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에서 만난 사람] 배구선수 출신 캐디 구본왕, 코트 대신 그린서 구슬땀 “골프 매력에 푹 빠졌어요”

입력 2011-09-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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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왕. 스포츠동아DB.

구본왕. 스포츠동아DB.

“저기 저 사람 봤어?”

“누구, 아 저 사람. 정말 키 크다.”

“배구선수 출신이래.”

지난달 26일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LIG손해보험클래식 1라운드가 열리는 경기도 포천의 일동레이크 골프장에서 모처럼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1990년대 후반까지 프로배구 LIG(옛 LG화재)에서 레프트로 뛰었던 구본왕(39·사진)이 골프백을 메고 장지혜의 캐디로 나선 것.

그가 코트를 떠나 필드에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캐디를 하게 된 건 5년 전이다. 알고 지내던 선배가 프로골퍼였는데 캐디를 구하지 못했는데 한번 도와달라는 말에 백을 매게 됐다. 그게 제2의 인생이 될 줄은 몰랐다.”

배구선수로 뛰면서는 골프의 ‘골’자도 모르던 그였다. 그러다 우연히 친한 여행사 사장을 따라 해외여행을 갖다가 골프를 접하게 됐다. ‘골프나 배워봐라’며 골프채를 사줬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 골프에 푹 빠졌다.

캐디 경력도 꽤 오래됐다. 알게 모르게 캐디로 활동한 게 벌써 5년째다.

“주로 남자선수들과 호흡을 맞춰오다 이번에 처음 장지혜 선수의 캐디를 하게 됐다. 아직 캐디를 하면서 함께 우승한 적이 없는데 내가 백을 멘 선수가 우승하는 장면을 보고싶다”며 작은 소망을 밝혔다.

골프실력도 뛰어나다. 배구를 그만두고 골프를 배우면서 현재는 이븐파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배구와 골프 사이에도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토스는 어프로치와 비슷한 느낌이고 스파이크는 시원한 드라이버 샷의 느낌을 준다. 손에 골프채를 들고 스윙하지만 공을 때리는 기술은 배구나 골프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배구와 골프를 이렇게 연관지었다.

앞으로의 꿈은 전문 캐디와 프로테스트 합격이다.

“캐디가 적성에 잘 맞는다”는 구 씨는 “아직 프로테스트에 나가보지는 못했지만 내년 또는 그 뒤에 프로에 도전해 볼 계획이다. 현재는 약간의 부상 때문에 연습하지 못하고 있지만 곧 부상에서 회복되면 연습을 시작할 것이다”고 말했다.

주영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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