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에서 본부장까지 반년 걸렸어요” 어떤 회사길래?

입력 2011-03-07 12: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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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조촐했다. 가진 것이라고는 꿈과 열정밖에 없었다. 그렇게 청년 다섯은 청담동 한 켠에 조그만 사무실을 얻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1년 후에는 직원 수 20명을 넘기자. 그래서 더 넓은 곳으로 옮기자.”

하지만 그들의 각오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창업 두 달 만에 직원 수는 18명으로 불었고, 다시 한 달 후 35명이 됐다. 사무실이 비좁아 직원들이 번갈아 컴퓨터에 앉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고심 끝에 역삼동의 한 건물 5층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새로운 사무실은 지나치게 넓었다.

“언제 다 채우지… 일단은 넓게 쓰지 뭐.”

예상은 또 빗나가고 말았다. 사세 확장에는 가속도가 붙었고, 자리가 부족해 아래층까지 임대해야 했다. 그리고 3층, 2층, 1층… 창업한지 이제 겨우 8개월, 어느 새 회사는 198명의 직원이 5층 빌딩 전부를 사용하는 알찬 기업으로 성장했다.

제 2의 ‘그루폰 신화’가 탄생하는 걸까. ‘반값 할인’으로 북미에서 소셜커머스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그루폰이 걸어온 길을 한국의 한 벤처기업이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바로 국내 소셜커머스 1위 티켓몬스터(대표 신현성, www.ticketmonster.co.kr)가 그 주인공이다. 2010년 5월 창립 당시만 해도 성공을 점치는 이가 드물었지만, 이제는 티켓몬스터가 내뿜는 ‘미친 존재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일일 페이지뷰(PV) 550만에 회원수는 80만 명. 게다가 기록은 매일 갱신되는 중이다.

회사의 눈부신 성장 뒤에는 숨은 공로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티켓몬스터의 모든 직원이 ‘장인의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수놓은’ 금자탑이겠지만, 특히 개국공신들에게는 더 없이 값진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초창기부터 티켓몬스터와 뜻을 같이 한 임수진 마케팅 실장, 정규화 지역본부장, 김동연 품질관리 실장을 만나 티켓몬스터의 성공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임수진 마케팅 실장


임수진 실장(25)은 신 대표의 대학교 후배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금융을 전공한 그는 졸업을 하자마자 신 대표의 손에 이끌려 티켓몬스터에 눌러앉은(?) 케이스다. 원래 홍콩에 취직이 예정되어 잠깐 휴식차 귀국했다가 “사람이 없으니 잠시만 도와달라”는 신 대표의 부탁에 얼떨결에 일을 시작하게 됐다.

임 실장이 맡은 일은 투자설명회, 언론홍보를 비롯한 PR과 각종 예산을 집행하는 마케팅의 전반적인 업무다. 처음에는 금융 전공인 자신에게 왜 마케팅 일을 맡겼는지 의아했다. 하지만 신 대표가 “너는 마케팅 일인자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회사의 중요한 역할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물론 일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고 시행착오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지나고 나니 다 좋은 경험이 됐다. 임 실장은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8년 동안 배울 것을 8개월 안에 배운 것 같다”고 웃었다.


정규화 지역본부장


정규화 지역본부장(27)은 아직 학생 신분이다. 연세대학교에서 사회체육을 전공하고 있는 그는 티켓몬스터가 출범할 당시 이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소비자 중 한 명이었다. 함께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던 차에 티켓몬스터로부터 받은 입사 권유 메일을 본 후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결국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인턴에 지원했다. 100% 뽑힐 자신이 있었다.

