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6월22일월요일투어넷째날
이동경로 : 목포~제주여객터미널~중문관광단지기온 : 25.6c
날씨 : 비
주행거리 : 67.32km
주유비
숙박비 : 127,000원
식사 : 67,000원
경비 : 바이크선적비 : 88,600원
훼리 : 25,800원
총경비 : 308,400원
서둘러야 한다.
제주도로 바이크를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제 모닝콜을 부탁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6시 정각에 전화벨이 울렸다.
30분만 더 자자…. 더….. 그러다 겁이 덜컥 나서 몸을 일으켰다.
짐을 챙겨 조식 식사권을 가지고 1층 로비에서 북어국을 먹고, 서둘러 바이크에 짐을 실었다.거의 다 실은 순간 비가 쏟아진다.
아….이건 또 무슨 날벼락.
터미널에 가까이 와선 마구 쏟아진다.
아… 이 지긋지긋한 비!!
예약을 안하고 와서 두리번 두리번 거릴 때 안내하시는 분이 바이크부터 배에 실으라고 한다.
어서 싣자. 이러다 놓지고 만다
훼리에 바이크를 간신히 싣고 얼른 표를 끊어야 했다.
예정보다 일찍 목포에 도착했기에 예약도 못했다.
3등칸만이 있단다. 오케이 이것도 좋은 경험이다 생각하고 표를 끊었다.
바이크를 실으면서 이미 몸이 흠뻑 젖은 나는 벌써부터 오열이 나고 부들부들 이가 갈리기 시작했다.
3등칸에 들어서기 전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선착순이란 말은 인터넷에서 본적이 없어서 느긋하게 들어섰더니 자리가 없다.
어쩜 이렇게 바글바글하게 많을까^^
저쪽에 한명도 안 앉은 자리가 있길래 신발을 벗으려 하니 안내 하시는 분이 단체손님자리라고 일어서란다…아이…창피해라…
그리곤 다른 곳 한번 쳐다보고 다시 그 자리에 살짝 눌러 않았다.
뭐라 해도 저 많은 사람들 속에 비집고 들어갈 자신도 없고 시치미 떼기 작전이다 ㅋㅋ
제일 구석에 없는 사람처럼 웅크리고 앉아 있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마구 들어오신다.
산악회 분 들이라신다.
그 분들도 안내 하시는 분이 앉지 말란다.
그러나 말도 안 먹힌다.
오히려 날카롭게 쏘아붙이면서 나도 단체라며 썽을 내신다.
그리곤 나처럼 뻔뻔하게 옹기종기 둘러앉으신다.
자리가 거의 찰 무렵 아까 썽 내신 할아버지 할머니분들이 밥이며 총각김치며 반찬을 꺼내 놓으신다.
내 정면 벽에는 음식반입금지라는 표시가 떡 하니 붙어있는데도 이미 3등칸 관행은 이런 경고는 무시한지 오래인 듯 싶었다
그 옆 무리들은 대학생들인데 바로 고스톱 판을 벌린다.
환호성과 여행에 들뜬 아우성이 한데 엉켜 3등칸은 마치 인력시장을 방불케 했다.
나는 젖은 몸을 부여잡고 5시간을 어떻게 버티나 하고 걱정하는 찰나 내 옆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후식을 드시려나 보다. 큰 과도를 꺼내 참외를 깎으신다. 저쪽은 아예 이불을 꺼내 잠을 청한다.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나는 어떻게든 잠을 청해서 5시간을 버텨야 했다. 잠깐 잠이 들어 눈을 떴을 때 시계를 보니 1시간채 지나지 않았다. LA가는 만큼이나 지루하고 힘들다. 몸은 부들부들 추운데 저쪽에 할아버지 한 분이 벗어 놓으신 양복 자켓이 자꾸 눈이 밟힌다. 어린아이가 사탕을 먹고 싶어서 입만 다시듯 그 양복 자켓에 눈을 못 뗀다. 내가 아무리 염치가 없어도 그 부탁은 못하겠다.
에구….지지리 못난 것.ㅠ.ㅠ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혹시 사진이나 찍을까 해서 배 바깥쪽 난간으로 갔다.
날씨가 흐려서 찍을 것도 없고 맹렬이 쏟아지는 비 땜에 머리 내밀기도 아찔하다.
몇 장의 셀카를 찍으면서 본전을 뽑으려고 하는데 어떤 여학생이 다가온다.
“저…기 팬인데 사진 한 장 찍을 수 있나요?”
‘어라?….알아본다… 어떻게 알아봤지?’
모자에 안경에 바이크 자켓에 보기에도 투박한 나를….
그러면서 이런다.
“바이크 좋아 하시는 거 알아요.” 수줍게 말을 거는데,내가 대꾸하길…
“저 누군지 아세요?”
그러자 “마야씨잖아요.”
에구…뭔가 들킨 기분에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는 말이 “저 마야 아닙니다.”
이건..또 무슨 소리…참나…미치겠네.
당황 하다 보니 나는 나를 부정하고 있었다.
그 여학생 또한 무척 민망해하고 있었다.
그리곤 성급히 3등칸으로 돌아 왔는데…그때부터 나는 작아지기 시작했다
왜….그런 거짓말을….찌질이 같이…..
그 여학생이 얼마나 무안했을까…..미안함에 맘이 안 좋았다.
그리곤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누워버렸다.
잊자 잊자…
여태 모두를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던 나는 당황이었는지 무안이었는지 뭐…알 수 없는 감정들이 뒤엉켜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잠이 들었고….또 한번 눈을 떴을 때 모든 사람들이 피난민처럼 바닥에 널브러져있었다.
그렇게 지루한 5시간이 지나고 제주항에 도착했다.
