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0억’의 배우박해일 ‘10억 돈벼락 맞는다면? 전기회사 차릴래요’

입력 2009-08-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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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속 결혼 3년차를 맞은 배우 박해일. 새 스릴러 영화 ‘10억’에서 그는 목숨을 위협하는 서바이벌 게임에 뛰어들어 사막을 헤매고 계곡을 넘나들었다. “다양한 장르”에 대한 도전으로 카메라 앞에 섰던 그의 눈망울은 여전히 소년 같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자칭 ‘고속도로 휴게소 상품’ 마니아… ‘서바이벌 무비’ 호주 로케 이색경험
로또 한방 맞으면 되는 액수 10억. 누구나 그런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10억원의 횡재를 맞는다면 어떻게 할까’하고 말이다. 그에게 던진 첫 질문 역시 그랬다.

배우 박해일(32)의 대답은 매우 구체적이면서 엉뚱했다. “전기를 만들고 싶다”나. 덧붙여 그는 낡은 휴대전화를 꺼내 보이며 부속품으로 달린 요상한 물건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게 태양광 집열판인데요, 휴대전화 충전을 해주죠. 굉장히 더딘데 정말 되긴 돼요, 하하. 이런 사업 어떨까요.”

연기 밖에 모를 것 같은 그가 사업에 관심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는 자신을 “얼리 어답터”(early adoptor)라고 소개하며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아이디어 상품들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모든 게 달라질 법도 하지만 소년 같은 눈망울만은 변치 않은 박해일. 그 눈으로 온갖 감정을 표현해내는 그가 이번에는 스릴러물을 들고 나왔다. 6일 개봉되는 영화 ‘10억’(감독 조민호)이 그것.

제목으로 미뤄 돈에 얽힌 영화인 건 맞지만, 재테크도 그렇다고 횡재도 아닌 무려 10억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이 이야기의 뼈대를 이루는 작품. 문제는 서바이벌의 도가 지나쳐 한 사람씩 진짜 죽어나간다는 것이다.

“촬영 분량의 대부분이 호주에서 로케로 진행됐는데요. 극중에 죽는 순서대로 귀국길에 올랐죠. 하루가 멀다고 송별회를 치르는 독특한 경험을 했다고 할까요.”

그의 이름값이 주는 무게감으로 보아 그렇다면 끝까지 살아남는 자는 박해일이란 걸까. 그는 “‘범인이 박해일’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고 크게 웃으며 “이를테면 박해일이 곧 반전일 수도 있을 것”이란 말로 묘한 여운을 던졌다.

영화 ‘살인의 추억’ 이후 7년이 흐른 지금, 박해일은 될 성 싶은 대학로 출신 배우에서 이젠 캐스팅 순위 상위권을 장식하는 큰 별로 우뚝 섰다. 특히 그의 이력이 보여주는 영화에 대한 선구안은 관객들에게 ‘믿고 볼 수 있는 작품’이란 신뢰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장르의 다양성을 실험하고 싶어” 영화 ‘10억’을 선택했다고 말한 그. 아울러 개인적으로는 “난생 처음 고참의 입장이 돼 후배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춘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도 말했다.

“어느 직군이든 허리가 가장 힘든 위치가 아닐까요. 위, 아래로 신경 쓰고 잘 해야 하더라고요. 이젠 나이값을 해야 할 때가 된 것이겠죠.”

박해일 앞에는 숨 돌릴 겨를도 없이 또 다른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이끼.’ 그는 “새로운 박해일을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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