인턴이 끝나고 강남지역 영업을 맡게 됐다. 그런데 그가 강남지역을 맡은 후로 지역 매출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쳤다 하면 안타였고 올렸다 하면 매진이었다. 임원진들은 그의 능력을 높이 샀고, 결국 올해 2월부로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인턴으로 입사한지 6개월이 막 지난 시점이었다. 현재 그는 경기 이남 지역의 매출관리 및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지역별로 분포해 있는 지사들간의 미흡한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김동연 품질관리(Quality Control) 실장


김동연 품질관리 실장(34)의 이력은 화려하다. 2007년부터 1년 반 정도 보험설계사를 할 때는 보험왕에 오를 정도로 실적이 좋았다. 평소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적성에 딱 맞았다. 그러다 이벤트카페에 도전하게 됐고 곧이어 스파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여자친구가 운영을 맡고 김 실장이 거드는 방식이었는데 홍보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고민하던 중에 티켓몬스터를 알게 됐고 이거다 싶어서 곧바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준비한 아이템은 완판됐고 그 중 10~20% 정도의 손님이 티켓을 끊어 추가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그는 바로 티켓몬스터에 입사했다. 개인 사업만 하다가 직장에 다니게 됐지만 힘든 점은 없었다. 오히려 적응하기 쉬웠다. 티켓몬스터에서는 열정이 있는 사람이 일을 찾아서 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자영업자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입사 초기에는 일 때문에 여자친구에게 소홀해져 다투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문제가 없다. 여자친구도 티켓몬스터에 입사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히려 김 실장보다 여자친구가 야근을 더 많이 한다고.


그들이 티몬을 택한 이유

임수진 : 대표님이 처음 “일을 맡아달라”고 권유했을 때 처음에는 솔직히 영업용 멘트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를 낚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그런데 겪어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대표님의 생각에 점점 동감이 되던데요. 경험보다는 열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 스스로가 할 수 있다고 믿었고, 주위에서 용기를 줘서 지금까지 할 수 있었어요.

정규화 : 티켓몬스터에 입사한 사람 중에는 특이한 경우가 많아요. 한 번은 제가 고객의 항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어요. 전 평소 제 일을 끝까지 책임지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답변해드렸어요. 그게 마음에 들었나봐요. 그 고객님, 지금 티켓몬스터에 입사했습니다.

임수진 : 그런 사람 많죠. 보통 직장 다니는 친구끼리 회사 이야기를 하면 “퇴근시간만 손꼽아 기다려” “워크샵 가기 너무 싫어” 이러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몸은 피곤해도 일이 재미있다고 말하거든요. 그걸 보고 우리 회사에 오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김동연 : 저는 스파를 운영할 때 만났던 티켓몬스터 영업 담당을 보고 입사를 결정했어요. 아무래도 영업을 해왔던 내가 하면 더 잘할 것 같더라고요.(웃음)

정규화 : 저도 그랬는데, 어떻게 저런 사람이 영업을 하나 싶더라니까요. 물론 농담입니다.

임수진 : 어쩌다 보니 자리에 없는 사람 험담하는 분위기가… 수습이 안돼고 있어요 지금. 어떡하실 거에요?

김동연 : 당시 영업 방식에는 열정과 순수함이 넘쳤죠. 그렇기 때문에 먹히지 않았을까요? 그 분, 그 때는 학생 티가 많이 났는데 지금은 남자가 됐어요.(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가 됐다)

성공의 비결, 필사즉생(必死則生)

우여곡절 끝에 입사를 했지만, 회사가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소셜커머스가 한국 시장에 먹힐지에 대해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위기 상황의 연속이었다.

임수진 : 사실 입사 당시에는 승진을 고려할 상황이 아니었어요. 회사의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이었죠. 회사가 줄 수 있는 게 돈이나 승진이 아니었기 때문에 스스로를 위한 동기부여가 전부였어요. 저를 포함해 모두가 욕심이 없었죠.

김동연 : 초기에는 진짜 우리가 잘못하면 회사가 망한다, 이런 분위기?

임수진 : 다들 매일같이 자진해서 야근하고, 회사의 일이라면 모두 발벗고 나서고…

정규화 : 그때 모였던 사람들이 다 회사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었죠.

