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의 사커에세이] K리그 용병비리 ‘선수급’을 잡는 법

입력 2010-01-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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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감독이 마스크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수갑에 채워져 경찰에 끌려가는 모습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엊그제까지 그라운드를 호령하던 사람이 중죄인처럼 고개를 떨구고 사라지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한가닥 싸늘한 바람이 스쳐간 것은 비단 필자 뿐만이 아닐 것이다. 얼마 전 용병수급 과정에서 에이전트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모 감독의 얘기다.

이른바 명문대 출신에 스타로서 과거의 명성은 일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누구는 재수가 없었다고 하고, 누구는 뒤처리가 아마추어적이었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이 분야에 ‘선수급’들이 아직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하지만 프로축구 감독도 구속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번 사태는 용병수급을 둘러싼 비리에 경종을 울린 것만은 분명하다. 프로축구연맹도 고질적인 용병수급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은 현재의 용병수급 구조 자체가 비리의 가능성을 이미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에 턱없이 못 미치는 에이전트 수수료가 그것이다. 외국인선수를 소개하면 K리그 클럽은 보통 선수 1년 급여의 5%%를 수수료로 지불한다. 계약금 연봉을 합쳐 연 50만 달러짜리 선수라면 2만5000 달러. 이것을 선수의 원소속 에이전트와 나눠야 하는데 출장경비 등을 빼고 나면 ‘밑지는 장사’가 허다하다. 중간 브로커가 더 있을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2년 전 모 구단에 6개월짜리 단기 임대선수를 소개하고 필자가 받은 수수료는 400만원이었다. 당시 브라질 왕복항공권 가격이 300만원이었다. 구단 규정이 그렇다 보니 어쩔 수 없다는 항변이었다. 이는 결국 선수의 급여에서 도둑질을 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물론 필자는 자존심 때문에라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부족한 수수료를 메우는 보편적인 방법은 선수의 계약금에 손을 대는 것이다. 일부 에이전트는 아예 대리인 계약서에 계약금의 50%%를 수수료로 명시해놓고 있는 경우도 봤다. 선수를 설득하기 위해 감독 몫을 들먹이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결국 피해는 선수, 그리고 수수료를 아끼려다 그보다 훨씬 많은 계약금을 지급해야 하는 구단에게 돌아간다. 보다 현실적인 수수료 규정을 만들고 집행된 예산에 대해선 철저히 감독하는 수 밖에 없다.

그 이외에 선수로부터 부당한 수입을 취한 것이 발견될 경우 연맹 차원의 중징계를 하는 것이다. 잉글랜드 독일 프랑스 모두 이런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물론 연맹이 그만한 통제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업계 종사자로서 이 같은 제안을 하는 것은 ‘제 살 깎기’ 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결국은 모두가 사는 길이라고 한다면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직도 리베이트를 쥐어주지 않으면 일이 성사가 어려운 중동이나, 여전히 용병수급 비리를 ‘척결 1순위’로 올려놓고 있는 유럽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지쎈 사장
스포츠전문지에서 10여 년간 축구기자와 축구팀장을 거쳤다. 현재 이영표 설기현 등 굵직한 선수들을 매니지먼트하는 중견 에이전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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