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캐머’의 눈에 들면 뜬다?! 열성 팬이 촬영한 직캠 영상으로 화제를 모은 여자친구는 방송 카메라뿐만 아니라 직캐머들의 피사체가 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일부 악용하는 직캐머도 있지만 직캠은 새로운 스타 등용문이 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경제력을 지닌 30∼40대들이 직캠 주축
새 ‘스타 등용문’…선정적 직캠 부작용도
그룹 EXID에 이어 여자친구가 ‘직캠’으로 일약 스타가 되면서 그 생산자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는 이들을 ‘직캠족’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가요계 관계자들은 이들을 ‘직캐머’라 부른다. 관객이 가수의 무대를 직접 찍은 영상이란 의미의 ‘직캠’에 ‘∼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영어 접미사 ‘-er’을 붙인 말이다.
최근 공개무대 현장에선 수십명의 직캐머들이 객석을 차지한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방송장비 못지않은 고가의 카메라를 지지대에 세워놓고 우수한 화질로 무대를 촬영한다. 직캠은 솔로가수가 아니라 주로 걸그룹을 대상으로 하며, 팀 전체를 찍지 않고 멤버 한 명을 집중적으로 카메라에 담는다. 그 연령대는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지만 경제력을 지닌 30∼40대가 주축이라고 걸그룹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EXID 하니의 직캠을 촬영한 사람은 40대 남성으로, EXID 뿐만 아니라 걸그룹의 모습을 전문적으로 찍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공개하는 전문 직캐머다. 이 직캐머는 걸그룹 팬들 사이에선 파워 블로거로 통한다.
걸그룹 ‘여자친구’ 무대 한 장면. 사진출처|유투브 영상 캡쳐
‘장안의 화제’인 여자친구의 빗속 투혼 직캠을 찍은 이는 30대 남성이다. 여자친구 사인회나 공개방송 등을 자주 찾아 소속사와 팬클럽 관계자들 사이에선 낯익은 인사다. 개인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직캐머는 여러 모로 여유가 있어 강원도 인제까지 찾아가 여자친구의 직캠을 찍었다.
직캐머는 가수 측이나 팬들에게는 고마운 존재다. TV에서 볼 수 없는 군부대나 대학행사, 지역축제 등 ‘작은’ 무대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캐머들은 다양한 문화적 현상도 만들어낸다. ‘직캠 여신’이 탄생하고, ‘직캠 마케팅’이 생겨났다. ‘직캠 여신’이란 EXID 하니처럼 직캠으로 뜬 스타들이나, 직캐머들의 단골 ‘타깃’이 되는 걸그룹 멤버를 말한다. 스텔라 민희가 요즘 주목받는 ‘직캠 여신’이다.
직캠이 ‘스타 등용문’이 되면서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특히 방송출연 기회를 잡기 어려운 작은 기획사들에게 직캠은 그 무엇보다 유용한 홍보수단이 된다. 밤비노, 퍼펄즈 등이 ‘직캠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길거리 공연에 나서는 걸그룹 중 일부는 직캠을 유도하려는 의도도 드러낸다. 하지만 EXID나 여자친구 같은 ‘대박 직캠’은 의도한다고 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얻어 걸리는’ 것이다.
직캠 형식의 뮤직비디오도 탄생했다. 6월 말 AOA ‘심쿵해’ 뮤직비디오는 팀 전체를 촬영한 본편 뮤직비디오 외에 멤버수와 동일한 7개의 카메라가 동원돼 각각의 카메라가 멤버 1인만을 집중촬영한 ‘멀티 앵글 뮤직비디오’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팬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멤버만을 볼 수 있는, 직캠 효과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악성 누리꾼이 있듯, 악성 직캐머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정 신체부위를 집중적으로 촬영해 선정성을 부각시키거나 신체가 노출되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무한반복시키는 ‘움짤’을 만들기도 한다. 팬들은 이 같은 영상을 발견하면 게시판에 ‘항의’하거나 소속사 측에 ‘신고’해 삭제되도록 하지만 이미 SNS 등을 타고 널리 퍼진 영상물을 삭제하기란 어렵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