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별도’는 퇴출됐다. 하지만 이통사는 여전히 안 지켜…

입력 2012-07-19 15: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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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요금을 표기할 때 부가세를 합산하지 않던 관행을 고치려던 방통위의 정책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이모씨(30)는 통신요금고지서를 받아볼 때마다 의아하다. 분명 스마트폰 54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데, 실제 고지서에 청구된 요금은 6만 원 이상인 것. 가만히 고지서를 들여다보니 부가세가 추가되어 있다. 분명 처음 계약할 때는 5만 5,000원(현재는 기본료 1,000원 인하)이라고 했는데, 왜 6만 원이 넘는 거지?

부가가치세(부가세, VAT)란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부과되는 소비세다.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제품, 서비스 가격의 10%를 징수한다. 또한 부가가치세는 ‘간접세’다. 간접세란, 세금을 국가에 내는 납세의무자(통신사)와 실제로 부담하는 조세부담자(소비자)가 다르다. 때문에 소비자가 직접 세금을 국가에 납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통신요금에 포함된 부가가치세의 경우 소비자가 부가가치세를 통신사에 지불하면, 통신사에서 이를 취합해 국가에 일괄적으로 납부한다.

국내에서는 미국과 달리 제품가격을 나타낼 때 실제 제품가격과 부가가치세를 합산해 표기하는 것이 관행이다. 실제로 제품을 구매하거나 음식을 사 먹어도 표기된 가격의 10%를 세금으로 내는 곳은 드물다. 판매자가 표기된 가격에 부가가치세를 이미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독 이러한 관행을 따르지 않는 분야가 있다. 바로 ‘통신요금’이다. 이동통신 3사는 지난 2012년 6월까지 통신 서비스의 가격을 표기할 때 부가가치세를 포함하지 않고 안내했다. 이러한 통신요금 표기방식은 많은 소비자에게 혼란을 야기했다. 앞에서 설명한 이모씨의 사례처럼 가입 당시 안내받은 ‘서비스 이용 요금’과 ‘실제 지불해야 하는 요금’이 달랐기 때문이다. 물론 이동통신 3사가 소비자를 기만한 것은 아니다. 가입할 때 ‘부가세 별도’ 또는 ‘VAT 10% 별도’라고 안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지불해야 할 요금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다.

방통위의 관행 개선,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나섰다. 지난 6월 26일, 방통위는 통신요금을 표기할 때 부과세를 제외하던 이통사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통신서비스 요금표시 제도개선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7월 이후 이동통신 3사 및 알뜰폰(MVNO) 사업자는 홈페이지, 요금제 안내책자, 홍보 전단지, 매체 광고물 등에 ‘서비스 이용 요금’과 ‘부가세를 합산한 실제 지불요금’을 함께 표시해야 한다.

이에 이동통신 3사의 방통위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얼마나 준수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7월 18일 현재 SK텔레콤의 홈페이지에는 서비스 이용 요금만 표기돼 있고, 부가세를 합산한 실제 지불요금은 찾기 어렵다. 부가세를 합산한 실제 지불 요금을 보려면 해당 요금제 페이지를 한번 더 클릭해야 한다. SK텔레콤과 달리 KT와 LG유플러스는 자사의 홈페이지에 서비스 이용 요금 및 실제 지불 요금을 함께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홈페이지 표기와 달리 홍보할 때에는 여전히 표기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월 17일 KT는 새로운 LTE 요금체계를 발표하면서 서비스 이용 요금만 표기하고, 부가세를 합산한 실제 지불요금은 표기하지 않았다. 행사 당시의 프레젠테이션 자료 및 언론 홍보용 자료 어디에서도 부가세를 합산한 실제 지불요금을 찾을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앞의 이모씨가 3G에서 LTE로 바꾸면서 LTE-G650 요금제를 사용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모씨의 입장에서는 6만 5,000원만 내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 지불요금은 부가세 6,500원을 더한 7만 1,500원이다. 가장 비싼 12만 5,000원 요금제를 이용할 경우, 실제 내야 하는 요금은 13만 7,500원에 달한다. 게다가 요금제의 이름을 650, 750 등 서비스 이용 요금과 유사하게 지정해, (부가세를 합산한 실제 지불요금 대신) ‘서비스 이용 요금만 내면 되는 것 아닌가’하고 소비자들이 착각할 가능성도 있다.

부가세는 별도라고 표시하는 관행을 퇴출해 소비자의 혼란을 막겠다는 방통위의 계획이 참으로 유명무실하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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