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 진짜 우승 비결은? “웨지·그립 교체 덕분이죠”

입력 2011-06-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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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 스포츠동아DB.

골퍼에게 가장 민감한 것은 장비 교체다. 특히 시즌 중에는 웬만하면 바꾸지 않는다. 충분한 연습 없이 장비를 교체하는 것은 큰 모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12일 끝난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서 1년6개월 만에 우승컵(통산 7승)을 들어올린 유소연(사진)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웨지와 그립을 교체했다. 특히 웨지 교체를 하게 된 과정이 재미있다.

유소연은 자연스럽게 녹이 스는 웨지를 사용 중이었다. 녹이 스는 웨지는 빛의 반사를 줄여주고 클럽페이스와 볼의 마찰력을 극대화시켜 스핀량을 높이기 위해 제작된 제품이다.

그런데 이를 미처 몰랐던 유소연의 아버지가 광택제와 사포로 웨지를 깨끗하게 닦아놓았다고 한다. 유소연은 큰 문제 있을까싶어 이 웨지를 올 시즌 동안 그대로 사용했다. 하지만 유소연의 캐디인 최희창 씨가 보기엔 스핀이 평소처럼 잘 먹지 않았고, 교체를 권유했다.

5일 일동레이크에서 끝난 우리투자증권레이디스 챔피언십을 마치고 곧바로 롯데칸타타여자오픈 출전을 위해 제주로 이동해야 했던 유소연은 부랴부랴 웨지를 교체한 후 제대로 연습할 시간도 없이 새 웨지를 들고 대회에 출전했다.

그립은 어머니의 권유로 바꿨다. 성적이 잘 나지 않으니 새 그립을 사용해볼 것을 제안하자 유소연은 흔쾌히 응했는데 이 역시 경기력 향상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그립은 클럽과 선수를 이어주는 교량이다. 그립이 손에 착 감겨야 아이언샷 감각이 살아나는 것은 당연지사.

새 그립으로 교체한 뒤 1라운드를 마친 유소연은 “그립을 잡는 감각이 너무 좋다. 진작 그립을 바꿀 걸 그랬다”고 했고, 이는 스코어와 직결됐다.

2라운드를 마치고 선두인 아마추어 백규정과 4타차였지만 유소연과 최희창 씨는 “이 정도 감각이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예상은 적중했다. 최종라운드에서 유소연은 발군의 아이언샷 감각을 바탕으로 무려 8타를 줄이며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최종라운드에서 기록한 9개의 버디 중 웨지와 아이언샷으로 핀 2m 안쪽으로 붙여 버디를 잡아낸 것이 6차례나 된다.

특히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18번홀(파5)에서는 54도 웨지로 볼을 핀 왼쪽 80cm 지점에 떨어뜨리며 버디를 잡아내 극적인 역전 우승을 거뒀다. 과감한 장비 교체가 우승의 일등 공신이었다.

원성열 기자 (트위터@serenowon)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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