에서 5.1이닝 동안 4실점했다. 안타를 8개나 맞았고, 볼넷도 1개를 내줬다. 그는 경기 후 “체인지업 제구가 안돼 직구, 슬라이더 단조로운 패턴으로 가다보니 타자들을 상대하기 힘들었다. 직구도 공이 낮게 꽂혀서 좀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마운드 위를 지켰다. 사실 이날 공격시간이 길어지면서 투구 간격이 너무 길었다. 수비가 끝나고 너무 오래 쉬다보니 팔이 식어 공을 던지기 어려울 수 있었고, 점수차도 벌어질 대로 벌어진 상황이었다. 게다가 5회가 끝났을 때 이미 100개가 넘는 공을 던진 후였다. 그러나 그는 6회에도 등판해 기어이 한 타자를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4회 직구 밸런스가 괜찮았다. 110개까지는 던지고 싶다”는 그의 의중이 반영된 일이었다.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두산베어스와 kt위즈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무실점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된 두산 장원준이 경기 종료 후 밝게 웃고 있다. 수원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두산베어스와 kt위즈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무실점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된 두산 장원준이 경기 종료 후 밝게 웃고 있다. 수원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고마운 아내와 동료들…잘해야 할 이유 있다”

장원준은 경기 중 크게 무너지지 않은 비결로 ‘맞혀 잡기’를 꼽았다. 그는 “컨디션이 안 좋으면 가능한 타자들이 쳐서 결과를 보게 하려고 하는 편이다. 방망이에 맞는다고 다 안타가 되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볼넷을 내주면 속으로 내 스스로에게 욕도 하고 자학을 하면서 반성한다. 물론 타자들을 맞혀 잡으려면 존에 스트라이크를 넣어야하기 때문에 쉽진 않지만 그래도 맞혀 잡는 게 맞다고 본다. 볼넷은 발전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들의 힘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내가 안 좋을 때는 야수들이 호수비로 많이 도와준다”며 “그래서 잘 버틸 수 있는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아내도 장원준을 지탱하는 힘이다. 그는 원래 건강을 위해 특별히 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요즘 들어 비타민과 같은 건강보조식품을 챙겨 먹기 시작했지만 이는 야구선수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무더운 여름 체력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입맛이 없어도 일부러 밥을 많이 먹는 정도가 그의 건강비결이라면 비결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 가지 그를 힘나게 하는 ‘밥’이 생겼다. 올 1월 결혼한 아내가 챙겨주는 밥이다. 그는 “요즘은 집에서 밥을 챙겨주는 사람(아내)이 있어서 좋다”며 “(아내가) 선발 등판할 때는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라고 무국도 끓여주고 정말 잘 챙겨준다. 야구를 더 잘 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고 환하게 웃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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