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콘서트...솔직담백하게그리고정성으로

입력 2009-05-10 17:2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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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는 공연 내내 일어서지 않았다. 빨간 구두와 녹색 머플러를 두른 그는 스무 곡 가까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작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두 시간 여 공연이 끝난 후 관객의 앙코르 박수소리에 다시 등장한 이소라는 다시 앉지 않았다. 그리고 ‘바람이 분다’를 혼신의 힘을 다해 불렀다. 그녀는 눈가를 닦아낸 후 연주자들과 정중히 인사를 하고 무대를 벗어났지만, 관객의 길고도 뜨거운 박수와 감동의 파장은 작은 공연장을 한참이나 떠돌았다. 9일 오후 7시 서울 신수동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이소라의 소극장 공연 ‘두번째 봄’ 콘서트는 이소라의 진심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430명의 관객을 마주한 이소라의 공연무대는, 여느 가수들의 그것처럼, 현란한 기계장치나 조명이 벌이는 빛의 쇼, 객석을 술렁이게 하는 손님 가수도 없었다. 그녀의 무대엔 그저 연주인 5명과 만들어내는 ‘음악’뿐이었지만, 이소라의 솔직하고 진심이 담긴 음악에 관객도 설렘과 떨림을 숨기지 않았다. 이소라의 노래는 대부분 이별이고 외로움이고 고독이다. 공연도 이런 노래들로 채워져 다분히 정적이고 차분하지만, 그녀 특유의 냉소적인 듯 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말솜씨와 연주인들의 개인기 등은 공연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도 활기를 줬다. 공연의 시작은 5집 수록곡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였다. 이소라의 목소리는 어쿠스틱 기타의 단출한 연주를 부드럽게 미끄럼 탔고, 7집 3번 트랙과 ‘티어스’ ‘미드나이트 블루’ ‘쓸쓸’까지 진행되는 동안 피아노와 베이스, 드럼이 서서히 더해지면서 사운드는 풍성히 부풀어갔다. ● 담백하고 소박했던....하지만 부르는 이의 진심이 느껴진 무대 7집 8번 트랙 ‘죽은 그가 부르는 노래’와 5번 트랙 ‘다 외로운 말’을 잇달아 부른 이소라는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부르는 순서를 반환점 삼았다. 단독공연에서 자신의 노래만 불렀던 이소라가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소라는 넬의 ‘한계’를 시작으로 진주가 부른 ‘난 괜찮아’의 원곡인 글로리아 게이너의 ‘아이 윌 서바이브’, 그가 좋아하는 외국가수 엘리엇 스미스의 ‘비트윈 더 바스’를 차례로 불렀다. 특히 ‘아이 윌 서바이브’ 무대에서는 자신도 직접 기타 연주자로 참여해, 무대 위는 베이스 기타까지 네 대의 기타가 만들어내는 연주로 장관을 이뤘다. 신청곡 순서와 ‘첫사랑’ ‘데이트’로 샤방한 무대를 꾸민 이소라는 본 공연의 마지막 곡인 7집 11번 트랙 ‘우주에 뿌려진 씨앗’을 부르기 앞서 “우리는 우주에 뿌려진 작은 씨앗으로, 너무나도 미미한 존재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에게 투명하게 살자”고 말해 관객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관객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잠깐 일어났던 이소라는 다시 작은 의자에 앉아 우주공간을 여행하는 듯한 영상을 뒤로하고 노래를 불렀다. 앙코르 박수를 받고 다시 등장한 이소라는 관객들이 공연 내내 기다렸던 곡인 6집 수록곡 ‘바람이 분다’를 불렀다. 노래가 절정에 다다를 무렵, 그녀는 감정에 북받친 듯 마이크 스탠드를 짚은 손에 힘을 줬다. 그리고 관객의 박수가 터져 나오는 동안 인사를 하며 눈가를 닦았다. 이소라는 이번 공연에서 연출이나 무대 구성보다는 사운드와 음악적 구성에 중점을 뒀다. 완성도 높은 연주와 노래를 위해 이소라의 앨범 녹음에 참여했던 강수호(드럼), 재즈밴드 서영도 트리오의 서영도(베이스), 6집 수록곡 ‘바람이 분다’의 작곡가인 더스토리 이승환(피아노), 박주원과 정수완(기타) 등 국내 최정상급의 연주자들로 밴드를 구성했다.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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