임수진 : 우리가 창립멤버는 아니지만, 생존의 위기에 놓여있었던 그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 번은 신 대표가 전체메일을 돌렸다. 고객만족(CS, Customer Satisfaction) 업무 때문에 주말 근무자가 필요하다고 간곡하게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물론 주말에 회사 나오는 게 힘들다는 게 인지상정임을 알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더구나 밖에는 비까지 내리는 상황. 하지만 1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자진 출근해 적극적으로 일을 도왔다. 그 모습을 보니 다들 울컥했다고.

티켓몬스터에 있길 잘했다


티켓몬스터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27.6세. 대부분이 20대 중반에서 후반 사이에 분포되어 있다. 나이 제한을 걸고 사람을 뽑는 것은 아니지만, 열정이 넘치는 사람을 우선시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젊은 회사’가 됐다.

임수진 : 경험보다는 열정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그런 면에서 우리 회사는 진짜 인재들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죠. 또 젊어야 체력이 좋기도 하고.

김동연 : 저는 절대적으로 연장자에 속해요. 젊은 친구들에게 체력에서 밀리죠. 특히 더운 여름에는 이길 수가 없어요. 하지만 이 친구들에게 에너지와 영감을 받아요. 이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부분이죠.

정규화 : 그래도 액면가는 저보다 어려요. 김동연 실장님은 우리 회사의 ‘성인돌’이죠. 잘생겼잖아요.(옆에서 묵묵히 일을 하던 누군가가 큰소리로 비웃음을 날려 인터뷰는 잠시 중단됐다)

임수진 : 다들 본부장, 팀장 직급은 있지만 수평적인 회사 분위기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요.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좋은 안건이 나오면 다수결을 통해 즉석에서 추진이 결정돼요.

정규화 : 인턴일 때 전 스스로를 인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지금 본부장이지만 본부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인턴일 때 팀장이었던 분과 (본부장이 된 후에도) 여전히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어요.

김동연 : 티켓몬스터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성취감이 큰 회사죠. 열정만 있다면 자진해서 임무를 받을 수 있고, 그로 인해 회사가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품질관리실도 제가 제안해서 만들었죠. 일반적인 소셜커머스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인데, 소비자 만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업체 교육과 내부사원 교육 모두 필요해요. 욕심을 가지면 일이 늘어나긴 하지만, 그로 얻는 성취감이 더 크죠.

정규화 : 저는 티켓몬스터가 시행착오는 많이 겪지만 빠르게 복구할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먼저 나서서 더 많이 일하고, 더 노력하고, 더 잘하면 업계 전체의 패러다임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회사가 성장하면 직원도 함께 성장한다

티켓몬스터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축배를 들 시기는 아니다. 지금까지 성장한 것보다 더 큰 미래를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티켓몬스터는 미국의 인사이트 벤처 파트너스와 국내 스톤브릿지 캐피탈로부터 유치한 투자자금을 바탕으로 서비스 지역을 연내까지 50개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SNS 기능을 강화한 새 플랫폼 ‘티켓몬스터 2.0’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규화 : 제 자질보다 맡은 일이 더 많아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은 담당 지사들에 제 노하우를 아낌 없이 전수해주려고 해요. 본사의 메시지와 환경을 지사에 그대로 전달하는 게 제 목표죠.

김동연 : 업체 교육과 내부사원 교육 시스템을 만들었으니 이제는 소비자들을 교육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저희랑 계약을 맺은 업체 사장님들 중에는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악플에 상처를 받는 일이 잦아요. 아직 소셜커머스에 대한 이해도가 낮거든요. 우선은 카툰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전달해보려고 해요. 좋은 업체의 재방문율을 높이는 게 제 목표입니다.

티켓몬스터가 재도약을 준비하면서, 직원들도 하나 둘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직원과 같은 비전을 공유하는 것, 티켓몬스터가 가진 가장 큰 재산이 아닐까.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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