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어쩌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천만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한때 예능처럼 툭 던졌던 장 감독의 ‘천만 공약’이 소환된 것이다. 흥행은 축하할 일인데 문제는 공약의 스케일이 너무 컸다는 점이다. 전화번호 변경, 개명, 성형, 심지어 귀화까지,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이다.
4일 장성규는 SNS에서 “형님의 공약이 보통이 아닌데 1000만이 코앞이다. 뱉은 말씀은 지키는 분이라 더 염려된다”라며 걱정하기도 했다. 천만 관객은 영화에겐 경사인데, 장 감독에겐 점점 현실이 돼가는 ‘청구서’가 된 셈이다.

결국 장 감독도 한발 물러섰다. “웃자고 한 말”이었다며 사실상 공약 철회, 대신 현실적인 대안으로 ‘커피차’를 꺼내 들었다. 공약은 접었지만 감사는 전하고 싶다는 대안이다.
재미있는 건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더 합리적인 대안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우공(공약)현답’이다. 요지는 간단하다. 성형은 AI로 하고, 개명은 주민등록 말고 호, 귀화는 현실 말고 영화 속 배경인 조선으로 가면 된다는 것이다. 듣는 순간 헛웃음이 나지만 묘하게 장항준 감독에게는 잘 어울리는 해법이다.


우선 성형은 메스가 아니라 마우스로 해결하자는 의견이 우세한다. 의사 대신 AI가 필요한 셈이다.
개명 역시 이름을 아예 바꾸기보다 호를 하나 만들거나 별칭을 붙이면 된다는 것이다. 가장 많이 추천된 이름은 단연 ‘장천만’, 흥행공약을 아예 이름에 박자는 발상이다. 물론 ‘장단’도 만만치 않았다. 단종의 ‘단’을 품고, 예능에서 ‘장단’을 기가 막히게 맞추는 장항준의 캐릭터까지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법원까지 갈 일 없이, 기사 제목 한 줄로도 충분히 개명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최종 난관인 귀화. 여기서 국가는 아예 영화 속으로 향한다. “귀화는 조선으로 가세요”라는 드립은 순식간에 “갓 쓰고 말끝에 ‘하오’를 붙이면 귀화 통과”, “주소는 이전 안해도 되겠네요” 등 댓글로 반응한다.
정리하면 장항준 감독은 공약을 못지키는 여느 정치인처럼 불명예스럽게 남지않아도 된다. 커피차를 부르고, AI로 성형하고, 호를 만들고, 조선으로 귀화하면 된다. 영화는 흥행으로 남고, 공약은 놀이로 남게됐다. ‘우공현답’이 장항준을 살렸다.


김겨울 기자 win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