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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직한 수비수 이정수(30.가시마 앤틀러스)가 자신도 모르게 골이 들어갔다며 머쓱해했다.
이정수는 12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별예선 1차전에서 전반 7분 결승골을 터뜨리며 승리의 디딤돌을 놨다.
이영표(알 힐랄)가 왼쪽 사이드를 돌파하다 코너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을 기성용(셀틱)이 잘 감아 올렸고 골 지역 오른쪽에서 이정수가 오른발로 골네트를 갈랐다.
콘스탄티노스 카추라니스(파나티나이코스)가 머리로 걷어낸다는 게 살짝 스치고 뒤로 빠지는 것을 이정수가 놓치지 않고 골문 안에 차 넣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정수는 믹스트존에서 한국 취재진들과 만나 “골 넣은 기억이 안 난다. 너무 정신이 없어 숙소로 돌아가 하이라이트를 봐야겠다”며 “나한테 볼이 올 줄 몰랐다. 순간 발등에 얹힌 것 같다”고 쑥스러워 했다.
이어 이정수는 “골을 넣은 이후 부모님이 생각났고, 조광래-장외룡 감독님도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조 감독은 이정수가 19세 이하 청소년 대표를 거쳐 지난 2002년 안양LG(현 FC서울)에 입단할 당시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전향시켰던 은인. 장 감독은 2004년 이정수가 인천으로 이적한 뒤 수비수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이날 이정수는 공격 뿐만 아니라 원래 역할인 수비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발휘했다. 특히 조용형(제주)와 함께 장신 공격수가 많은 그리스와의 제공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며 물샐 틈 없는 수비를 펼쳤다.
이에 대해 이정수는 “그리스는 세트피스가 강한 팀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며 “비디오를 보면서 상대 선수의 특징을 파악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껄끄러운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을 치르는 것에 대해서는 “어려운 경기가 남아있다. 그러나 버틸 때까지 버텨보겠다”고 마지막 말을 전했다.
포트엘리자베스(남아공)=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