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정글라이프’의 무대는 아프리카가 아닌 서울의 한복판이다. 먹지 않으면 먹히는 곳. 빌딩 숲 속의 정글. 식품회사 ‘정글’이 요즘 공연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창작 뮤지컬 ‘정글라이프’의 무대다.
배우 이시유는 ‘정글라이프’에서 ‘하예나’ 대리 역을 맡고 있다. 발랄한 성격에 섹시를 온 몸에 두른 듯한 캐릭터다. 짙은 화장, 피부처럼 착 달라붙은 옷, 킬힐을 신은 ‘하예나’ 대리는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회장의 아들을 유혹해 ‘사장 싸모님’으로의 신분상승을 노린다.
이시유에게는 오랜만의 뮤지컬 무대다. 뮤지컬 배우를 하다 지난해 혼성그룹 스페이스A의 리드보컬로 발탁돼 한동안 가수로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뮤지컬판으로 다시 돌아온 이시유에게 뮤지컬은 뭘까.
‘시카고’, ‘코요테 어글리’, ‘미녀는 괴로워’ 등에서 보여준 섹시한 이미지는 이시유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시유는 “너무 ‘섹시’, ‘섹시’하는 시선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50%는 나도 즐기는 것 같다”며 웃었다. 섹시한 역할을 딱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섹시, 또는 예쁜 외모로 주어지는 주연보다는 연기로 인정받는, ‘빛나는 조연’이 되고 싶다고 했다.
가수 활동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뮤지컬 무대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처음에는 카메라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무대에서 단련된 감각 덕분에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한 유명감독이 30년 만에 찍은 단편영화에 출연했다. 가수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본업인 뮤지컬 무대를 통해서도 계속해서 관객과 만날 계획이다. 배우 이시유에게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은 부단히 자신을 관리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유학을 다녀온 사장아들보다는 자신의 실력과 땀의 결실을 믿는다. 겉뿐 아니라 속까지 섹시한 배우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사진제공 : 플레이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