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정의윤 “와이프 눈물 보고 마음 다잡았다”

입력 2016-01-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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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4번타자 정의윤은 자신을 항상 지지해준 아내 이하야나 씨를 위해 2016시즌 활약을 다짐한다. 사진제공|정의윤

■ SK 4번타자 정의윤

힘들때 곁에 있어 준 아내…결혼식까지 미뤄
지난해는 반짝 활약…올해는 꾸준히 잘할 것


“와이프한테 정말 미안해요. 사실 이 친구 덕분에 제가 살았는데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에게 화려한 결혼식은 포기하기 어려운 ‘꿈’과 같다. 그러나 반려자의 꿈을 위해 자신의 꿈을 잠시 접어둔 신부가 있다. 그리고 그의 피앙세는 반드시 2016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SK의 새로운 4번타자 정의윤(30)과 그의 아내 이하야나(30) 씨의 얘기다.


● “정말 LG에서 잘하고 싶었어요”


정의윤은 지난해 7월 24일 SK로 트레이드된 뒤, 새로운 야구 인생을 열었다. 200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LG에 입단한 지 10년이 흐른 시점이었다. 부산고 시절부터 거포 유망주로 주목받았던 그는 프로 11년차 시즌이 돼서야 비로소 빛을 봤다. 그것도 LG가 아닌, SK 이적 이후였다.

“정말 LG에서 잘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이적 직후 나온 인터뷰의 텍스트만을 보고 그를 판단했다. ‘탈 LG 효과’에 대한 얘기, 그러나 그의 진심은 달랐다. 그 말은 그가 누구보다 듣고 싶지 않았던 얘기였다. 정의윤은 “(박)병호나 (이)대형이 형이나 (박)경수 형이나, 나가서 다 잘 됐다. 그런데 난 LG에서 잘 해서 ‘탈 LG’라는 얘기가 안 나오게끔 만들고 싶었다. 트레이드돼 LG에서 짐을 싸들고 나오는데 정말 허탈했다. 마냥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은 다 축하한다고 하고, 정말 헷갈리더라”며 지난해 7월 24일을 회상했다.

트레이드 전까지 힘겨운 시간도 있었다. 야구가 가장 좋았는데, 언젠가부터 야구가 싫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잠실야구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했고, 때론 무섭기까지 했다.


● “지금까지 해온 게 너무 아깝잖아요”

아내 이하야나 씨는 정의윤이 힘든 시간을 이겨내도록 도운 주인공이다. 정의윤은 “2014년 3월에 소개로 만났다. 난 이 친구 덕분에 살았다. 내가 너무 힘들고 아팠을 때, 잠을 못 자는데 나 때문에 곁에서 날을 샌 적도 있었다. 트레이드되는 날 와이프가 엄청 울었다”고 말했다.

그녀의 눈물을 보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정의윤은 김용희 감독의 믿음과 정경배 코치의 조언 속에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고, 이적 후 타율 0.342·14홈런·44타점으로 ‘환골탈태’했다. 그렇게 정의윤은 두 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결혼식 준비하고 하면, 지금까지 해온 게 너무 아깝잖아요.” 아내는 시즌 뒤 결혼식을 올리자던 그를 붙잡았다. 힘든 시간을 보내 백년가약을 맺기로 했지만, 아내는 결혼식은 미뤄도 좋으니 좀더 야구에 전념하자고 했다. 쉽사리 먼저 꺼내기 힘든 말이었는데, 아내가 용기를 냈다.

정의윤은 “혼인신고만 먼저 했다. 시즌 때 혼자 지내면 힘들까봐 처가와 가까운 곳에 신혼집도 잡았다. 식은 안 올렸지만 결혼을 했으니 많은 게 달라졌다. 책임감이 커졌다. 아내는 항상 내 생각만 해준다.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정말 미안하다”고 밝혔다.


● “1개월이 아니라, 꾸준히 잘하고 싶어요”

사람들은 이제 정의윤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 LG 시절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이젠 기대치의 수준이 달라졌다. 정의윤은 “부담감을 느끼지 않으려 한다. 부담 때문에 힘들다고 할 수도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행복한 것”이라며 “최대한 즐기려고 하는데 마음은 또 그렇게 안 되더라. 마무리캠프에 가서도 너무 안 되는 게 많아 혼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아직 수정할 것이 많다“고 답했다.

“한 달이 아니라, 7∼8개월 꾸준히 잘하고 싶다.” 정의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아내는 ‘아프지 말자’는 얘기만 한다. 그는 “수치적인 목표는 없지만, 난 정말 잘하고 싶다. 작년엔 한 달 반짝 잘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꾸준히 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의윤에게 2016년 활약은 절실하다. 자신을 선택하고 배려해준 김용희 감독과 모든 걸 바꿔준 정경배 코치에 대한 보답, 그리고 자신을 위해 결혼식도 미룬 아내를 위해서다. 그녀와 올릴 아름다운 결혼식을 꿈꾸며 매일 스파이크 끈을 조이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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