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발매된 '닌텐도3DS' 열풍은 없었다

입력 2011-03-02 18: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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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도물량 90% 이상 소화에도 불안감 여전해
지난 26일 닌텐도의 차세대 포터블 게임기 '닌텐도3DS'가 일본 시장에 출시됐다. 정가 2만5천엔인 제품의 예약권이 4~7만엔 사이에 중고 장터를 통해 거래될 만큼 출시 전 높은 인기를 누렸던 이 제품은 초도 물량 40만대가 풀리며 본격적인 인기몰이 나섰다.

발매 당일, 일본 비디오 게임을 대표하는 닌텐도의 최신 휴대용 게임기의 등장에 일본의 각 언론들도 '초도 물량 매진'이라는 보도를 앞다퉈 내보내며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주말이 지나면서 '닌텐도3DS'에 대한 업계나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새로운 기기에 대해 호평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부정적인 반응을 끼워넣고 있으며, 언론들 역시 닌텐도의 신 기기 출시 이후 으레 내놓던 칭찬 일색의 기사를 자제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 대당 5만엔까지 치솟았던 일본 야후 옥션의 신품 가격은 아쿠아블루와 코스모블랙 컬러 모두 출시 2일만에 정가인 2만5천엔을 지나 2만4천엔대까지 내려갔다.

닌텐도의 주가 역시 요동쳤다, 예약 판매가 진행되던 1월 말 때 만큼 부정적인 상황은 아니었으나, 22일부터 하락세가 이어지더니 주말 기간이 지난 28일 1,000엔 이상 급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다음날인 3월1일에는 다소 반등하기는 했으나, 주말 기간 동안 집계된 판매 수량이 기존에 알려진 완전 소진이 아닌 '37만장 수준'이라는 엔터브레인의 추정 집계가 공개되자마자 오랜만의 상승세마저 주춤해져 아직 안도하기는 때가 이르지 않냐는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닌텐도3DS'가 전작들과 비교해 높은 가격에 비해 게이머들을 사로잡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04년말 1만5천엔의 가격에 처음 출시됐던 '닌텐도DS'와 비교해 입체 안경 없이 맨눈으로 감상하는 3D 입체 영상 기능을 앞세운 '닌텐도3DS'의 2만5천엔이라는 가격은 결코 납득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

아직 게임에 있어 3D 영상이 보편화되지 않은 상태이고, 이동성을 중시하는 포터블 기기에서 완벽하지도 않은 3D 영상 기능을 체험하기 위해 1만엔을 더 투자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느냐는 것이 이들의 반응이다.

일본 게임 업계에서 '타카하시 명인'으로 불리우고 있는 허드슨의 타카하시 토시유키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아직 구입하지 않았다랄까, 구입할지 말지를 망설이고 있다. 양 눈의 시력차가 너무 커서인지 입체로 보이지 않으며 회사 내에도 몇명정도 입체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라는 요지의 글을 남겨, 일부 사람들에게는 '닌텐도3DS'의 3D 영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수 있음을 알리기도 했다.

초기 타이틀의 임팩트 역시 메인 기기로 내세우기는 부족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발매일 동시 출시된 제품은 레벨5의 '레이튼교수와 기적의 가면', 캡콤의 '슈퍼스트리트파이터 4 3D 에디션', 코나미의 '위닝일레븐 3D사커', 코에이의 '전국무쌍 크로니클' 등 총 8종. 이들 중 엔터브레인 추정 판매 수치 11만7천여장을 기록한 '레이튼교수와 기적의 가면'이나 몇몇 게임을 제외하고는 게이머들에게 임팩트를 주기에는 부족했으며, 일부 게임들은 오히려 게임 내 3D 기능을 최소화하거나 게임의 콘텐츠가 적어 불평을 사기도 했다.

2011년 봄까지 35종의 게임이 추가로 발매될 예정이기는 하지만, 닌텐도DS를 먹여살린 '포켓몬스터'나 '슈퍼마리오'시리즈의 신작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과 하드웨어 셀러나 대표 게임으로 주목받는 게임으로 타 플랫폼 게임의 이식작들이 손꼽히고 있다는 점, 그리고 마니아가 아닌 캐주얼 게이머들을 만족시킬 타이틀의 수가 적다는 점 역시 '닌텐도3DS'가 자신만만하던 모습과 달리 여름이 올 때 까지 어려운 시절을 보낼 수도 있음을 예측케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오는 3월 말로 예정된 유럽 및 북미 출시 역시 249달러의 높은 가격과 발매될 게임의 흡인력 부족, 엔고로 인한 수익 급감 우려 등으로 안심할 수 없다는 북미 언론의 예상도 나오고 있으며, 해외 애널리스트 역시 투자 방향을 '중립'으로 잡고 조금 더 지켜보자는 반응을 견지하고 있다.

물론 발매된지 1주일도 안되고, 초도 물량의 90% 이상을 소화해낸 게임기에 너무 부정적인 반응일 수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144억대 이상을 팔아 치우며 지금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닌텐도DS'의 후계 기종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선보여질 타이틀이나 북미 시장에서의 반응 등을 종합해봤을 때 지금의 상황은 “닌텐도가 더 힘내지 않으면 안 되는”상황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올 연말을 목표로 NGP를 출시하려는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에도 '닌텐도3DS'의 위와 같은 사례는 반면교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좋은 반응을 받은 기기를 내놓아도 이를 받쳐줄 타이틀이 따라주지 않으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점과, 게이머들이 플랫폼 홀더를 맹신해 무조건 게임기를 구입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점을 '절대 손해보고는 팔지 않겠다'는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측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포터블 게임기 시장의 세대교체의 성공 여부와 함께 최근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는 스마트폰과의 대결의 향방도 달려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노선의 기기들이 다양해지면서 포터블 게임기들에도 가격에 맞는 기능을 요구하는 게이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휴대용 게임 시장 양대 플랫폼홀더들의 신기종이 출시될 2011년은 이들이 성공적으로 자리잡는지 새로운 기기들에 자리를 내줄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근 게임동아 기자 (noarose@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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