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 기자의 캠프 리포트] 삼성 발디리스 “지난 2년 기록은 잊어라”

입력 2016-02-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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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릭스 시절부터 절친하게 지낸 삼성 이승엽(왼쪽)과 새 외국인타자 아롬 발디리스가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일본선 타격폼 많이 바꾸라고 해 힘들었다
이승엽도 한국서 야구하는 게 즐거워 보여
류중일 감독과 3할 내기…못 할 것도 없다


“수비는 좋아. 어깨가 강하고 송구도 정확하고. 그런데 아직 몸이 덜 됐는지 방망이는 좀 무딘 감이 있네. 잘해주겠지, 뭐.” 17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의 아카마구장. 삼성 류중일 감독은 새 외국인타자 아롬 발디리스(33)의 타격훈련을 유심히 지켜봤다. 류 감독은 “일본에서 8년간이나 있었으면 뭔가가 있지 않겠나. 3번이나 5번을 쳐줘야 한다”며 키플레이어로 꼽히는 발디리스에 대한 기대와 고민을 털어놓았다. 지난해 74홈런 253타점을 합작한 박석민(NC)과 야마이코 나바로(지바롯데)가 이탈한 상황에서 발디리스가 그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워줘야 한다는 뜻이다.

발디리스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3루수로 1999년 뉴욕 메츠와 계약하며 미국에 진출했지만, 메이저리그 무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프로야구에서 8년간 활약했다. 일본 통산 918경기에서 타율 0.268(2956타수 793안타)에 93홈런 387타점을 올렸다. 올 시즌 총액 95만달러에 삼성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를 만나봤다.


-삼성 캠프에 와서 3주 이상 지냈다. 일본에서 뛸 때와 분위기가 다른가.

“100% 다르다. 삼성에선 선수들이 야구를 즐기고 있다. 일본야구는 룰이 많다. 그래서 외국인선수에 대한 제약도 많다. 일본에 가는 외국인선수는 적응이 쉽지 않다. 여기서는 외국인선수와 소통을 많이 해 좋다.”


-류중일 감독이 ‘훈련을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외국인선수라 야간 특타(특별타격훈련)를 시키지도 않는데 꼬박꼬박 나간다고 하더라.


“원래 훈련을 많이 한다.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다. 나는 은퇴할 때 ‘야구를 하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에게 얘기하고 싶다.”


-오릭스(2010∼2013년)에서 한국인 이승엽, 이대호와도 같이 뛰어봤는데.

“이승엽은 물론 이대호, 박찬호와도 친하게 지냈다. 특히 이승엽은 밖에서 함께 식사도 자주 하고, 가족끼리도 사이좋게 지내면서 우정을 쌓았다. 일본에 있을 때는 이승엽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는데, 여기서는 표정이 밝다. 한국에서 야구하는 게 즐거워 보인다. 이승엽, 이대호, 박찬호, 한신에서 뛰었던 마무리투수(오승환) 등 한국선수들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일본을 떠난 게 아닌가 싶다.”


-감독은 3루수로 수비에 대해 높이 평가했지만, 타격에 대해서도 기대가 크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최근 2년간(요코하마 시절) 기록(2014년 타율 0.255·17홈런·52타점, 2015년 타율 0.258·13홈런·56타점)을 보고 걱정할지 모르지만, 사실 정신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에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이 무엇이었나.


“오릭스에서 4년 동안 선수생활을 할 때는 좋았는데, 요코하마에선 감독과 타격코치가 타격폼을 많이 바꾸라고 해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요코하마에선 내 뒤를 받치는 선수도 없었다. 하지만 예전 일은 빨리 잊고 새로운 팀에 맞게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정확도와 장타력을 놓고 본다면, 스스로 어떤 유형의 타자라고 생각하는가.


“콘택트 타격을 좋아한다. 구장 모든 방향으로 타구를 보내고, 타점을 올려주는 것을 위주로 타격한다.”


-중남미선수들의 성격은 대체로 밝고 재미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내 성격은 차분하고 조용하다. 소리를 지르거나 그런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난 언제나 열려있다.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류중일 감독과 내기(타율 3할을 기록하면 류중일 감독이 선물하고, 3할에 미치지 못하면 발디리스가 벌금을 낸다)를 걸었다고 들었다.


“일본에 있을 때 3할을 넘겨본 적도 있는데, 3할이라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타격 순번에서 뒤를 받쳐주는 선수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키나와(일본) |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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