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산낙지 실컷 먹고 가겠다”

입력 2012-09-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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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 스포츠동아DB

리디아 고, 급히 일정 변경…9년만에 방한

생각보다 조용한 입국이었다.

27일(한국시간) 미 LPGA 투어 캐나다여자오픈에서 최연소 우승(15세4개월2일)을 차지한 리디아 고(16·한국명 고보경)가 29일 입국했다. 그리고 하루 뒤 부모님의 고향인 제주도로 이동했다.

조용하게 들어온 이유가 있다. 뉴질랜드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이다.

리디아 고의 국적은 뉴질랜드다. 6세 때 이민 갔다. 현재는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와 달리 뉴질랜드는 아마추어 정신을 강조한다. 아마추어 선수가 용품회사 또는 기업으로부터 후원 받는 걸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오로지 협회를 통한 공식적인 후원만 받을 수 있다. 뉴질랜드골프협회는 리디아 고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은 그에게 협회 지원은 큰 버팀목이다. 게다가 우승 직후 뉴질랜드 존 키 총리는 축하 메지시를 보냈다. SNS를 통해 “정말 멋진 성과를 일궈냈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뉴질랜드에서는 대대적인 환영 행사도 잡혀 있었다. 리디아 고의 입국에 맞춰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럼에도 뉴질랜드가 아닌 귀국을 선택한 이유는 외할머니를 뵙기 위해서다. 편찮은 외할머니가 손녀가 보고 싶다는 말에 급하게 일정을 바꿨다. 고향 방문은 9년 만이다.

리디아 고의 한 측근은 “떠들썩하게 귀국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데는 뉴질랜드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다”면서 “뉴질랜드 총리가 나서 환영행사까지 계획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뉴질랜드가 아닌 한국으로 들어간다는 소식에 많이 아쉬워했을 것이다. 귀국 때도 대사관 쪽에서 공항으로 나오겠다고 했지만 개인적으로 들어오는 것이기에 정중히 거절했다. 부모님도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 데는 속사정도 있다. 뉴질랜드는 전통적으로 한국 골프유학생이 많은 지역이다. 현재 뉴질랜드 국가대표의 절반 정도가 한국인이다. 그러나 프로가 돼 국적을 바꾸거나 뉴질랜드 대표 출신이라는 사실조차 밝히기를 꺼려하는 선수들로 인해 뉴질랜드골프협회는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자란 리디아 고는 자신을 후원해준 은혜를 저버릴 수 없다. 8월13일 US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 “4년 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뉴질랜드 대표로 출전하고 싶다”고 말한 것도 이런 속사정 때문이다.

한편 리디아 고는 31일 제주시 연동 더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반가운 가족들을 직접 만나니 집에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어 기쁘다”면서 “한국을 떠나기 전 다섯 살 때도 산낙지를 먹었고 지금도 좋아하는 데 뉴질랜드에는 산낙지가 없으니 이번에 많이 먹고 가겠다”고 말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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