제주항은 비가 더 쏟아지고 있었다.
모두 줄을 서서 돌아갈 곳으로 준비하는 동안 나는 어디로 가야 하지 하고 생각했다.
일단 안내하시는 분에게 바이크는 어디서 꺼내야하나요? 하고 물은 다음 지하로 내려가 선적한 바이크를 꺼내 다시 비옷을 입고 훼리에서 나왔다.
일단 유리네식당으로 가서 다음 스케줄을 정리하자.
비속을 뚫고 유리네에 들려 갈치조림과 제주똥돼지를 시켜선 천천히 먹으면서 비가 그치길 바랬다.
다 먹어 치우고 그릇을 치우시는 아주머니께 여기 근처 제일 깨끗한 숙소가 어디냐고 묻는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빗줄기가 얇아졌다.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제법 깨끗한 숙소가 나온다니 다행이다.
그러는 찰나 나의 머릿속에서 예정했던 대로 가라고 다그친다.
몇 분을 고민하다 뚝뚝 떨어지는 빗속에서 지도를 꺼내 들고 용담으로 해서 곽지해수욕장 그리고 협재 해수욕장으로 달리기로 했다. 그리고 중문관관단지내 멋진 호텔에서 묶을 예정이었다.
‘그래 비 한 두번 맞냐 달리자…..’ 하고 시동을 걸었다.
일단 곽지해수욕장에 들려 흐린 날에도 사명감에 불타 똑딱이로 몇 컷찍고 협재해수욕장으로 출발했다.
예전 kbs 1박2일에서 봤었는데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공연 때문에 당일치기로 왔다 가서 제주의 여유를 즐길 수가 없었다.
협재해수욕장에 도착할무렵 비가 그쳤다.
그래.. 나의 뚝심으로 출발하길 잘했다 싶었다.
비닐에 싸놓은 내 고성능 카메라를 꺼내 이곳 저곳 마구 찍어대기 시작했다.
물론 카메라만 고성능이다^^.
내 손가락은 그 고성능의 메뉴를 아직도 버겁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조금의 해가 비칠 때 얼마나 반갑던지^^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내 저질 예술감각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쨍한 사진을 찍고 싶은데 실력이 따라가질 않으니…에구…
여튼 광곽으로 멋진 해변을 담고 망원으로 버려지고 쓸모 없는 물건들에 생명을 불어넣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동안…..
어느 할머니 한 분이 바구니에 게를 가득 잡으셨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게는 간장게장으로 먹을만한 큰 게가 아니고 아주 작은 바닷게다.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흔쾌히 허락하신다….
파도가까이 어느 남학생이 열심히 허리를 굽혀 무언가를 잡고 있다.
나는 망원을 꺼내 그 학생의 행동을 훔쳐봤다.
그리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 남학생이 갑자기 용변을 보는 것이 아닌가…
이런…..
타이밍 죽이네….
오케 그건 안 찍었으니 걱정하지 말라구…ㅋㅋㅋ
그렇게 협재 해수욕장에서 어둠이 내리는 사이 몇몇 꼬마녀석들이 물속으로 헤엄치며 들어간다.
바로 안내방송에서 위험하니 물에서 빨리 나오라는데 이 녀석들 말을 안 듣는다.
이 오지랍 넓은 내가 가만히 있을 쏘냐..
우렁찬 목소리로 “야~이 녀석들아 위험하니까 얼른 나와!!”하고 시원한 샤우트 한방을 날렸다.
어랏!! 그런데 멀리서 봤을 땐 아이들 같았는데 어른도 끼어있다.
참…말리지는 않고 같이 들어가서 놀다니….
장마와 폭우로 얼마나 위험한데….
남일 참견하느라 발을 헛딧었는데 쓰레기더미에 빠질뻔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이게 왠말인지…..참…씁슬한 것이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러는 사이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진다.
에고…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얼른 중문으로 가자.
비에는 자꾸 작아진다.
중문에 도착해서 내 계획은 일등급 호텔에 반신욕을 하며 여왕놀이를 하는 것이었다.
일정이 흐트러져 예약은 모두 쓸모가 없었다.
달리는 사이 얇은 비옷을 입고 자전거 여행자를 만난다
그들은 어디로 갈까? 잠시 생각이 스치자 그들의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붉고 검게 그을린 여대생들인듯 했다
어디까지 가냐니까 힘이드는지 한번 쳐다보고 대꾸도 안한다
그래…. 내가 좀 들이대는지 싶다~ㅋ
이번 여행을 하면서 느낀 거지만…. 둘이 꼭 짝을 지어 다닌다..
외롭지 않고 힘이 되고 위험에서 지켜줄 친구가 필요한 것이다.
담엔 나의 친구와 함께 와야지.
중문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고 있었다.
첫째로 신라호텔…방이 없다.
그 담은 옆..롯데호텔…만실이다.
마지막 하얏트….에궁….월요일이라 방이 있을 거라 막연히 생각했던 나는 내 안일함에 돌이라도 던지고 싶었다…
그렇담. .어케냐…
그 옆 호텔에 물어봤더니 있단다. 그것도 마지막이란다.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내 멋진 계획은 무산됐지만……유명한 호텔들이 만실이라니 기분은 좋았다. 어찌됐든 손님들이 많아서 제주 관광산업은 활기를 띄고 있다고 느껴졌으니까..ㅋㅋ 단순하지?
온돌방밖에 없다고 해서 그거라도 달라서 짐을 챙겨 들어 왔다.
휴~~오늘도 하루가 고되다….
얼른 자고 내일 물장오리에 올라야 한다.
[스포츠동아/ 가수 마야의 바이크 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