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법정 분쟁, 삼성 변호사의 어이없는 팀킬

입력 2011-10-18 15: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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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이패드와 갤럭시 탭을 구별할 수 없습니다.”

애플과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의 변호사가 법정에서 말실수를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아이패드와 갤럭시 탭을 손에 들고 어느 것이 갤럭시 탭인지 맞춰보라는 판사의 말에 ‘모르겠다’는 대답을 내놓은 것. 이는 갤럭시 탭이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모방하지 않았다는 삼성전자의 기존 주장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발언이다. 이 날 법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한 것은 맞지만 애플은 이 특허가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며 애플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하지만 애플이 제기한 갤럭시 탭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판결을 유보했다.

14일(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법원에서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치열한 말싸움이 벌어졌다. 삼성전자 변호사인 캐슬린 설리번(Kathleen Sullivan)은 애플 특허권에 유효성이 없다는 점을 반복해서 지적했고 애플 변호사인 해럴드 매겔히니(Harold McElhinny)는 아이패드의 디자인이 기존 태블릿 PC에 비해 훨씬 우수하기 때문에 애플의 특허권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양 변호사의 주장을 듣고 있던 루시 코(Lucy Koh) 판사가 양 손에 갤럭시 탭과 아이패드를 들고 설리번 변호사에게 구별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설리번 변호사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이 거리에서는 구별할 수 없습니다, 재판장님.”

설리번 변호사가 서 있던 연단은 판사로부터 불과 10피트(3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거리가 멀어서 알 수 없다는 말은 궁색한 변명인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변호사의 ‘자폭’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코 판사가 다른 삼성전자 변호사들을 둘러보며 제품을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정적이 흘렀다. 약 1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한 변호사가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았다. 코 판사는 “양 제품의 차이를 구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물론 삼성전자 변호사의 실수가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갤럭시 탭과 아이패드가 비슷하다는 점은 삼성전자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던 바였다. 삼성전자가 문제삼은 부분은 아이패드의 디자인이 고유하지 않다는 점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외형이기 때문에 특허로서 유효하지 않다는 것. 하지만 쟁점이 무엇인지를 논외로 하더라도 이 날 삼성전자 변호사들의 실수는 세간의 비웃음을 사기 충분했다.


북미 IT웹진 기즈모도(gizmodo.com)는 설리번 변호사의 발언에 대해 “이보다 더 최악의 대답은 없을 것”이라며 마치 “두 제품의 차이가 없으니 갤럭시 탭을 팔지 못하게 해달라”는 말로 들렸다고 전했다. 또다른 IT웹진 올씽즈디지털(allthingsd.com)도 “썩 훌륭한 대답이 아니었다”며 “그녀의 동료가 대신 답변하긴 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삼성전자로서는 애플과의 전쟁에 한창 집중하고 있던 때에 아군에게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청문회가 끝나고 삼성전자 대변인은 “애플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은 완전히 근거없는 행동”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애플 대변인은 “갤럭시 탭이 아이폰 및 아이패드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노골적인 모방은 잘못된 행위이며, 우리는 애플의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어찌됐든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갤럭시 탭이 판매금지를 당하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애플이 자사의 디자인 특허를 어떻게 증명하느냐에 따라 공방은 새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서 애플을 상대로 무선통신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맞불 전쟁은 점입가경에 들어섰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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