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 “첫 악역…너무 천연덕스럽다고요?”

입력 2009-06-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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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여자’로 변신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배우 김미숙. 연기 인생 20여 년 만에 처음 맡은악역이지만 파격적인 모습으로 시청자의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다.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금지된 도전’에 카타르시스 느껴… 대한민국 대표 어머니상 해보고 싶어
“이렇게 한 번씩 터져주면 너무 감사하죠.”

중년의 인기 스타, 김미숙. 이제 와서 뒤늦게 ‘떴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한 때’라고 하기엔 매우 오랜 세월 그녀는 “주인공만 도맡았던 정상의 여배우”였다.

요즘 얻고 있는 엄청난 대중적 호응은 그녀의 과거 연기 행보와 비교해 남다른 면이 있다. 20년 넘게 유지해왔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모습인 ‘나쁜 여자’로의 변신이 배우 김미숙을 재조명하고 있는 것. 그 무대는 장안의 화제 드라마인 SBS ‘찬란한 유산’(극본 소현경·연출 진혁)이다.

“악역은 처음이죠. 인기의 비결? 지인들은 이 얼굴로 천연덕스럽게 나쁜 짓을 한다는 게 매력이라던데, 하하.”

남자 배우면 누구나 거친 터프가이를 꿈꾸듯, 여배우라면 ‘팜 파탈’을 연기하고픈 로망을 가지고 있다.

어찌 보면 늘 카메라 앞에서 차분함만 요구(?)받아온 김미숙에게도 ‘찬란한 유산’의 백성희는 욕심낼만한 역할이었을지도. 그녀는 “일종의 도전”이었다고 고백하며 회를 거듭할수록 “심적 부담이 팬들의 반응에 비례”한다는 속내를 함께 털어놨다.

“백성희는 배우 김미숙에게 금지됐던 인물이었던 만큼 어느 정도의 카타르시스도 주는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조금 버겁다고 할까…, 일상에서도 백성희가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으니 힘들어요. 요즘 그녀에게 즐거운 상황이 하나도 없잖아요.”

영화 ‘말아톤’의 초원이 엄마 이후 몇 년 만에 다시 찾아온 뜨거운 대중적 관심. 김미숙은 스스로를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젊고 인기 좋던 시절이 잦아질 때를 잘 이겨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10여 년 전 일화를 화제로 올렸다.

“96년이었죠. 그때 서른여덟이었는데 엄마 역할을 맡아달라는 제안이 왔어요. (웃음) 왜 속상하지 않겠어요. ‘이게 현실이구나. 김미숙, 더 이상 청춘은 꿈꾸지 말자. 연기를 한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라고 스스로를 많이 채근했었지요.”

그런 결정 이후 극중 엄마로서 처음 맞은 자식이 “심은하였다”며 김미숙은 크게 웃었다. 이후 심은하를 비롯해 조승우, 요즘엔 한효주까지 많은 후배들을 톱스타로 출가(?)시켰다.

‘찬란한 유산’이 종영을 향해 치닫고 있는 이때, 그녀는 배우로서 또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또 엄마겠지…”라며 옅은 한숨을 지으면서도 “그렇다면 이번엔 대한민국의 대표 어머니상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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