再生, 그 시절 우리가 기억하던 류현진으로

입력 2017-06-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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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류현진이 1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전에서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쏟아 붓는 피칭을 펼쳤다. 류현진의 선발 생존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그들은 몰라도, 우리는 류현진(30·LA다저스)을 안다. 류현진이 작심하고 시종일관 전력을 다해 던지는 날이 흔치 않다는 사실을. 1일(한국시간) 부시스타디움 마운드에 선 류현진의 ‘결기’는 6이닝 1실점 등판을 마친 직후, 새삼 목격됐다. 만족 혹은 안도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더 싸울 힘이 남아있음에도 교체되는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투사의 그것이었다.

류현진이 13일만의 선발 복귀전, 어쩌면 기약 없을 선발 기회에서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6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2017시즌 최고 피칭을 보여줬다. 1차례 불펜등판(5월26일 세인트루이스전 4이닝 무실점 세이브) 이후 주어진 8번째 선발기회에서 ‘왜 류현진인지’에 관한 필연성을 입증했다.



● 직구 평균구속 146㎞가 의미하는 것

압권은 투구수(77구)였다. 스트라이크가 51구에 달했다. 커맨드로 주도권을 쟁취했다. 류현진의 직구 최고구속 구간은 시속 148㎞~150㎞ 수준이었는데, 평균 구속이 146㎞에 달했다. 2013~2014시즌 2년 연속 14승을 기록한 뒤, 류현진은 어깨 통증으로 2015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2016시즌은 1경기에서 1패, 방어율 11.57이었다. 2년의 공백 후 ‘더 이상 전성기 구속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세간의 비관을 일축한 것이다. 직구 구속이 나오자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통한 오프스피드 피칭이 한층 위력을 발했다. 슬라이더~커브까지 가지고 있는 모든 무기를 활용해 직구와 변화구 비율을 약 1:3으로 가져갔다.

1일 세인트루이스 원정 선발은 알렉스 우드의 갑작스런 어깨부상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우드가 돌아온다면, 다저스는 마에다 겐타(4승2패 방어율 5.21), 리치 힐(2승2패 방어율 4.09) 그리고 류현진 중 1명을 불펜으로 돌려야 될 상황이다. 이 세 투수는 세인트루이스전에 연달아 올랐는데 힐은 5이닝 1실점(5월30일), 마에다는 4이닝 3실점(5월31일)이었다.

셋 중 가장 불리한 입지에 선 류현진은 1회, 3회, 5회, 6회를 3자범퇴로 막았다. 2회초 2사 2루에서 폴 데용에게 맞은 중월 2루타가 유일한 실점이었다. 4회 2사 2루도 무실점 돌파했다. 세인트루이스 에이스 카를로스 마르티네스(8이닝 1실점 9탈삼진)와 숨 막히는 투수전을 펼쳤다. 7회초 2사 2루에서 대타로 교체되지 않았더라면 더 던질 수 있었다. 1-1 동점에서 추가점이 나지 않아 시즌 3승이 불발된 것이 거의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세인트루이스 오승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오승환, 12세이브로 ‘코리안 데이’를 완성

시작은 류현진이었다면, 9회 마무리는 세인트루이스 ‘끝판대장’ 오승환(35)이 장식했다. 8회말 2사에서 터진 덱스터 파울러의 홈런으로 2-1 리드를 잡자 마이크 매서니 감독은 망설임 없이 오승환을 호출했다. 오승환은 첫 타자 아드리안 곤살레스에게 빗맞은 좌익선상 안타를 내줬지만 삼진 2개와 뜬공 1개로 승리를 지켰다. 오승환-야디어 몰리나 배터리는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삼는 의외의 볼 배합으로 시즌 12세이브(1승2패 방어율 2.88)에 성공했다. 다저스의 7연승을 저지하는 터프세이브였다.

메이저리그 경기에 한국인투수가 동시에 등판한 것은 2007년 5월19일 탬파베이-플로리다전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플로리다 김병현은 선발로 5.1이닝 3실점 승리를 얻었고, 탬파베이 류제국(현 LG)은 9회 구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으로 막았다. 최초 사례는 2001년 박찬호(당시 다저스)-김병현(당시 애리조나)의 대결이었다. 이번까지 총 10차례 있었던 한국인투수 동시 등판 중, 선발 맞대결은 역대 딱 한번 있었는데 2006년 5월23일 다저스타디움에서 김병현(당시 콜로라도)-서재응(당시 다저스)이 해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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